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학생

2008.03.08 09:32

성성기 조회 수:715 추천:2

영원한 학생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정 수요반 成城基



배움이란 무엇일까? 언제까지 배우고 또 무엇을 배워야 하는 것일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는 하지만 내 나이 일흔에 접하는 이 시점에서 또 학생이 되다니……. 옛날 같으면 긴 장죽을 토닥이며 사랑방이나 지켜야하는 늙은이가 욕심이 많은 게 아닐까?  

나는 이번에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의 수필창작과정에 입학했다. 참 잘 선택했다고 나 스스로 기뻐했다. 왜냐하면 어린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문학도가 되겠다고 한두 줄 글쓰기를 흉내내본 경험이 있었을 것이다. 나 역시 그중의 한 사람이었다. 그보다 더 큰 충격은 이번 동기생 중에 80이 넘은 할머니가 아닌 문학소녀(?)가 있었다는 점이다.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나보다 십년 선배인 그 동기생이 부럽기도 했다. 그 연세에 어떻게 그런 결단을 내렸을까. 더구나 정읍에서 전주까지 백여 리 길을 결석 한 번 하지 않고 다녔다지 않던가. 그 얼마나 장한 일인가. 나는 그분을 보고서 앞으로 더 큰 계획을 생각해 봐야겠다고 깊이 자성했다. 이번 입학에 큰 힘을 얻었으니 그 자체가 나에게는 큰 수확이다.

물론 앞으로 많은 역경이 뒤따르겠지만 그 정도의 어려움을 감내하지 못한다면 앞으로의 내 인생역경은 뻔히 지옥과 같은 나날일 것이다. 내가 이 수필창작과정을 찾은 것은 지인의 권유도 있었지만 나이가 들수록 어린 시절 갈망했던 일들이 아직도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욕망을 성취해보겠다는 일념도 있었다. 그보다 더 큰 이유는 날로 늘어나는 손자들과 친구가 될 수도 있고 어른으로서의 사표가 될 할아버지로서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도 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학생으로서 본분을 잊지 아니하고 기왕에 내 발로 찾아든 덫 속에서 헤쳐 나오지 못한다면 내 남은 인생의 꿈과 미련도 모두 얻을 수 없는 마지막의 기회로 삼고 싶다. 그래서 남보다 더욱 열심히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한다. 오늘 입학식에 다녀온 느낌을 이렇게 몇 자 남겨본다.

배움이란 게 도대체 무엇인가? 나에게 반문해보며 내 나름대로 이렇게 정리해 보았다.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다.”
배움의 사전적 의미는 남의 가리킴을 받는 것, 또는 학문을 닦아서 지식을 얻는 것 등으로 정의를 했다. 사실 꼭 배움만이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아니다. 돈도, 명예도 그리고 건강 등 모두를 갖춰야만 더 높은 삶의 질을 향유할 수 있을 것이기에 나는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라고 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가르침을 받으려고 이 학당을 찾은 것이요, 이 학당에 왔다고 해서 꼭 배움을 얻는다고 하면 또 가르치는 분으로부터 큰 질책을 받을 것이니 참 고민 아닌 고민이 하나 더 늘었다. 이런 고민은 행복한 고민이리라. ‘용장 밑에 약졸은 없다.’는 속담을 믿어도 되지 않을까?

언제까지 배워야 한단 말인가? 여기에도 답이 없는 것 같다. 끝이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나면서부터 배우기 시작하고 죽어야 배움을 졸업한다고 활 수 있을 것이다. 배움이란 꼭 배움터에서만 배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살아가는 곳 전부가 배움터이기에 항상 배운다고 하면 맞을 것 같다. ‘三人行 必有我師’ 세 사람이 걸어가면 꼭 그 가운데에는 스승이 있다고 했다. 흔히 ‘손자한테 글을 배운다.’는 말을 쓰는데 그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잘 알 것이다.

무엇을 배울 것인가? 그것도 나는 모른다. 나는 배움을 받는 자이기 때문에 가르치는 분으로부터 우선 가르쳐 주는 것을 얻으면 된다. 그런 다음 내가 가르치는 분의 의도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스스로 힘을 키우는 것은 결국 내 몫이 아니겠는가?

나는 장고 끝에 이 길을 택했다. 어쩌면 나의 가장 어려운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 이제 나의 피나는 노력이 따르지 않으면 아니 될 것이다. 나의  걱정 하나는 글도 아닌 글을 어떻게 다른 사람들에게 선보이느냐 하는 점이다. 그러나 이미 기차는 출발했다. 나는 이제 어린 학생이나 다름없다. 부끄럼도 창피함도 사치일 뿐이다. 시간이 흐르고 나의 노력이 겹치면 되겠지 하는 기대가 크다. 동기생들은 당연히 많은 격려와 박수를 보내 주리라.

                    (2008. 3.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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