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서와 조화
2006.10.08 08:37
질서와 조화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기초반 노진세
인간이 살아가면서 서로 부딪치지 않고 조화로운 삶을 유지하려면 질서가 필요하다. 질서를 지켜 나갈 때 서로간의 생활은 물이 흐르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무리 없이 흘러가게 된다.
우주와 대자연에 질서가 있고 인간들 사이에도 엄연한 질서가 존재한다. 질서는 내가 아닌 타인의 생활에 방해를 주지 않고 더불어 살아 나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민족 대명절인 추석을 보내던 중 길가에 소박하게 피어있던 코스모스 군락을 완상하였다. 추석 며칠 전인 개천절 날에는 짙은 안개가 끼어있던 서해안 고속도로 상행선 서해대교 북단에서 29중 자동차 연쇄 추돌사고가 발생하여 11명이 숨지고 50여명이 다쳤다는 사고 소식을 접했다. 가엾이 가족들 곁을 떠난 영혼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다.
또한 밤하늘에 무수히 반짝이는 별들의 세계를 배경삼아 그윽하고 탐스런 한가위 보름달을 보면서 이런저런 사색에 잠겼다. 보름달, 그 달이 없었다면 어둠이었을 하늘에서 부자와 빈자, 귀한 자와 천한 자를 가리지 않고 공평하게 은은한 달빛을 선사했던 만월(滿月). 함부로(?) 너무 센 빛을 발하는 태양은 감히 접근할 수 없어도, 달은 언제 어디서건 어려움을 호소하면 금방이라도 달려와 따스한 양손을 내밀어 맞잡고 위로해 줄 것만 같은 정서의 대상이 아니던가.
코스모스(cosmos). 꽃말은 ‘애정· 소녀의 순정’이라지만 영어 단어 뜻 그대로는 ‘우주·질서·조화’이다. 코스모스 만개한 길을 걷노라면 이유 없이 기분이 들뜬 경험이 있다. 초가을이면 어김없이 피었다가 지는 것이 우주와 자연의 질서인 양 조화를 부린다. 저희들끼리 형형색색의 꽃 잔치를 벌인다. 또 만개한 꽃들 중 어느 하나도 자기만을 강조하는 일없이 서로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 각자의 꽃이 필 자리가 정해져 있다. 그 자리는 어느 꽃도 침범하지 않는다. 이처럼 자연 속에 질서가 있으며 만물은 그 안에서 공생하는 것이다.
인간이 이 세상에 태어나는 것에 대하여 생각에 잠긴 일이 있다. 불교의 <잡아함경>에 인간으로 태어나는 인연을 강조하는 것으로 맹구부목(盲龜浮木)이라는 비유가 있다. 조그만 구멍이 하나 뚫린 나무 조각 하나가 바다 위를 떠다니고 있고, 백년 만에 한 번씩 바다 위로 떠오르는 눈 먼 거북이가 있다. 그런데 그 거북이가 바다 위로 떠오를 때, 마침 거기를 떠다니고 있는 그 나무 조각의 조그만 구멍 속으로 올라와 쉴 수 있게 된다면, 이것은 참으로 상상하기 어려운 일일 것이다. 이 세상에 인간으로 태어나기가 그와 같이 힘들다는 것이다.
교통사고는 100미터 앞도 분간할 수 없는 짙은 안개가 문제였다. 연쇄 추돌한 차량들이 사고현장을 목격하고 급정거했지만 사고를 피하지 못한 것이다. 차량을 운전했던 사람들이 안개로 인하여 교통의 흐름을 제대로 볼 수 없었기에 좀 더 주의를 기울여 운전했더라면 본인은 물론이고 유가족들에게도 그처럼 큰 슬픔을 안기는 대형 참사는 없었을 것인데······. 포도(鋪道)위에서 불타고 있던 차량을, TV화면을 통하여 지켜보는 참담한 심정은 더 이상 말하여 무엇 하랴.
자연속의 질서를 고이 간직하면서 우리의 눈과 마음을 손짓하는 코스모스. 무질서한 것처럼 보지지만 사실은 내면의 엄숙한 질서가 있었던 코스모스. 그리고 해마다 햇곡식과 햇과일이 익어갈 무렵 대자연의 질서에 순응하면서 어김없이 모습을 드러내는 한가위 보름달. 우리는 코스모스와 보름달에서 우주ㆍ자연 질서의 절대적 가치를 발견한다.
아름답고 고귀하고 존엄하며 신비하기까지 한 인간의 생명은 위대한 것이다. 인간은 연습으로 살아갈 수 없는 것이고 한 개인의 생명은 일생에 단 한 번 주어질 뿐이다. 우리가 사는 동안 법규범이든 도덕률이든 상호간에 유익한 것이라면 조화를 이루고 결실을 이루어 내기 위해서라도 끝까지 지켜낼 일이다. 이게 바로 질서라는 사실은 불문가지(不問可知)가 아닌가.
질서를 지키는 일은 한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가정과 사회를 지탱해 나가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기초반 노진세
인간이 살아가면서 서로 부딪치지 않고 조화로운 삶을 유지하려면 질서가 필요하다. 질서를 지켜 나갈 때 서로간의 생활은 물이 흐르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무리 없이 흘러가게 된다.
우주와 대자연에 질서가 있고 인간들 사이에도 엄연한 질서가 존재한다. 질서는 내가 아닌 타인의 생활에 방해를 주지 않고 더불어 살아 나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민족 대명절인 추석을 보내던 중 길가에 소박하게 피어있던 코스모스 군락을 완상하였다. 추석 며칠 전인 개천절 날에는 짙은 안개가 끼어있던 서해안 고속도로 상행선 서해대교 북단에서 29중 자동차 연쇄 추돌사고가 발생하여 11명이 숨지고 50여명이 다쳤다는 사고 소식을 접했다. 가엾이 가족들 곁을 떠난 영혼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다.
또한 밤하늘에 무수히 반짝이는 별들의 세계를 배경삼아 그윽하고 탐스런 한가위 보름달을 보면서 이런저런 사색에 잠겼다. 보름달, 그 달이 없었다면 어둠이었을 하늘에서 부자와 빈자, 귀한 자와 천한 자를 가리지 않고 공평하게 은은한 달빛을 선사했던 만월(滿月). 함부로(?) 너무 센 빛을 발하는 태양은 감히 접근할 수 없어도, 달은 언제 어디서건 어려움을 호소하면 금방이라도 달려와 따스한 양손을 내밀어 맞잡고 위로해 줄 것만 같은 정서의 대상이 아니던가.
코스모스(cosmos). 꽃말은 ‘애정· 소녀의 순정’이라지만 영어 단어 뜻 그대로는 ‘우주·질서·조화’이다. 코스모스 만개한 길을 걷노라면 이유 없이 기분이 들뜬 경험이 있다. 초가을이면 어김없이 피었다가 지는 것이 우주와 자연의 질서인 양 조화를 부린다. 저희들끼리 형형색색의 꽃 잔치를 벌인다. 또 만개한 꽃들 중 어느 하나도 자기만을 강조하는 일없이 서로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 각자의 꽃이 필 자리가 정해져 있다. 그 자리는 어느 꽃도 침범하지 않는다. 이처럼 자연 속에 질서가 있으며 만물은 그 안에서 공생하는 것이다.
인간이 이 세상에 태어나는 것에 대하여 생각에 잠긴 일이 있다. 불교의 <잡아함경>에 인간으로 태어나는 인연을 강조하는 것으로 맹구부목(盲龜浮木)이라는 비유가 있다. 조그만 구멍이 하나 뚫린 나무 조각 하나가 바다 위를 떠다니고 있고, 백년 만에 한 번씩 바다 위로 떠오르는 눈 먼 거북이가 있다. 그런데 그 거북이가 바다 위로 떠오를 때, 마침 거기를 떠다니고 있는 그 나무 조각의 조그만 구멍 속으로 올라와 쉴 수 있게 된다면, 이것은 참으로 상상하기 어려운 일일 것이다. 이 세상에 인간으로 태어나기가 그와 같이 힘들다는 것이다.
교통사고는 100미터 앞도 분간할 수 없는 짙은 안개가 문제였다. 연쇄 추돌한 차량들이 사고현장을 목격하고 급정거했지만 사고를 피하지 못한 것이다. 차량을 운전했던 사람들이 안개로 인하여 교통의 흐름을 제대로 볼 수 없었기에 좀 더 주의를 기울여 운전했더라면 본인은 물론이고 유가족들에게도 그처럼 큰 슬픔을 안기는 대형 참사는 없었을 것인데······. 포도(鋪道)위에서 불타고 있던 차량을, TV화면을 통하여 지켜보는 참담한 심정은 더 이상 말하여 무엇 하랴.
자연속의 질서를 고이 간직하면서 우리의 눈과 마음을 손짓하는 코스모스. 무질서한 것처럼 보지지만 사실은 내면의 엄숙한 질서가 있었던 코스모스. 그리고 해마다 햇곡식과 햇과일이 익어갈 무렵 대자연의 질서에 순응하면서 어김없이 모습을 드러내는 한가위 보름달. 우리는 코스모스와 보름달에서 우주ㆍ자연 질서의 절대적 가치를 발견한다.
아름답고 고귀하고 존엄하며 신비하기까지 한 인간의 생명은 위대한 것이다. 인간은 연습으로 살아갈 수 없는 것이고 한 개인의 생명은 일생에 단 한 번 주어질 뿐이다. 우리가 사는 동안 법규범이든 도덕률이든 상호간에 유익한 것이라면 조화를 이루고 결실을 이루어 내기 위해서라도 끝까지 지켜낼 일이다. 이게 바로 질서라는 사실은 불문가지(不問可知)가 아닌가.
질서를 지키는 일은 한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가정과 사회를 지탱해 나가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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