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한지문화축제를 둘러 보고

2007.05.05 12:27

이수홍 조회 수:82 추천:23

전주한지문화축제를 둘러보고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기) 이수홍



방방곡곡에서 축제가 열리고 있다. 3월부터 열리기 시작하더니 5월이 되니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다. 나는 축제에 참석하기를 좋아한다. 2002년 월드컵 경기 땐 거리응원까지 나갔었다. 용돈이 모자랐던 시절에 비해 지금은 먹는 즐거움까지 있어 방에 틀어박혀 있는 것보다 훨씬 좋다. 축제에 참석하면 즐겁다. 눈, 코, 입, 귀, 팔과 다리가 다 즐겁다. 다리는 걷는 일을 담당하여 고역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적당하게 운동을 하고 봉사를 담당하니 제일 즐겁다.

축제는 세계 어느 나라나 다 열린다.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지역축제의 수는 연간 천여 개나 된다고 한다. 지방자치제가 부활된 뒤 각 자치단체에서는 지역을 알리고 관광객을 유치하여 지역경쟁력을 높인다는 명목으로 각종 지역 축제를 열고 있다. 그런데 이런 축제들이 ‘블루 오션’ 이 필요한 축제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수많은 우리나라 축제 중 타도에서 열리는 축제 참석은 내 고향 구레의 산수유축제와 남악제, 진해벚꽃축제 뿐이다. 독일 뮌헨의 10월 축제, 일본 삿포로의 눈 축제,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카니발, 브라질 삼바축제 등은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한 축제가 되었다. 그 축제에 가보지 못한 걸 한탄할 것은 없다.
우선 국내와 도내 축제부터 관람할 일이다. 3,4월에 산수유축제와 지리산 남악제에는 참석했었다. 나는 남악제 송만갑판소리대회에 출전해서 상도 받았던 주역의 하나였다.

5월 3일에는 전주한지문화축제를 관람했다. 2007년 전주문화축제는 전주국제영화제, 한지문화축제, 대사습놀이, 풍남제, 음식문화축제 등이다. 국제영화제는 4월 26일부터 열렸지만 정기검진을 하랴, 도립국악원 현장학습, 행촌 수필문학회 문학기행에 다녀오느라 ‘천년학’ 영화를 본 것으로 대신했다. 오후 6시 30분 한지문화축제 개막식이 열리는 전주 코아아울렛으로 갔다. 금년이 11회째인데 그간 한 번도 관람하지 않은 것을 알기라도 하듯 초대장이 와서 관람하기로 마음먹었다. 악단 ‘동남풍’의 퓨전타악과 금파무용단의 무용공연으로 막이 올랐다. 전주시장, 시의회의장의 축사와 조직위원장의 개회선언은 30초를 벗어나지 않게 짧아서 좋았다. 인사말과 스커트는 짧을수록 좋다고 했던가. 마지막 황손 이석 님은 전주가 조선왕조의 뿌리라며 역사 깊은 전주한지문화를 세계화시키자고 강조했다.

이어서 전주한지국제패션쇼가 열렸다. 펑펑 소리와 함께 형형색색의 불꽃이 터지고 훨훨 나는 물방울들이 나에게까지 날아와 분위기를 살려주었다. 삼년연속 참석한다는 미국, 독일, 스위스의 여성아티스트 세 사람의 전주한지에 대한 칭찬의 말이 자리를 더욱 빛냈다. 다양한 한복과 양장을 날씬한 모델들이 입고 보여준 쇼는 화려하기 그지없었다. 발을 앞으로 내딛을 때 뒷다리의 장딴지가 앞다리의 장딴지를 살짝 스치며 사뿐사뿐 뛰는 듯 걷는 캐트워크(cat walk)는 환상적이었다. 스위스, 미국, 네덜란드, 이태리의 작품도 보였다.

전시실에서 다양한 제품을 보고 한지의 특성을 알았다. 한지는 원적외선 방출, 항균성, 소취성, 속건성, 용이한 염색성 등의 좋은 기능이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벽지에서부터 한복, 양장 외에 수의, 넥타이도 있었다. 속옷, 유아복, 잠옷, 양말, 침구류 등을 만들 수 있는 원사와 원단도 개발했단다. ‘종이로 옷을 만들어 세탁이 가능할까?’ 란 의문을 가졌던 내 생각은 기우였다. 국내외의 수요기반 확대와 제품의 표준화 및 기술혁신을 통해 겨레의 산업으로 발전하여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문화상품이 되기를 바란다.
  
전주에서 열리는 이 좋은 문화행사를 11회 만에야 관람한 내가 부끄러웠다. 전주는 문화생활을 고급스럽게 할 수 있는 도시라서 내가 머물러 살게 된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앞으로 전주는 물론 우리 고장에서 열리는 각종 축제에 참가하여 문화생활을 누려야겠다고 다짐했다.
                                                [2007.5.3.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