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글

2007.06.28 12:32

성기조 조회 수:110 추천:49

(7월의 글)




작은 것에 대한 관심과 글쓰기




성 기 조

(시인. 한국문인협회 명예회장)




최근 <이렇게 써야 보스가 주목한다>란 책을 읽었다. 기업들이 사원들의 능력을 높이는데 몰두하는 여러 가지 방법들이 소개된 책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취직만하면 글과 멀어지는데, 이 책을 보니 취직한 뒤에도 글을 더 가까이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이 수없이 소개되어 있었다.

특히 우리 기업의 영업사원들은 직접 만나 이야기로 상품 설명하는데 외국의 유수한 기업의 영업사원들은 글쓰기에 더 몰두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날마다 대하는 이메일과 인터넷은 모두 글이기 때문에 알기쉽게 표현되어야 하고 요령있게 정리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이게 모두 글쓰기의 기술에 해당된다.

우리나라의 실정은 대학만 졸업하면 글쓰기와 인연이 끝난다고 생각했는데 실로 날벼락 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세계의 일류 기업들은 부실한 보고서와 기안서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돈을 낭비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 말을 뒤짚어 보면 기안자의 아이디어가 부족하고 글의 완성도가 떨어지고 자신의 업무에 대한 이해력이 부족하면 글도 못쓰고 업무도 형편없다는 말이다. 어떤 기업이 이런 사람을 사원으로 놔두겠는가? 좋은 기업이나 회사에서 살아 남으려면 남보다 글쓰기에서 뛰어난 실력을 가져야 한다. 때문에 세계적인 기업에서는 사원들을 위해서 글쓰기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그 까닭은 좋은 글은 뛰어난 사고력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좋은 글을 쓰려면 먼저 아주 작은 것부터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는게 중요하다.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 옆집에서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 아침에 일어나 듣는 뜨락에 있는 나무 위에서 지저귀는 작은 새의 지저귐 소리를 들으며 깊은 생각에 빠져보면 글을 쓰지 않고는 못배긴다. 작은 소리에 귀기우리는 일은 하찮은 것들에게도 관심을 갖는다는 뜻이고 무엇이고 예사로 보아 넘기지 않는다는 일이다. 아주 작은 것들을 보고 느낀 생각을 정리해서 글로 남긴다는 것은 스스로의 삶을 성찰과 사유를 통하여 뜻있게 살아가려는 노력이다.

눈부신 햇살이 솟아오르는 이른 아침, 숲속을 거닐며 풀벌레의 울음을 듣는 이의 마음은 평화와 안정으로 가득찬다. 생명의 외경심은 물론, 작은 소리에서 우주의 비밀을 듣는 것과 같은 신비로움이 함께 들리기 때문에 경건한 마음가짐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작고 가늘게 들리던 새소리가 크고 웅장하게 들릴때도 있다. 그 아름다움은 말로 형언키 어렵다. 시벨리우스는 ‘아름다움이란 그것을 발견하는 사람의 것’이라고 말하였다. 아름답고 경건하고 웅장한 아침 풍경을 풀벌레의 작은 소리에 비유하여 한편의 글을 쓰거나, 생산제품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알리는 설명문을 웹사이트에 올리고 이메일로 보내는 일들이 다를 게 없다. 글을 통해서 자신이 가진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측면에서 보면 똑같은 의미를 부여할 수밖에 없다. 모두 글쓰기에 해당된다.

현대를 가리켜 글이 죽어가는 시대라고 호들갑을 떨면서 글쓰기를 포기하는 친구들이 늘고 있다. 그들은 학교를 졸업하면 글도 졸업한다고 말하지만 각종매체나 보고서, 기안서 따위가 모두 훌륭한 글쓰기를 요구하고 있다. 곧 성공한 비즈니스는 글쓰기의 기술을 점점 더 요구하고 있다.

좋은 글쓰기는 책을 많이 읽고 글을 많이 쓰는 길밖에 없다. 항상 마음에 글감을 준비하고 있다가 어디선지 글을 쓰는 연습을 지속적으로 해야하고 남들은 어떻게 썼는지 비교해 보는 것이 王道왕도가 된다.

노벨 문학상까지 탄 버나드 쇼의 아내는 남편의 글을 보고 항상 불만을 표시했다. 이게 글이냐고, 그럴때마다 쇼는 ‘걱정말아요. 몇 번의 수정을 거치면 아주 명문이 될꺼요.’ 라고 대답했다.

세계적인 문호도 사정이 이런데 자신이 쓴 글에 퇴고를 하지 않고 명문이 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글에 대한 모독이란 생각이다. 글을 못 쓴다고 처음부터 겁먹지 말고 계속 좋은 글을 쓰기 위하여 노력한다면 스스로의 목적은 꼭 이룰 것이다. 작은 것부터 알맞은 표현을 찾아 글로 쓰는 습관을 기르는 일이 글을 잘쓰는 王道왕도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