누가 일자리를 많이 만들었을까

2006.09.04 18:15

김학 조회 수:142 추천:33

누가 일자리를 많이 만들었을까

  三溪 金 鶴(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전담교수)







아중리로 이사를 와서는 새벽마다 아중체련공원으로 산책을 다닌다. 한 시간 반쯤 여러 가지 운동으로 몸을 풀며 산책을 하고 돌아오면 심신이 상쾌하고 몹시 기분이 좋다. 우리 집에서 그곳까지는 걸어서 15분쯤 걸린다. 이른 새벽인데도 새벽예배를 보러 가는 신자들이 보이고, 나처럼 새벽운동을 하러 가는 이들도 자주 눈에 띈다. 새벽마다 닭 우는 소리와 개 짖는 소리, 새소리,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어린 시절의 고향풍경을 떠올릴 수도 있어서 좋다. 기린봉 쪽을 바라보면 등산로에 줄지어 설치한 가로등 불빛은 마치 동학군이 치켜든 횃불 같다. 날마다 되풀이 되는 즐거운 나의 새벽일과다. 어쩌다 하늘을 우러러보면 달빛조각들이 금싸라기처럼 쏟아지고, 다이아몬드 같은 별빛이 우박처럼 쏟아져 내리기도 한다. 그렇게 상쾌한 기분으로 새로운 하루를 연다.

6차선 넓은 도로를 건너면 ‘왕조개구이’란 상호를 내건 큰 술집이 나타난다. 새벽 5시 무렵인데도 그 집에는 젊은 남녀들이 짝지어 앉아 술을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날마다 보는 새벽 풍경이다. 넓은 홀에는 원탁 테이블 10여 개를 놓고서 밤새워 손님을 맞는다.

지난 6월에는 큰 텔레비전 때문에 독일 월드컵 축구중계를 보려고 젊은이들이 모여든 줄 알았다. 그런데 월드컵 축구가 끝났는데도 여전히 새벽까지 젊은이들이 술을 마신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이다. 그들은 젊은 시절의 낭만이요 추억 만들기인지 모르지만 내가 보기엔 걱정스러운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장래를 위하여 시간을 아껴 자기 개발에 힘써야 할 젊은이들이 저렇게 밤새 술과 씨름을 해서 어쩌려고 그러는지…….

청년 실업이 사회문제가 된 것은 비단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은 밤을 새워 책과 씨름하며 취직준비를 해도 직장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렵다는 시대다. 오죽하면 대통령부터 시장‧군수에 이르기까지 선거에 나서는 사람들마다 입만 열면 ‘일자리 창출’을 공약으로 내걸겠는가?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하겠지만 그렇다고 청년실업자가 줄어들었다는 뉴스는 없었다. 경제가 활성화 되어야 일자리가 불어날 텐데 그러지 못하니 어쩔 것인가? 철 밥통이라던 공무원마저도 옛날처럼 신분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고, 아직도 직장마다 구조조정이니, 통폐합이니 하며 오히려 일자리가 줄어드는 실정인데……. 그렇다면 진짜로 이 세상에서 가장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낸 이는 누구일까? 대통령? 아니다. 재벌그룹 회장? 그도 아니다. 그렇다면 누구란 말인가?

내가 생각하기에는 세계 4대 성인 가운데 한 분이 아닐까 싶다. 물론 세계 4대 성인 가운데서도 석가모니와 그리스도가 용호상박의 라이벌이 아닐까? 석가모니는 불교를, 그리스도는 기독교를 대표할 것이다. 그런데 세계적으로는 불교와 기독교 가운데 어느 종교가 더 크게 교세를 떨치고 있을까? 어림잡아 계산해 보면 불교보다는 기독교의 교세가 더 클 것 같다. 그렇다면 석가모니보다는 그리스도가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든 것이라는 추산이 나온다.

생각해 보자. 예수 그리스도가 있었기에 천주교와 기독교 등 하나님을 믿는 종교가 있게 되었고, 그런 종교가 있었기에 신부와 목사, 수녀 등 성직자들이 생겨났다. 어디 그뿐인가? 종교재단이 세운 학교와 병원 등은 또 얼마나 많고, 그곳에서 종사하는 이들은 또얼마나 많던가? 그뿐이 아니다. 눈을 나라 안으로만 돌려도 도시는 물론 농어촌 어느 곳이던지 성당과 교회가 많고 그곳에서 시무하는 성직자들과 종사자들이 무릇 얼마이던가. 그밖에도 성경이나 각종 종교서적을 인쇄하는 출판사와 그 책을 파는 서점, 십자가를 만들어 파는 공예사, 이들 종교가 세운 성당과 교회 그리고 학교나 병원 등에 필요한 물건을 납품하는 기업체까지 계산하면 그리스도야 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대표적인 일자리 창출가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아침저녁으로 성당이나 교회에서 은은하게 울리던 종소리가 사라진지도 꽤나 오래 되었다. 소음공해라고 하여 그리 된 것이다. 그런데 오늘따라 그 종소리가 다시 듣고 싶다. 그 종소리만 부활시킨다 해도 일자리 몇 개는 또 불어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