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하기

2007.04.19 15:56

공순혜 조회 수:57 추천:11

  칭찬하기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중급반 공순혜



  오늘도 K교수님은 칭찬하기로부터 수업을 시작하셨다. 갑자기 지명을 당하면 평소 잘 알았던 일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팔불출 같이 며느리 칭찬부터 시작했다. 교수님의 칭찬하기 시리즈가 이어지니 이제는 진지하게 정말 칭찬할 사람이 누구일까, 곰곰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게됐다. 정말로 칭찬하고 싶은 가족이 있다.  

  우리 딸 수현이의 시댁 식구들이다.
그 집은 4대가 한집에서 산다. 서로사랑하고 포옹하고 모자란 점을 감싸면서 가족 간의 끈끈한 정과 합쳐진 힘으로 모든 어려움도 극복하면서 '하나님' 은혜 가운데 축복으로 사는 가정이다. 시할머니는 기가 센 분이시다. 그래서 가족 모두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관장하신다. 내 외손녀 희진이 돌 때의 일이다. 그 댁 작은집과 고모집 할 것 없이 가지고온 선물들을 일일이 고하며 할머니 앞에 내놓았다.

  나는 사돈이랍시고 사위가 대신 나와 동생이 들고 간 선물을 고했다. 그 덕분에 외손녀는 그날 하루 금반지와 금팔찌에 묻혀 지내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동행한 동생이 선물장부를 일목 묘연하게 만들어드리는 것이 좋은 방법일 것 같다고 말해 우리는 한바탕 웃었다. 아흔이 넘으신 시할아버지는 인자하시고 말씀이 없으시다. 그렇지만 보이지 않는 힘으로 시할머니 기를 돋워주신다. 밖에서 사탕 한 개만 생겨도 손자들 모르게 할머니를 갖다준다고 한다.

  수현이 시아버지는 초등학교 선생님이셨다. 독실한 기독교신자이시며 지금은 장로시다. 수현이가 결혼한지 15년이 되었다 그렇지만 아침저녁 시할아버지에게 문안을 드리는 지극한 효심에, 새벽기도를 하루도 거르는 일이 없다며 수현이를 자랑하셨다. 아무리 어려운 일이 닥쳐도 잘 해결되고 사위가 경영하는 사업도 어려움없이 번창해간다고 한다. 그뿐만이 아니라 손자손녀의 인성교육을 도맡아 해주시기 때문에 그런지 밝고 긍정적이며 예의바르고 건강한 아이들로 잘 자라고 있다. 수현이 역시 시댁식구들의 많은 사랑을 받으며 온 가족의 도움으로 늘 감사하며 살고 있다. 언제나 겸손한 마음으로 시댁 식구들에게 최선을 다하여 공경하고 순종하는 딸아이를 칭찬해 주고싶다.

  딸의 시댁에는 4형제가 모두 가정을 꾸려 살지만 불협화음이나 불평이 없다한다. 서로 돕고 이해하며 살고있는 모두의 소망은 한 울타리 안에서 북적거리며 사는 것이라 한다. 거기에 사돈인 우리 가족도 포함시켜 주고싶다고 한다. 딸의 시댁에 들어서면 우선 분위기가 따스하다. 사람냄새가 나고 훈훈하여 낯선 사람들도 쉽게 정이 들게 한다. 주변 사람들도 딸의 시댁식구들을 부러워하며 칭찬이 마르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칭찬거리는 나에게는 타산지석(他山之石)이 되고, 내 허물은 반성의 계기가 된다.  

  캔 블랜차드의
"칭찬은 고래도 춤을 추게 한다."
라는 말이 아니라도 칭찬은 서로 기분 좋고 힘이 나며 용기가 생겨 때로는 춤추고 싶게 만든다. 얼마 전에는 내 처녀작 '기린봉에서'를 교수님 이하 동기생들이 분에 넘치는 칭찬을 해주셔서 몸둘 바를 몰랐지만 기분이 좋았고 용기가 생겼다. 사실 인터넷도 잘못하고 어휘구사력도 떨어지며 생각도 짧아지는데, 무슨 영광을 보겠다고 이 나이에 힘들게 살려고 할까? 포기하고픈 생각도 잠시였다. 수업시간마다 강의를 시작하기 전 수강생들로 하여금 칭찬거리를 찾아 발표하도록 하는 교수님의 지도방법에 박수를 보내드릭고 싶다.
                                               (2007. 04.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