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그리던 금강산

2007.11.15 15:09

박귀덕 조회 수:728 추천:2

꿈에 그리던 금강산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정 금요반 박귀덕




    금강산~ ~ 금강산 ~ ~ / 이름이 좋아서 금강이드냐~

    경치가 좋아서 금강이드냐~ / 이름이 좋아서 금강이드~ 냐~

    봉우리마다 비단이요~ / 골짜기마다 구슬이니

    무릉도원이 여~기일세 ~ / 닐닐닐~ 닐리루닐릴

    닐리루리루리~  닐리루닐리 / 잠든 소나무 어깨춤 추니

    목쉰 까치가~ 노랠허네 / 까옥까옥까옥 까옥이가 울음우니

    두견새 너는 무엇이 슬퍼 / 앞산에 앉어 귀촉도~ ~

  (중간 생략)

  경치좋은 금강산에서 즐거운 노래 불러보세~

  흥겨운 노래나 불러보세~    


가보고 싶었다. 그곳에 가서 목청껏 노래를 불러보고 싶어 민요도 열심히 배웠다. 몇 년 전에 배를 타고 다녀온 사람들도 부러웠고, 요즈음 육로로 다녀온 사람들도 부러웠다.  즐거운 여행을 위해 강원도 휴휴암에서 송이 막걸리로 목을 축였다. 암자에서 바라본 동해바다는 여행자의 마음을 들뜨게 했다. 늦가을 휘익 ~ 휘익 ~ 부는 바람은 파란 바닷물을 너울너울 춤추게 했다. 모른 이들의 모임에 끼어 떠나는 여행이라 서먹서먹했으나 금강산에 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 만족했다. 내가 가고 싶을 때 훌쩍 다녀올 수 있는 곳이 아니라서 가고 싶은 마음이 더욱 간절했는지도 모른다.

낙산사에서 1박하고 새벽 6시에 화진포 아산휴게소에 도착했다. 북측반입금지 물품(휴대폰,신문,서적,라디오 등)은 그대로 우리가 타고 온 차에 놓고 금강산관광 지정업체 버스로 바꿔 탔다. 가이드도 탔다. 외국여행에서는 가이드를 잘 만나야 여행이 재미가 있다. 그 짧은 기간에 금강산을 모두 알고 오기는 장님이 코끼리 만져보기와 무엇이 다르랴. 가이드의 설명을 통해 금강산을 볼 수 있었다. 남측 출입사무소에서 수속을 밟고 철길을 따라 북녘으로 갔다. 감호 뒤편으로 낙타봉이 우리를 맞았다. 호수에서 한가롭게 자맥질하던 오리도, 길가의 단풍진 들풀도, 드높은 하늘에 떠있는 구름도 남측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을 풍경이나 다를 바 없었다. 삼팔선은 유행가 가사처럼 철조망으로 가로막아 놓은 줄 알았는데 낮은 시멘트 푯말이 철길에 서있을 뿐이었다. 남강을 지날 때에 방랑시인 김삿갓과 처녀 뱃사공의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북측출입사무소에 도착하여 자기 짐들을 모두 들고 차에서 내렸다. 차 안에 짐이 있으면 차량 검사를 받을 때 운전기사가 복잡하다고 했다. 가끔은 출입사무소 직원이 관광객의 직업이나 사는 곳을 물어서 대답이 틀리면 벌금을 낸다고 했다. 긴장되고 겁도 났다. 그러나 우리 일행은 별 문제 없이 통과했다. 외국여행을 하듯이 검색대를 거쳐 도로에서 내가 타고 온 차를 기다렸다. 검색이 끝난 차가 먼저 출발하지 않고 그 날 일행 모두가 검색이 끝나길 기다려 같이 출발했다.

온정각 동편에서 셔틀버스를 탔다. 관광코스별로 일제히 출발하고자 관광객들이 차안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관광 준비가 모두 완료되고 북측 선도(先導)차를 따라 만물상 코스로 갔다. 우리 일행이 VIP라서 앞․뒤에서 에스코트해 주는 거라고 가이드가 익살을 떨었다. 모래재보다 더 구불구불한 산길을 멀미를 하면서 올라갔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산세(山勢)는 금강산임을 느끼게 했다. 만물상 코스의 가을 단풍은 바람에 다 날려가고 없었다. 풍악을 보려고 늦가을에 갔는데  괴암 괴석만이 개골산임을 말해주었다.

북측 아가씨의 만물상 등산 코스에 대한 설명도 들었다. 잘 웃고 이야기도 많이 해주었다. 주차장 주변에 기념품을 파는 노점상과 찰옥수수, 막걸리, 음료수 등 군것질감을 파는 포장마차가 있었다. 보존된 자연을 헤칠까봐 염려한다면 기우(杞憂)이겠지……. 나도 찰옥수수를 사서 맛있게 먹었다.

저녁에는 금강산문화회관에서 평양모란봉교예단의 공연을 감상하고 나오는데 모든 단원들이 일어서서 손을 흔들었다. 괜히 가슴이 뜨겁고, 코끝이 시큰해지며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내 동기간을 떼어놓고 오는 것 같은 아린 마음이었다. 10월의 마지막 밤을 금강산에서 보낸다는 설렘도 있었다. 마음에 맞는 룸메이트면 오래 기억될 추억의 밤이 되겠지 하는 기대도 있었다. 담배연기 자욱한 주막에서 막걸리를 마시며 정치를 논하던 기개도, 옷깃을 세우고 낙엽을 밟으며 거리를 헤매던 낭만도, 차를 마시며 명상에 잠기는 고상함도 오늘 밤은 엄두를 내지 못하고 낯선 여자의 코골이를 들으며 콘테이너 박스에서 잠을 청했다.  

온천빌리지에 들어가기 전에는 팬션 정도로 예상했는데 좁은 방에 5명이 합숙을 했다. 화장실과 샤워실은 20m ~ 30m 정도 떨어진 곳에 공동 사용하도록 설치되어 있었다. 저녁식사는 온정각 동편에 있는 광개토식당에서 한식으로 풍성하게 먹었다. 그 식당 지배인 부모님과 같은 일행이라고 해서 덕을 본 것 같았다. 다음 날 아침식사는 호텔에서 먹었는데 고구마가 나왔다. 맛은 없지만 변비를 예방하기 위해 먹었다. 우리 한식과는 좀 다르게 밥의 양이 많고 반찬은 개인별로 놓아 주었다.  

점심은 옥류관에서 냉면을 먹었다. 비빔냉면을 시켰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비빔냉면이 아니었다. 물냉면은 12,000원, 쟁반냉면은 15,000원이었다. 비빔냉면을 시킨 사람들이 쟁반냉면을 받고 이건 아니라고 말했다. 음식점 여자종업원들의 이야기는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이 다르다며, 함흥냉면은 쟁반냉면이 비빔냉면이라고 해서 그냥 먹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이 꼭 맞는 말이었다. 그 곳에서는 이유가 없었다.
"비빔냉면인데 왜 물이 있느냐? 이건 물냉면이잖아?"
그런 말이 통하지 않았다. 주문을 받을 때에는 아무 말 없이 비빔냉면으로 주문을 받고서는 주문하지 않은 쟁반냉면을 주면서 음식에 입맛을 맞춰 먹으라고 했다. 내 집 손님이 아니라서 불친절한 걸까? 손님이 왕이라고 하면 큰일 날 것 같았다.

금강산, 그 곳에는 먹이가 없어 산새가 없고, 물이 너무 맑아 물고기가 없다고 한다. 구룡연 가는 길에 산새의 울음소리가 없어 허전했고, 그 맑은 물에 비단 잉어가 놀지 않아 쓸쓸했다. 단풍나무 가지 사이에서 푸드득 날아다니며 재잘대는 산새 소리가 그립고, 무대바위 그 맑은 물에 비단잉어가 노는 모습을 그려보았다. 금강문 주변을 내려올 때 그 곳에 사는 다람쥐 가족을 만났다. 알밤을 손에 들고 있는 최 계장 손을 몇 번 핥았다. 눈을 맞추듯 쳐다보다 최 계장이 고개를 끄덕거리자 그제야 알밤을 물고 갔다. 고맙다는 인사일까? 사람을 보고도 도망가지 않는 것을 보니 관광객들로부터 먹이를 구해 먹었던가 보다. 최 계장이 다람쥐와 노는 모습이 신기한 듯 지나가는 여승들이 바라보고 서있었다. 금강산 다람쥐는 동물을 사랑하는 손을 알아보는 재주가 있나보다. 내 손의 알밤을 가져가라고 오랫동안 기다려도 내 주변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 사랑스런 다람쥐의 관심을 끌지 못해 섭섭해도 가족과 같이 식사를 하도록 알밤을 던져 주고 내려왔다. 최 계장은 한참 더 놀다가 내려왔다. 북측에서 가장 쉽게 사귄 친구였다.

"뒤에 걸려 있는 수건이 참 예쁩네다."
여자라서 예쁜 것을 가지고 싶은가 보다 싶어 얼른 말을 받았다. 배낭랑 뒤의 붉은 스카프를 풀어 보이며,
"이거 줄까?"      
"아닙니다. 하나도 안 예쁩니다."
나는 스카프에 대해서 설명을 했다. 우리 둘째 딸이 어버이날 선물로 백화점에서 구입해준 예쁜 스카프라며 레이스가 달린 빨강색 스카프를 주고 싶다고 했다. 내 딸 같은 생각이 든다며 되도록 많은 말을 했다. 우리가 전주에서 왔다고 말을 하자 금방 얼굴에 화색이 돌며,
"모악산에 수령님의 조상 묘가 있습네다."
하며 그제야 친근감을 보였다.
"통일이 되면 꼭 찾아 뵐 것입니다."  
그 소녀의 바람이 이루어지는 날이 언제쯤일까? 꿈에 그리던 금강산에 이름 모를 딸을 혼자 남겨 두고 돌아왔다. 눈을 감아도 그아이의 예쁜 얼굴이 지워지지 않는다.      




                                              (2007년 11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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