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계의 리더십
2008.03.01 11:31
<3월의 글>
예술계의 리더십
성 기 조(시인. 한국문인협회 명예회장)
국민의 정부 5년과 참여정부 5년을 살아오면서 예술계는 말할 수 없는 홍역을 치루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꿈이 있고 아름다워 보였다. 아무일 없는 것처럼 부드러워 보이지만 안에서는 치열한 대립과 갈등으로 치달은 10년 간이었다. 정통성을 유지하면서 온건한 시각으로 활동하던 예술인들은 우파 꼴통으로 몰리고 밥숫가락까지 빼앗긴 형국으로 살아 왔다.
진보세력이라 자처하던 그들은 예술과 문화계의 크고 작은 조직의 개편과 확대를 거듭하면서 인맥을
형성하고 제 편이 아니면 흠집 내어 밀쳐내고 제 편이면 자리를 만들어서라도 끌어들였다. 코드가 형성되고 끼리끼리 해먹는 풍토가 열리면서 기존의 단체나 조직은 새로운 세력에 의하여 와해되거나 개편되면서 힘을 잃었다. 지금 한국의 예술단체들은 그들이 만들었거나 개편한 것 말고는 성한 게 하나도 없다. 10년 동안, 그들의 이념과 선전에 동원되었던 문화와 예술은 만신창이가 되어 숨을 헐떡거리는 현실에서 어떤 사람이 나와 바른 리더십으로 이 난국을 극복할 것인가? 자못 안타깝다.
제17대 대선이 끝난 후 언론에서는 좌파 추종자들이 만든 조직과 단체를 주눅들이고 그들이 장악한 법률의 보장을 받는 단체와 공기관을 하루 빨리 되찾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10년 동안 새로 탄생된 거대한 조직과 기관들을 장악한 그들은 모두 임기가 보장되어 있고, 대선에서 참패한 뒤, 그들은 납작 엎드려 변신을 꾀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관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다.
이들은 10년 동안 예술계와 문화계의 재편의 정점에 서서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자신들과 관계된 일에
만 충실해왔고 기존의 가치와 체제를 소멸시키는데 앞장섰고 새로운 이념과 체제를 세우는데 혈안이 되어 문화ㆍ예술계는 완전히 전쟁터가 되었다. 戰線化전선화된 문화예술계는 지금 혼란의 와중에 들어 앉아있다. 통합의 논리를 내세워 함께 가야한다는 주장과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주장이 충돌하고 10년 간의 영화를 누렸던 세력과 이와 반대로 움츠러들었던 세력의 반격이 만만치 않게 전개되고 있다. 이 와중에서 새로운 문화ㆍ예술정책이 나와야 하고 혼란을 잠재울 리더십이 필요하다.
리더십은 성패를 가늠하는 핵심요소이자 계획이고 실천사항이다. 리더십에서 실천이 빠진다면 공염불
이 되기 때문에 가장 근본은 실행이고 실천이다. 리더에게 제일 중요한 덕목은 첫째. 변화를 주도하는
힘이며 둘째, 주위 사람을 가르쳐 일깨우는 힘이며 셋째, 꿈이 있어야한다. 그러면 과연 이 시대의 문화와 예술을 바르게 끌고 갈 리더는 누구이며 누가 되어야 하는가, 그리고 새로운 문화와 예술정책은 무엇인가?
두 말 할 것 없이 과거 10년 간 이념과 선전에 동원되었던 문화 예술을 본래의 자리로 돌려 놓는 일이다. 그들이 차지했던 조직과 기관, 그리고 법률적 보호를 받던 힘과 막대한 예산 집행권을 되찾아 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변화에 적응하면서 두려워하지 않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필요하다. 또한 남을 가르쳐 제편으로 만드는 설득력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변화와 전환의 시기에는 하나가 되는
힘이 필요하다. 제각기 주장하고 모두 다른 방향으로 간다면 난국을 헤쳐 나가지 못한다.
그 다음에 꿈을 가진 지도자가 필요하다. 꿈은 현재에 얽매이지 않고 미래를 열어 가는 힘이다. 이 세성에서 가장 위대했던 지도자는 모두 교육적 안목을 지닌 분들이었다. 공자도 석가도 예수도 꿈을 가지고 미래를 변화시킨 분들이다. 과거에 얽매어 집착과 아집으로 세상을 좁게 보고 산 분들이 아니기 때문에 수많은 추종자들이 있었다. 꿈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힘을 가지고 있다.
갈등과 대립이 심화되고 혼란이 극에 달할수록 차분한 접근이 필요하다. 정부의 역할과 민간의 역할, 그리고 이념 문제에 얽힌 서투른 이론을 정리하는 일은 문화환경의 변화에서 파생된 것인만큼 신중하고 야무지게 다루어야 한다. 때문에 현재의 문화ㆍ예술 환경을 꿰뚫어 보는 안목을 지닌 사람, 그리고 이러한 환경에서 정부의 역할을 최소화하고 민간 역량 간의 힘의 불균형을 조정해 내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이러한 일은 단기간 내에 성과를 낼 수 없다.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민간이 앞장서고 정부가 필요한 부분을 돕는 형식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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