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땅, 순천만을 찾아서
2007.10.30 08:40
생명의 땅, 순천만을 찾아서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정 임두환
“사나이 우는 마음을 그 누가 아랴/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의 순정/
사랑에 약한 것이 사나이 마음, 울지를 말아라/ 아~아~아~ 갈대의 순정// (하략)”
‘갈대의 순정’은 하나밖에 없는 나의 지정곡이다. 누군가가 이 노래를 먼저 부르게 되면 난감하기 그지없다. 순천만 갈대축제를 둘러보고 돌아오는 행촌수필문학회 회원들 앞에서 목청껏 불렀던 노래도 바로 이 ‘갈대의 순정’이었다.
오늘은 행촌수필문학회 가을문학기행이 있는 날이었다. 구름 한 점 없는 높은 하늘에 산들바람까지 불어주는 전형적인 가을 날씨였다. 관광버스가 전주 시내를 벗어나자 회원 25명은 앞자리에서부터 자기소개에 들어갔다. 대부분 알고 지내던 사이였지만, 더러는 처음 본 얼굴도 있었다. 남원을 거쳐 전남 구례를 지나가려는데 구례가 고향이라며 이수홍 선생님께서 마이크를 잡았다. 구례 산동에는 오래 전부터 산수유가 유명하여, 매년 3월이면 구례산수유축제가 열린다고 하면서,
“옛날에는 산수유열매 껍질을 처녀들이 입으로 깠기 때문에, 산동처녀와 입을 맞추면 보약 한 제 먹는 것보다 효험이 있다.”
고 해서, 모두 웃음을 자아냈다. 이렇게 인사를 나누고 웃고 즐기는 사이에 버스는 어느새 순천만 갈대축제장에 다다랐다.
말로만 들던 순천만갈대축제는 대단했다. 넓은 주차장에는 관광버스들이 즐비하였고, 많은 관광객들은 깊어가는 가을의 끝자락을 이곳에서 붙잡을 요량인지 발 디딜 틈도 없었다. 순천만은 800만 평의 갯벌에 70만 평의 갈대밭, 천연기념물 제228호 흑두루미를 비롯하여 검은머리 갈매기가 서식한다는 세계적인 연안습지로 산과 들, 강, 염습지 등이 함께 어우러진 자연의 보고, 생태관광지였다.
축제장에 들어서니 경연행사장, 부대행사장, 전시마당, 체험마당에는 사람들을 불러 모으느라 정신이 없었다. 내가 보고 싶은 곳은 이벤트행사장이 아니라 갯벌 갈대밭이었다. 행사장을 대충 둘러보고는 뜀박질이라도 하듯 갈대밭으로 달려갔다. 갈대밭은 김제만경들판보다도 넓어보였고, 갈대숲을 가로지르는 수로는 운하처럼 길어보였다. 눈앞에 펼쳐진 갈대밭은 한마디로 장관이었다.
갈대숲 탐방로를 따라 일렁이는 갈대꽃이 햇살을 받아 은빛, 잿빛, 금빛으로 변하였고, 갯벌 웅덩이에는 어린 짱뚱어들이 노닐고 있었다. 짱뚱어는 몸이 가늘고 길었으며, 머리는 넓죽하고, 좁다란 눈은 머리끝에 툭 삐어져 나온 것이 마치, 물고기 왕국의 수문장 같아 보였다. 갈대숲 탐방로는 사랑과 낭만이 넘치는 길이었다. 연인끼리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 모습이 정겨웠고, 가족끼리 카메라 앞에서 추억을 담는 모습도 아름다웠다.
순천만갈대밭을 제대로 구경하려면 용산전망대에 오르는 길과 유람선을 타고 선상투어를 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었다. 나는 서슴없이 용산전망대 길을 택했다. 용산전망대에 오르니 드넓은 순천만갯벌과 S자형의 수로가 한눈에 들어 왔다. 일렁이는 은빛갈대밭의 풍경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용산전망대에 오르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망대에서 문화유산 해설사를 만날 수가 있었던 것도 행운이었다. 해설사 말에 따르면 순천만갯벌은 전혀 훼손되지 않은 자연 상태여서 다양한 생물들이 살고 있다고 하였다. 갈대와 모세달은 비슷하게 보이지만 잎, 줄기, 뿌리의 형태가 다르고, 붉은색을 띤 칠면초는 염생식물로서 환경정화를 하는데 일등공신이라고도 했다. 가을철 추수가 끝날 무렵 어김없이 순천만을 찾아드는 천연기념물 흑두루미는 행운, 행복, 가족애를 상징한다며, 부부 중 어느 한 쪽이 먼저 죽으면 남은 짝은 재혼하지 않고 평생 혼자 살아간다고 하였다. 황혼이혼이 늘고 있는 요즈음,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해볼 일이었다.
우리나라 최고의 생태관광지 순천만은 자연의 보고였다. 드넓은 갯벌과 갈대군락지는 한마디로 장관이었고, 다양한 생명체들의 안식처였다. 천연기념물인 흑두루미와 검은머리갈매기 떼를 만나고, 개운한 짱뚱어탕을 맛보고 싶거든 가족과 함께 이곳 생명의 땅! 순천만을 찾아야 할 일이려니 싶었다.
( 2007. 10. 27. 문학기행을 다녀와서 )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정 임두환
“사나이 우는 마음을 그 누가 아랴/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의 순정/
사랑에 약한 것이 사나이 마음, 울지를 말아라/ 아~아~아~ 갈대의 순정// (하략)”
‘갈대의 순정’은 하나밖에 없는 나의 지정곡이다. 누군가가 이 노래를 먼저 부르게 되면 난감하기 그지없다. 순천만 갈대축제를 둘러보고 돌아오는 행촌수필문학회 회원들 앞에서 목청껏 불렀던 노래도 바로 이 ‘갈대의 순정’이었다.
오늘은 행촌수필문학회 가을문학기행이 있는 날이었다. 구름 한 점 없는 높은 하늘에 산들바람까지 불어주는 전형적인 가을 날씨였다. 관광버스가 전주 시내를 벗어나자 회원 25명은 앞자리에서부터 자기소개에 들어갔다. 대부분 알고 지내던 사이였지만, 더러는 처음 본 얼굴도 있었다. 남원을 거쳐 전남 구례를 지나가려는데 구례가 고향이라며 이수홍 선생님께서 마이크를 잡았다. 구례 산동에는 오래 전부터 산수유가 유명하여, 매년 3월이면 구례산수유축제가 열린다고 하면서,
“옛날에는 산수유열매 껍질을 처녀들이 입으로 깠기 때문에, 산동처녀와 입을 맞추면 보약 한 제 먹는 것보다 효험이 있다.”
고 해서, 모두 웃음을 자아냈다. 이렇게 인사를 나누고 웃고 즐기는 사이에 버스는 어느새 순천만 갈대축제장에 다다랐다.
말로만 들던 순천만갈대축제는 대단했다. 넓은 주차장에는 관광버스들이 즐비하였고, 많은 관광객들은 깊어가는 가을의 끝자락을 이곳에서 붙잡을 요량인지 발 디딜 틈도 없었다. 순천만은 800만 평의 갯벌에 70만 평의 갈대밭, 천연기념물 제228호 흑두루미를 비롯하여 검은머리 갈매기가 서식한다는 세계적인 연안습지로 산과 들, 강, 염습지 등이 함께 어우러진 자연의 보고, 생태관광지였다.
축제장에 들어서니 경연행사장, 부대행사장, 전시마당, 체험마당에는 사람들을 불러 모으느라 정신이 없었다. 내가 보고 싶은 곳은 이벤트행사장이 아니라 갯벌 갈대밭이었다. 행사장을 대충 둘러보고는 뜀박질이라도 하듯 갈대밭으로 달려갔다. 갈대밭은 김제만경들판보다도 넓어보였고, 갈대숲을 가로지르는 수로는 운하처럼 길어보였다. 눈앞에 펼쳐진 갈대밭은 한마디로 장관이었다.
갈대숲 탐방로를 따라 일렁이는 갈대꽃이 햇살을 받아 은빛, 잿빛, 금빛으로 변하였고, 갯벌 웅덩이에는 어린 짱뚱어들이 노닐고 있었다. 짱뚱어는 몸이 가늘고 길었으며, 머리는 넓죽하고, 좁다란 눈은 머리끝에 툭 삐어져 나온 것이 마치, 물고기 왕국의 수문장 같아 보였다. 갈대숲 탐방로는 사랑과 낭만이 넘치는 길이었다. 연인끼리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 모습이 정겨웠고, 가족끼리 카메라 앞에서 추억을 담는 모습도 아름다웠다.
순천만갈대밭을 제대로 구경하려면 용산전망대에 오르는 길과 유람선을 타고 선상투어를 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었다. 나는 서슴없이 용산전망대 길을 택했다. 용산전망대에 오르니 드넓은 순천만갯벌과 S자형의 수로가 한눈에 들어 왔다. 일렁이는 은빛갈대밭의 풍경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용산전망대에 오르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망대에서 문화유산 해설사를 만날 수가 있었던 것도 행운이었다. 해설사 말에 따르면 순천만갯벌은 전혀 훼손되지 않은 자연 상태여서 다양한 생물들이 살고 있다고 하였다. 갈대와 모세달은 비슷하게 보이지만 잎, 줄기, 뿌리의 형태가 다르고, 붉은색을 띤 칠면초는 염생식물로서 환경정화를 하는데 일등공신이라고도 했다. 가을철 추수가 끝날 무렵 어김없이 순천만을 찾아드는 천연기념물 흑두루미는 행운, 행복, 가족애를 상징한다며, 부부 중 어느 한 쪽이 먼저 죽으면 남은 짝은 재혼하지 않고 평생 혼자 살아간다고 하였다. 황혼이혼이 늘고 있는 요즈음,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해볼 일이었다.
우리나라 최고의 생태관광지 순천만은 자연의 보고였다. 드넓은 갯벌과 갈대군락지는 한마디로 장관이었고, 다양한 생명체들의 안식처였다. 천연기념물인 흑두루미와 검은머리갈매기 떼를 만나고, 개운한 짱뚱어탕을 맛보고 싶거든 가족과 함께 이곳 생명의 땅! 순천만을 찾아야 할 일이려니 싶었다.
( 2007. 10. 27. 문학기행을 다녀와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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