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 진안은

2007.06.03 09:28

임두환 조회 수:92 추천:16

내 고향 진안은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기)  임두환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젊어서나 나이를 먹어서나 다를 바 없다. 비록 몸은 고향을 떠났어도 마음은 언제나 고향에 산다. 이를 두고 수구초심(首邱初心)이라 했던가.

내 고향 진안(鎭安)은 살아 숨쉬는 용담댐과 솟구쳐 오른 마이산이 함께 어우러진 인심 좋고 살기 좋은 고장이다. 진안은 전라북도 동부권의 중심지로서 호남에서 영남으로 들어가는 교통의 요충지로서, 전주에서 동쪽으로 36Km지점에 자리잡고 있다. 예전에는 곰티재 길과 모래재 길로 다니느라 어려움이 많았지만, 지금은 소태정재를 이용하는 4차선도로가 확 트여서 자동차로 40여 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예전에 곰티재는 공포의 길이었다. 구불구불한 비포장 비탈길이었고, 창문 밖으로는 천 길 낭떠러지였다. 눈이 한 번 내리면 봄이 돼서야 그 눈이 녹아내렸던 어렸을 때의 추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진안의 옛 이름은 백재시대에는 난지아(難珍阿)현이라 불리면서 고을 터가 열렸다 한다. 난지아는 높은데 위치한 고을이라는 뜻이었고, 진안은 풍수지리사상으로도 예사로운 곳이 아니었다. 호남정맥과 금남정맥이 마이산에서 시작됐고, 금강과 섬진강이 진안에서 발원되니 넓게 보면 마이산은 산태극과 수태극의 중심이다. 진안이 편하지 않으면 호남지역이 평안할 수 없다고 하였다. 그래서 고을 이름을 진정시켜 편안하게 해야한다는 뜻으로 진안(鎭安)이라 불렀다고 한다.  

내 고장 진안은 호남평야의 지붕이다. 고원분지여서 산과 물의 조화를 이루는 천혜의 아름다운 곳으로 청정농산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자연조건이 잘 갖추어진 멋과 맛의 고장이 바로 진안이다.  

진안에는 세계적으로 이름난 신비의 영산 마이산(馬耳山)이 있다. 마이산은 수많은 전설과 역사를 지닌 명승 제12호의 영산이다. 해발 674m의 암마이봉과 667m의 숫마이봉으로나뉘는데「신증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봉우리 2개가 높이 솟았다하여 용출봉이라 했고, 신라 때는 서다산이라 불렀으며, 조선시대에는 태종이 그 모양이 말귀 같이 생겼다 해서 마이산이라 이름붙인 이래 지금까지 불려지고 있다. 계절 따라 돛대봉, 용각봉, 마이봉, 문필봉 등으로 모습을 달리하며 찾는 이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기도 한다. 진안에서 태어난 허호석 시인은

    “마이산아, 부부산(夫婦山)아, 하늘에 오르지 못한 애절한 사연
     천지탑(天地塔)에 가슴가슴 괴었는가?
     천상천하(天上天下) 못다한
     사랑의 영원한 화신(化身)이여!(하략)”

라며, 마이산에 어린 전설을 시(詩)로 읊기도 하였다.

  내 고향 진안에는 맑고 깨끗한 생명수 용담호(龍潭湖)가 있다. 용담호는 용담면, 안천면, 정천면, 주천면, 상전면, 진안읍 일부를 수몰시킨 거대한 담수호로 전라북도 도민의 젖줄 역할을 하고있다. 용담이라는 이름은 예로부터 용(龍)이 물을 만나면 기(氣)를 편다는 전설을 안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다섯 번째 규모를 자랑한다는 용담호는 사계절 ‘체험형, 체류형’ 종합관광지로 개발하고자 한창이다. 해마다 10월 중순이면 용담호전국마라톤대회가 열리고, 댐 주위로 이어지는 이설도로는 호수의 경관과 어울려 환상의 드라이브코스다. 진안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관광명소가 되고 있지만, 고향 잃은 수몰민을 생각하면 가슴이 찡하다.  

진안에는 노령의 기가 꿈틀대는 운장산(1,126m)이 있다. 운장산은 부귀, 정천, 주천 3개면과 완주군 동상면에 걸쳐 있는 노령산맥의 주봉이다. 드높은 산에 언제나 구름이 감돈다고 해서 운장산이라고 했다는데 요즈음에는 산행명소로 손꼽히고 있다. 주변 산자락에는 감나무가 많아서 씨없는 곶감이 유명하고, 이른 봄 입춘쯤이면 고로쇠 물을 찾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진안읍에서 정천을 거쳐 26km를 달리다 보면 주천면 대불리 방향으로 운일암반일암(雲日岩半日岩)의 장관이 시작된다. 운장산계곡을 따라 바위사이를 휘감아 도는 맑은 물과 기암절벽이 조화를 이루는 옥수청산  운일암반일암이 있다. 깊은 계곡이라 쉽게 해가 진다고해서 운일암이고, 깊은 계곡이라 햇빛을 하루에 반나절 밖에 볼 수 없다하여 반일암이라고 한다. 사시사철 아름다운 곳이지만, 피서철인 여름이면 전국 각지에서 몰려드는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진안군 상전면 수동리에는 내륙의 섬이라 불리워지는 죽도가 있고, 주천면 운봉리 구봉산은 주봉 천황봉(1,002m)을 비롯하여 여덟 개의 봉우리가 뾰족하게 솟구쳐 주변 전망이 좋아 많은 등산객이 찾는 곳이다. 백운면 소재지에서 덕태산(1,113m)자락을 따라 5km쯤 올라가면 산천이 어우러진 백운동계곡이 아름답고, 성수면 좌포리에는 자연이 빚어낸 천연냉장고 풍혈냉천(風穴冷泉)이 있다. 이밖에도 운장산 자연휴양림, 정천면 갈거계곡, 진안읍 가막천유원지, 상전면 월평천, 섬진강 발원지인 백운면 데미샘 등이 있어서 맑고 깨끗한 진안을 한껏 뽐내고 있다.    

예로부터 진안은 볼거리도 많지만, 청정농산물로 이름난 곳이다. 전북인삼의 본고장인 진안 인삼은 전국 생산량의 18% 수준을 차지하고 있다. 연간 3백톤 규모의 처리능력을 갖춘 진안인삼종합처리장과 여러 곳에 가공공장이 세워진 인삼은 진안의 대표적인 특산물이다. 또 진안에는 최고의 맛을 자랑하는 흑돼지고기 ‘깜도야’가 유명하다. 깜도야는 낮과 밤의 높은 기온 차에 의해서 육질이 치밀하고 담백하여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또한 담백하면서도 쫄깃쫄깃한 ‘애저요리'는 진안에서나 맛볼 수 있는 귀한 음식이다. 용담댐주변 민물매운탕도 새롭게 태어났고, 더덕구이와 산채백반, 도토리묵도 질 좋은 토산품을 사용하여 맛좋기로 이름이 나있다. 진안에서 생산되는 전통한과(漢菓) 역시 품질이 우수하여 전국적으로도 정평이 나있고, 고랭지 무, 배추, 태양고추, 표고버섯, 더덕, 인진쑥, 씨없는 곶감 등도 청정고원을 바탕으로 재배되어 품질의 우수함이 널리 알려져 있다.

진안은 예로부터 은자(隱者)의 고장이라고 했다. 사통팔달의 도로망이 이루어진 지금에도 진안은 어쩐지 덜 다듬어진 느낌이다. 그래서 더 정감이 가는지도 모른다. 천혜의 자연자원이 삶속에 그대로 보존돼 있고, 청정농산품을 이용한 갖가지 향토전통음식이 즐비한 곳이 내 고장 진안이다. 신비의 영산 마이산의 정기를 받고 태어나서 초, 중, 고등학교를 이곳에서 나왔고, 젊은 시절부터 꿈을 키워오던 곳이 내 고장 진안이다. 내 고향 진안을 생각하면 언제라도 콧날이 시큰해지곤 한다.  

                                          

                                                        ( 2007. 6. 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