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임새
2006.10.04 09:15
추임새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정(기초) 이수홍
나는 37년간의 공직생활을 마치자마자 바로 판소리공부를 시작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현직 때부터 배우고 싶었기에 퇴임 3개월 전에 연가를 내고 바로 배우기 시작한 것이다.
판소리를 접해보니 좋은 점이 많았다. 우선 노래를 부르는 게 좋고, 판소리의 사설내용이 좋았다. 판소리를 배우려면 북(鼓法)도 배워야겠기에 북을 쳤더니 운동도 되는 등 여러 가지 좋은 점이 많았다. 그런데 특히 추임새에 대해 매력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추임새란 소리판에서 창자(唱者)의 소리에 고수(鼓手) 또는 청중이 감탄사를 내면서 흥을 돋우는 일이다. ‘추다’ ‘추어주다’는 동사와 ‘새’라는 불완전명사의 합성어로 이루어졌다.
판소리 고수는 ‘으이’ ‘얼씨구’ ‘좋지‘ ’좋다‘ ’허이‘ ’그렇지‘ ’아먼‘ ’얼쑤‘ 등을 흔히 쓴다. 그밖에 간혹 ’어디‘ ’잘한다’ ‘명창이다’라는 말도 쓰인다. 이 추임새는 창자가 소리를 잘 하느냐, 못하느냐를 좌우할 만큼 중요한 요소이다. 뿐만 아니라 추임새를 고수 또는 청중이 한다고 했는데, 설령 청중은 추임새를 안 해도 별 문제 될 것 없지만, 고수가 추임새를 안 하면, 그 고수는 완전히 고수로서의 자격을 상실했다고 봐야 마땅할 것이다.
고법(鼓法)을 배울 때, 추임새도 함께 배우기 때문에 추임새를 안 하는 고수는 없겠지만, 추임새에 따라, 고수가 북을 잘 치느냐 여부를 결정하는 큰 요건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추임새에 대하여 관심이 많고, 중요성을 강조한 나는 내가 소속된 ‘판소리 더늠회’란 단체에서 주관한 행사인, 태조로 거리공연과, 전통문화센터 정기공연 때, 추임새 상을 만들도록 하여 상을 주게 한 일도 있었다.
나는 평소 우리 일상생활에서 추어주는 일만큼 좋은 일이 별로 없다는 걸 강조하여왔다. 선생님이 제자를 가르치는 교수법 중에서도 추어주는 것이 으뜸이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식물도 칭찬하면 잘 자란다고 하는데 그게 너무 과장일까, 호접란을 대량으로 재배하는 비닐하우스에 라디오를 틀어놓고 음악을 들려주는 걸 본 일이 있는데, 칭찬과 무엇이 다르랴.
이어령 중앙일보 고문, 박범훈 중앙대 총장, 민병철 중앙대 교수 등 사회 지도층 인사 30명이 추임새운동본부를 만들어
“남을 치켜세우고, 배려하며, 도와주는 일을 하겠다.”
고 선언하고 나섰는데 아주 잘한 일이다. 지도층인사다운 일을 한다고 생각되어 박수를 보내고 싶다.
역지사지(易地思之)란 말이 있다. 내가 칭찬을 받았을 때 얼마나 기분이 좋든가 생각해보자. 사람은 누구나 찾아보면 칭찬할 점이 꼭 있다고 믿는다. 좀 못생긴 사람도 자세히 보면 이목구비(耳目口鼻) 중 한 곳은 잘 생긴 데가 있다. 바로 그곳을 칭찬하면 되는 것이다.
나는 원래 칭찬을 잘하기로 이름난 사람이지만,(특히 음식점에서 서빙 하는 여인들에게) 오래 전, 직장생활을 할 때 동료들과 식당에 가서 있었던 일이다. 서빙하는 여인이 알맞은 키에, 날씬한 몸매, 박속같은 뽀얀 피부에 잘 익은 복숭아처럼 솜털이 난 보송보송한 얼굴, 오리지날 쌍까풀 눈, 선 그라스 걸치기에 알맞게 솟은 코, 금방 만져주고 싶은 귓밥이 달린 귀를 가졌는데, 아깝게도 곰보였다.
나는 무심코 대뜸
“당신 참 멋지네요. 보기 좋게 얽었어요. 그 얽은 곳에 복이 다닥다닥 붙어있어 앞으로 부자로 잘 살겠네요. 그리고 얽은 여자가 거시기도 좋다는데…….”
라고 했더니, 그 여인 왈,
“어쩜 그렇게 잘도 아세요?”
라고 응수, 아주 좋아하며 뭐 더 필요한 것이 없느냐고 하더니, 반찬을 추가로 더 갖다 주는 것이었다. 칭찬의 효과를 실감할 수 있었다. 좀 격에 맞지 않은 칭찬을 하면 멋쩍어하면서도 좋아하는 게 인간의 속 성이란 걸 자주 느꼈다.
내가 다닌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기초반 두 번째 수업시간에, 교수님이 숙제를 낸 적이 있었다. 밑천 안들이고 힘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웃는 것과, 칭찬하는 것이니 칭찬거리를 찾아오라는 것이었다.
어찌나 맘에 쏙 닿든지, 여기 입학하기 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게다가 다음 숙제 확인 시간에 발표자로 나를 끼워주는 것이었다. 난 속으로
“워매! 저 양반이 내가 칭찬에 달인, 도통한 사람이란 걸 어찌 알았당가?”
하며 같은 반 막내가 인사도 잘하고 칭찬도 잘하는 걸 칭찬하고, ‘수필 교수 하려면 관상도 잘 봐야 되는가보다.’라는 생각도 했다. 나는 앞으로도 칭찬하는데 절대 인색하지 않으리라 자신하고 있으며, 만일 그런 대회라도 있다면 도전하기 좋아하는 나도 출전하고 말 것이다.
그 곰보 여인은 지금쯤 부자가 되어, 얼굴 성형수술은 물론 했을 것이고, 나처럼 빨강 티셔츠에, 선 그라스를 끼고 에쿠스 차를 운전하고 코스모스 길을 달리는 여유 있는, 행복한 삶을 엮어가고 있으면 좋겠다. 만일 수필창작과정 강의실에서라도 만나면 더 칭찬을 잘 해줘야지.
“응! 이거 얼마만이요? 야! 그 동안 더 예뻐졌네요!”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정(기초) 이수홍
나는 37년간의 공직생활을 마치자마자 바로 판소리공부를 시작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현직 때부터 배우고 싶었기에 퇴임 3개월 전에 연가를 내고 바로 배우기 시작한 것이다.
판소리를 접해보니 좋은 점이 많았다. 우선 노래를 부르는 게 좋고, 판소리의 사설내용이 좋았다. 판소리를 배우려면 북(鼓法)도 배워야겠기에 북을 쳤더니 운동도 되는 등 여러 가지 좋은 점이 많았다. 그런데 특히 추임새에 대해 매력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추임새란 소리판에서 창자(唱者)의 소리에 고수(鼓手) 또는 청중이 감탄사를 내면서 흥을 돋우는 일이다. ‘추다’ ‘추어주다’는 동사와 ‘새’라는 불완전명사의 합성어로 이루어졌다.
판소리 고수는 ‘으이’ ‘얼씨구’ ‘좋지‘ ’좋다‘ ’허이‘ ’그렇지‘ ’아먼‘ ’얼쑤‘ 등을 흔히 쓴다. 그밖에 간혹 ’어디‘ ’잘한다’ ‘명창이다’라는 말도 쓰인다. 이 추임새는 창자가 소리를 잘 하느냐, 못하느냐를 좌우할 만큼 중요한 요소이다. 뿐만 아니라 추임새를 고수 또는 청중이 한다고 했는데, 설령 청중은 추임새를 안 해도 별 문제 될 것 없지만, 고수가 추임새를 안 하면, 그 고수는 완전히 고수로서의 자격을 상실했다고 봐야 마땅할 것이다.
고법(鼓法)을 배울 때, 추임새도 함께 배우기 때문에 추임새를 안 하는 고수는 없겠지만, 추임새에 따라, 고수가 북을 잘 치느냐 여부를 결정하는 큰 요건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추임새에 대하여 관심이 많고, 중요성을 강조한 나는 내가 소속된 ‘판소리 더늠회’란 단체에서 주관한 행사인, 태조로 거리공연과, 전통문화센터 정기공연 때, 추임새 상을 만들도록 하여 상을 주게 한 일도 있었다.
나는 평소 우리 일상생활에서 추어주는 일만큼 좋은 일이 별로 없다는 걸 강조하여왔다. 선생님이 제자를 가르치는 교수법 중에서도 추어주는 것이 으뜸이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식물도 칭찬하면 잘 자란다고 하는데 그게 너무 과장일까, 호접란을 대량으로 재배하는 비닐하우스에 라디오를 틀어놓고 음악을 들려주는 걸 본 일이 있는데, 칭찬과 무엇이 다르랴.
이어령 중앙일보 고문, 박범훈 중앙대 총장, 민병철 중앙대 교수 등 사회 지도층 인사 30명이 추임새운동본부를 만들어
“남을 치켜세우고, 배려하며, 도와주는 일을 하겠다.”
고 선언하고 나섰는데 아주 잘한 일이다. 지도층인사다운 일을 한다고 생각되어 박수를 보내고 싶다.
역지사지(易地思之)란 말이 있다. 내가 칭찬을 받았을 때 얼마나 기분이 좋든가 생각해보자. 사람은 누구나 찾아보면 칭찬할 점이 꼭 있다고 믿는다. 좀 못생긴 사람도 자세히 보면 이목구비(耳目口鼻) 중 한 곳은 잘 생긴 데가 있다. 바로 그곳을 칭찬하면 되는 것이다.
나는 원래 칭찬을 잘하기로 이름난 사람이지만,(특히 음식점에서 서빙 하는 여인들에게) 오래 전, 직장생활을 할 때 동료들과 식당에 가서 있었던 일이다. 서빙하는 여인이 알맞은 키에, 날씬한 몸매, 박속같은 뽀얀 피부에 잘 익은 복숭아처럼 솜털이 난 보송보송한 얼굴, 오리지날 쌍까풀 눈, 선 그라스 걸치기에 알맞게 솟은 코, 금방 만져주고 싶은 귓밥이 달린 귀를 가졌는데, 아깝게도 곰보였다.
나는 무심코 대뜸
“당신 참 멋지네요. 보기 좋게 얽었어요. 그 얽은 곳에 복이 다닥다닥 붙어있어 앞으로 부자로 잘 살겠네요. 그리고 얽은 여자가 거시기도 좋다는데…….”
라고 했더니, 그 여인 왈,
“어쩜 그렇게 잘도 아세요?”
라고 응수, 아주 좋아하며 뭐 더 필요한 것이 없느냐고 하더니, 반찬을 추가로 더 갖다 주는 것이었다. 칭찬의 효과를 실감할 수 있었다. 좀 격에 맞지 않은 칭찬을 하면 멋쩍어하면서도 좋아하는 게 인간의 속 성이란 걸 자주 느꼈다.
내가 다닌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기초반 두 번째 수업시간에, 교수님이 숙제를 낸 적이 있었다. 밑천 안들이고 힘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웃는 것과, 칭찬하는 것이니 칭찬거리를 찾아오라는 것이었다.
어찌나 맘에 쏙 닿든지, 여기 입학하기 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게다가 다음 숙제 확인 시간에 발표자로 나를 끼워주는 것이었다. 난 속으로
“워매! 저 양반이 내가 칭찬에 달인, 도통한 사람이란 걸 어찌 알았당가?”
하며 같은 반 막내가 인사도 잘하고 칭찬도 잘하는 걸 칭찬하고, ‘수필 교수 하려면 관상도 잘 봐야 되는가보다.’라는 생각도 했다. 나는 앞으로도 칭찬하는데 절대 인색하지 않으리라 자신하고 있으며, 만일 그런 대회라도 있다면 도전하기 좋아하는 나도 출전하고 말 것이다.
그 곰보 여인은 지금쯤 부자가 되어, 얼굴 성형수술은 물론 했을 것이고, 나처럼 빨강 티셔츠에, 선 그라스를 끼고 에쿠스 차를 운전하고 코스모스 길을 달리는 여유 있는, 행복한 삶을 엮어가고 있으면 좋겠다. 만일 수필창작과정 강의실에서라도 만나면 더 칭찬을 잘 해줘야지.
“응! 이거 얼마만이요? 야! 그 동안 더 예뻐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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