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옷을 빨아주는 세탁기가 있으면
2008.03.16 09:04
마음의 옷을 빨아주는 세탁기가 있으면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수요반 구미영
수필반 첫 강의시간의 숙제주제는 '칭찬'이었다. 글쎄, 누굴 어떻게 칭찬해야 하는 걸까? 막연한 생각뿐 어느 누구도 선뜻 떠오르지 않았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는 말이 낯설기만 했다.
그리고 두번째 강의 시간이 되었다. 강의실 식구들은 저마다 칭찬할 사람 한 명씩 정해서 칭찬하고 싶은 이유에 대해 이야기했다. 주위에 칭찬할 사람이 많다는 걸 그날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한 번 맺은 인연을 소중하게 이어나갈 줄 아는 그들의 지혜가 느껴졌다. 나이는 괜히 먹는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나 내 편이 되어 주는 우리 형님들을 칭찬할 수 있고 내가 사는 이유인 내 딸들을 칭찬할 수도 있었던 거였다. 애들방 책꽂이에 있는 60권의 위인전기를 모두 읽었으니 그 중 한 명을 선택해도 될 문제였다. 애들에겐 읽으라고만 했지 그 60명의 위인들에 대해 어떤 것을 배워야 하는지 물어보거나 가르쳐주지도 못했던 내가 부끄럽기만 했다.
칭찬할 사람이 없는 게 아니라 내 어리석은 시각이 문제였다는 걸 그날 알게 되었다. 나도 모르게 벽돌 한 장 한 장을 쌓아 올리면서 오르지 못할 담을 만들고 있었던 것 같다. 벽돌 한 장의 무게가 얼마인지는 모르나 이제 하나하나 내려 놓아야겠다.
수필가가 되려고 수필반에 들어온 건 아니다. 글을 쓴다는 게 아주 어려운 작업이란 것도 안다. 결혼 후 손에서 놓아버린 책을 가까이하고 싶었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마음의 덕을 쌓고 싶었다.
나는 매일 세탁기를 돌린다. 더러워진 빨래거리들이 세탁기에서 54분 춤을 추고 나면 깨끗하고 향기로운 옷이 되어 나온다. 오늘 문득 마음의 옷을 빨아줄 수 있는 세탁기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일주일에 한 번 두 시간뿐이지만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103호 강의실이 내 얼룩진 마음의 옷을 빨아주는 세탁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수요반 구미영
수필반 첫 강의시간의 숙제주제는 '칭찬'이었다. 글쎄, 누굴 어떻게 칭찬해야 하는 걸까? 막연한 생각뿐 어느 누구도 선뜻 떠오르지 않았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는 말이 낯설기만 했다.
그리고 두번째 강의 시간이 되었다. 강의실 식구들은 저마다 칭찬할 사람 한 명씩 정해서 칭찬하고 싶은 이유에 대해 이야기했다. 주위에 칭찬할 사람이 많다는 걸 그날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한 번 맺은 인연을 소중하게 이어나갈 줄 아는 그들의 지혜가 느껴졌다. 나이는 괜히 먹는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나 내 편이 되어 주는 우리 형님들을 칭찬할 수 있고 내가 사는 이유인 내 딸들을 칭찬할 수도 있었던 거였다. 애들방 책꽂이에 있는 60권의 위인전기를 모두 읽었으니 그 중 한 명을 선택해도 될 문제였다. 애들에겐 읽으라고만 했지 그 60명의 위인들에 대해 어떤 것을 배워야 하는지 물어보거나 가르쳐주지도 못했던 내가 부끄럽기만 했다.
칭찬할 사람이 없는 게 아니라 내 어리석은 시각이 문제였다는 걸 그날 알게 되었다. 나도 모르게 벽돌 한 장 한 장을 쌓아 올리면서 오르지 못할 담을 만들고 있었던 것 같다. 벽돌 한 장의 무게가 얼마인지는 모르나 이제 하나하나 내려 놓아야겠다.
수필가가 되려고 수필반에 들어온 건 아니다. 글을 쓴다는 게 아주 어려운 작업이란 것도 안다. 결혼 후 손에서 놓아버린 책을 가까이하고 싶었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마음의 덕을 쌓고 싶었다.
나는 매일 세탁기를 돌린다. 더러워진 빨래거리들이 세탁기에서 54분 춤을 추고 나면 깨끗하고 향기로운 옷이 되어 나온다. 오늘 문득 마음의 옷을 빨아줄 수 있는 세탁기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일주일에 한 번 두 시간뿐이지만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103호 강의실이 내 얼룩진 마음의 옷을 빨아주는 세탁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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