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2006.10.05 05:57
상처(傷處)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정(야) 정 현 창
상처(傷處)를 낫게 하는 건 약이 전부가 아니다. 몸과 마음의 상처를 아물게 하는 건 깊은 사랑과 관심을 가져주는 게 아닐까 싶다.
나에겐 상처로 인한 흉터가 많다. 새벽 달리기를 할 땐 밤눈이 어두운 탓에 과속방지턱에 걸려 넘어져 무릎을 다치곤 했었다. 요즘은 인라인을 타면서 귀찮다는 이유로 보호 장구를 착용하지 않고 무리하게 타다가 어깨와 무릎을 다쳐 한참이나 고생하고 있다. 운동을 하다가 아스팔트위로 넘어지면 타박상(打撲傷)은 물론 찰과상(擦過傷)도 입는다. 상처가 생긴 즉시 깨끗한 물로 씻고 소독을 해주지만 그 뒤가 문제다.
타박상이든 찰과상이든 상처가 나면 운동을 자제하고 계속 치료해야 빨리 회복될 수 있다. 하지만 난, 운동을 하다가 다치는 것은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라는 생각으로 상처 따위는 무시해 버리고 계속해서 운동을 한다. 또한 술까지 마셔 상처를 키우며, 찰과상에는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수영도 계속하여 결국 염증이 생기도록 하고 만다. 그러면 상처 치유기간이 두세 배나 길어지면서 결국 훈장처럼 영광의 흉터가 남게 된다.
나는 다른 사람들 마음에 참 많은 상처를 준다. 아내라는 이유로, 자식이라는 이유로, 후배고 하급자라는 이유로 마음의 상처를 거리낌없이 주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미워서가 아니라 내가 그들을 사랑한다는 이유 로 내 뜻대로 하기 때문이다. 내 성격은 매우 직선적이어서 부드럽고 기분 좋게 말할 줄도 모른다. 오늘도 다른 사람들을 위하여 한다는 일방적인 내 말 때문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상처를 받았을까. 매일 후회하지만 고쳐지지 않는 성격 때문에 차라리 사람들을 만나지 않으려 할 때도 있다. 모든 상처는 만나고 부딪치는데서 시작된다. 혼자 있을 때는 고독하기는 하지만 상처는 생기지 않는다. 몸의 상처도 마찬가지로 넘어져서 아스팔트와 부딪쳐야 생기는 것이듯.
민족의 대명절인 추석이다. 올해는 유난히도 연휴가 길다. 모두가 즐겁고 풍요로운 추석이 돼야겠지만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 어느새 서해대교에서는 짙은 안개로 인하여 40대 가까운 차량들이 부딪쳐서 많은 사상자와 40억을 넘는 피해를 가져왔다. 이 대형참사는 명절을 맞아 마냥 즐겁기만 해야 할 국민들의 마음에 커다란 상처를 남기고 말았다. 매년 명절만 되면 많은 상처를 남긴다. 민족 대이동으로 인한 교통사고로 인명과 재산사고로 상처를 남기는 것은 물론 벌초를 하다가 다치는 상처, 과음으로 인한 상처도 남긴다. 또한 오랜만에 만난 친지들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받는 사람들이 있다. 큰 명절이 지나면 가정법원에 이혼청구가 늘어난다고 한다. 떨어져 살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가족들이 명절에 한 자리에 만나면 서로에게 원망을 하기도하고 그동안의 서운했던 마음을 털어놓기도 한다. 그러다 경건해야할 차례상 앞에서 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다. 종교적인 갈등과 재산문제로도 다투며, 부모님 모시는 문제로 언성이 높아지기도 한다. 고독하고 힘든 삶을 고향에서나마 위로와 휴식을 갖고자 찾아왔는데 도리어 깊은 마음의 상처만 남기고 헤어져야하는 사람들이 많다.
벌써부터 주방에서는 시어머니와 며느리들이 지지고 볶으며 음식 장만에 한창이다. 전을 부치노라 지글지글 기름 끓은 소리와, 며느리들의 웃음소리 또한 높아만 간다. 안방에선 오랜만에 둘러앉은 형제들이 그동안 밀렸던 정을 나누고, 아이들은 건넌방에서 컴퓨터게임에 푹 빠져있다. 이 얼마나 귀중하고 아름다운 시간인가. 갈수록 삭막해지고 치열해 가는 도시의 생활을 잠시 접어두고 물보다 진하다는 피가 같은 가족들의 만남이 아닌가. 올 추석은 몸과 마음의 상처가 없는 추석이 되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2006. 10. 5.)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정(야) 정 현 창
상처(傷處)를 낫게 하는 건 약이 전부가 아니다. 몸과 마음의 상처를 아물게 하는 건 깊은 사랑과 관심을 가져주는 게 아닐까 싶다.
나에겐 상처로 인한 흉터가 많다. 새벽 달리기를 할 땐 밤눈이 어두운 탓에 과속방지턱에 걸려 넘어져 무릎을 다치곤 했었다. 요즘은 인라인을 타면서 귀찮다는 이유로 보호 장구를 착용하지 않고 무리하게 타다가 어깨와 무릎을 다쳐 한참이나 고생하고 있다. 운동을 하다가 아스팔트위로 넘어지면 타박상(打撲傷)은 물론 찰과상(擦過傷)도 입는다. 상처가 생긴 즉시 깨끗한 물로 씻고 소독을 해주지만 그 뒤가 문제다.
타박상이든 찰과상이든 상처가 나면 운동을 자제하고 계속 치료해야 빨리 회복될 수 있다. 하지만 난, 운동을 하다가 다치는 것은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라는 생각으로 상처 따위는 무시해 버리고 계속해서 운동을 한다. 또한 술까지 마셔 상처를 키우며, 찰과상에는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수영도 계속하여 결국 염증이 생기도록 하고 만다. 그러면 상처 치유기간이 두세 배나 길어지면서 결국 훈장처럼 영광의 흉터가 남게 된다.
나는 다른 사람들 마음에 참 많은 상처를 준다. 아내라는 이유로, 자식이라는 이유로, 후배고 하급자라는 이유로 마음의 상처를 거리낌없이 주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미워서가 아니라 내가 그들을 사랑한다는 이유 로 내 뜻대로 하기 때문이다. 내 성격은 매우 직선적이어서 부드럽고 기분 좋게 말할 줄도 모른다. 오늘도 다른 사람들을 위하여 한다는 일방적인 내 말 때문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상처를 받았을까. 매일 후회하지만 고쳐지지 않는 성격 때문에 차라리 사람들을 만나지 않으려 할 때도 있다. 모든 상처는 만나고 부딪치는데서 시작된다. 혼자 있을 때는 고독하기는 하지만 상처는 생기지 않는다. 몸의 상처도 마찬가지로 넘어져서 아스팔트와 부딪쳐야 생기는 것이듯.
민족의 대명절인 추석이다. 올해는 유난히도 연휴가 길다. 모두가 즐겁고 풍요로운 추석이 돼야겠지만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 어느새 서해대교에서는 짙은 안개로 인하여 40대 가까운 차량들이 부딪쳐서 많은 사상자와 40억을 넘는 피해를 가져왔다. 이 대형참사는 명절을 맞아 마냥 즐겁기만 해야 할 국민들의 마음에 커다란 상처를 남기고 말았다. 매년 명절만 되면 많은 상처를 남긴다. 민족 대이동으로 인한 교통사고로 인명과 재산사고로 상처를 남기는 것은 물론 벌초를 하다가 다치는 상처, 과음으로 인한 상처도 남긴다. 또한 오랜만에 만난 친지들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받는 사람들이 있다. 큰 명절이 지나면 가정법원에 이혼청구가 늘어난다고 한다. 떨어져 살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가족들이 명절에 한 자리에 만나면 서로에게 원망을 하기도하고 그동안의 서운했던 마음을 털어놓기도 한다. 그러다 경건해야할 차례상 앞에서 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다. 종교적인 갈등과 재산문제로도 다투며, 부모님 모시는 문제로 언성이 높아지기도 한다. 고독하고 힘든 삶을 고향에서나마 위로와 휴식을 갖고자 찾아왔는데 도리어 깊은 마음의 상처만 남기고 헤어져야하는 사람들이 많다.
벌써부터 주방에서는 시어머니와 며느리들이 지지고 볶으며 음식 장만에 한창이다. 전을 부치노라 지글지글 기름 끓은 소리와, 며느리들의 웃음소리 또한 높아만 간다. 안방에선 오랜만에 둘러앉은 형제들이 그동안 밀렸던 정을 나누고, 아이들은 건넌방에서 컴퓨터게임에 푹 빠져있다. 이 얼마나 귀중하고 아름다운 시간인가. 갈수록 삭막해지고 치열해 가는 도시의 생활을 잠시 접어두고 물보다 진하다는 피가 같은 가족들의 만남이 아닌가. 올 추석은 몸과 마음의 상처가 없는 추석이 되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2006. 10.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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