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안핸키시/김용학
2008.05.04 11:19
지안핸키시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기초 수요반 김용학
나는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예술학부에서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부터 2시간 동안 클래식 색소폰을 배우고 있다. 클래식 색소폰과정 수강생은 나를 포함하여 모두4명이다.
좌장격인 초등학교 교장출신인 71세 김주안 수강생은 본 과정 7학기차 모범 수강생으로 알토 색소폰과 트럼펫을 좋아한다. 50여 년 전 현역병시절에는 군악대에서 트럼펫을 힘차게 불었단다.
두 번째 수강생은 역시 초등학교 교장출신인 69세 노광수 학생은 본 과정 5학기차 수강생으로 테너 색소폰을 불고 있으며 연습과 수강태도가 매우 진지하다.
세 번째 수강생은 초등학교 교사 출신인 65세 황경태 학생은 본 과정 3학기차 수강생으로 자진하여 총무역할을 수행하면서 교수님의 수업진행을 보조하고 점심식사 안내 등 명랑한 학습 분위기 조성에 봉사정신을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 네 번째 수강생인 나는 전북도청 과장출신으로 올해 나이 61세다. 색소폰이 무슨 악기인지도 모르고 천방지축으로 날뛰면서 갓 입문한 알토 색소폰 7주차 훈련병이다. 본 평생교육원에 등록하기 전에 나는 거금 150만 원을 투자하여 번쩍번쩍 빛나는 악기를 구입하였고, 사십구만 칠천 원의 등록금도 납부하였다.
2008년 3월 4일 첫 개강 이래 그 동안 좌장인 김주안 학생은 가방 3개를 가지고 다니는데 색소폰 트렁크, 트럼펫 트렁크와 음료재료가 담긴 잡동사니 가방 등이다. 보온병 2개에 뜨거운 물을 가득 채워 양촌리 커피를 계속 제공해 준 것이 고맙기도 하고 막내 수강생인 나 자신의 마음에도 걸려 7주째 수업 시에는 나도 차를 준비하기로 하였다.
준비한 차는 매화 꽃잎차로 지난 3월 중순경 전라남도 광양 매화축제 기간 중 홍쌍리 여사의 매화 농장에 잠입하여 불가리스 요구르트 병 가득 봉오리 진 매화꽃을 몰래 따다가 냉장고 냉동창고에 숨겨놓은 것을 아내에게 부탁하여 꽃잎차로 만들었다. 보온병에 채워 가져가 연로한 수강생들에게 한 잔씩 시음토록 하였다. 매화차를 한 모금씩 든 수강생들은 저마다 향이 은은하고 독특하다고 칭찬하였다.
한편, 김주안 수강생은 교육원에 출석하려고 서둘다가 음료수 가방을 깜박 잊고 못 가져 왔는데 텔레파시가 통하였는지 막내학생이 향기로운 매화 꽃잎차를 대타로 가져왔다면서“어이, 친구! 「지안핸키시」가 무슨 말인지 아는가?”하고 물었다. 대학시절 인간관계론 수강시 미국 심리학자 매슬로우(Maslow)의 욕구 위계 5단계설을 외웠던 방법이 갑자기 떠올랐다. 매슬로우는 인간의 욕구는 타고난 것이며 이들의 강도와 중요성에 따라 계층적으로 배열되어 있는 것으로 가정했다. 인간의 욕구는 하위단계에서 상위단계를 향해 계층적으로 배열되어 있어서 그 하위단계의 욕구가 충족되어야 그 다음 단계의 욕구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들 욕구는 생리적 욕구, 안전 욕구, 애정과 소속의 욕구, 자기존중의 욕구, 자아실현의 욕구 순인데 나는 이것을 「생안애존자」로 암기하여 만점을 받은 일이 있었다. 그래서 “무엇을 챙기기 위한 주문 아니에요?”하니까 김주안 선생은 잘 알아맞혔다면서 아직 이 나이에 치매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집밖으로 외출 시마다 가장 먼저 지갑을 챙기고, 안경을 챙기며, 핸드폰과 자동차 키를 마지막으로 시계를 실수 없이 챙기려고 「지안핸키시」를 점검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자네도 내 나이가 되면 알 것이네.”라고 하셨다.
이에 65세의 황경태 학생은 오른쪽 위 송곳니를 임플란트하기 전에 틀니를 끼고 있는데 오늘은 학교에 오려고 서둘다 보니 틀니를 집에 놓고 와서 송곳니가 허전하니 앞으로는 틀니도 빠짐없이 챙겨야겠다고 하면서 「지안핸키시」다음에 마지막으로 틀니 챙기는 것을 잊지 않도록 「이」를 추가하자고 제안하였다. 이후 우리 수강생들은 집에서 외출할 때마다 「지안핸키시이」를 생활화하여 9988234하자고 다짐하면서 하하호호하며 크게 한 바탕 웃었다.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기초 수요반 김용학
나는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예술학부에서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부터 2시간 동안 클래식 색소폰을 배우고 있다. 클래식 색소폰과정 수강생은 나를 포함하여 모두4명이다.
좌장격인 초등학교 교장출신인 71세 김주안 수강생은 본 과정 7학기차 모범 수강생으로 알토 색소폰과 트럼펫을 좋아한다. 50여 년 전 현역병시절에는 군악대에서 트럼펫을 힘차게 불었단다.
두 번째 수강생은 역시 초등학교 교장출신인 69세 노광수 학생은 본 과정 5학기차 수강생으로 테너 색소폰을 불고 있으며 연습과 수강태도가 매우 진지하다.
세 번째 수강생은 초등학교 교사 출신인 65세 황경태 학생은 본 과정 3학기차 수강생으로 자진하여 총무역할을 수행하면서 교수님의 수업진행을 보조하고 점심식사 안내 등 명랑한 학습 분위기 조성에 봉사정신을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 네 번째 수강생인 나는 전북도청 과장출신으로 올해 나이 61세다. 색소폰이 무슨 악기인지도 모르고 천방지축으로 날뛰면서 갓 입문한 알토 색소폰 7주차 훈련병이다. 본 평생교육원에 등록하기 전에 나는 거금 150만 원을 투자하여 번쩍번쩍 빛나는 악기를 구입하였고, 사십구만 칠천 원의 등록금도 납부하였다.
2008년 3월 4일 첫 개강 이래 그 동안 좌장인 김주안 학생은 가방 3개를 가지고 다니는데 색소폰 트렁크, 트럼펫 트렁크와 음료재료가 담긴 잡동사니 가방 등이다. 보온병 2개에 뜨거운 물을 가득 채워 양촌리 커피를 계속 제공해 준 것이 고맙기도 하고 막내 수강생인 나 자신의 마음에도 걸려 7주째 수업 시에는 나도 차를 준비하기로 하였다.
준비한 차는 매화 꽃잎차로 지난 3월 중순경 전라남도 광양 매화축제 기간 중 홍쌍리 여사의 매화 농장에 잠입하여 불가리스 요구르트 병 가득 봉오리 진 매화꽃을 몰래 따다가 냉장고 냉동창고에 숨겨놓은 것을 아내에게 부탁하여 꽃잎차로 만들었다. 보온병에 채워 가져가 연로한 수강생들에게 한 잔씩 시음토록 하였다. 매화차를 한 모금씩 든 수강생들은 저마다 향이 은은하고 독특하다고 칭찬하였다.
한편, 김주안 수강생은 교육원에 출석하려고 서둘다가 음료수 가방을 깜박 잊고 못 가져 왔는데 텔레파시가 통하였는지 막내학생이 향기로운 매화 꽃잎차를 대타로 가져왔다면서“어이, 친구! 「지안핸키시」가 무슨 말인지 아는가?”하고 물었다. 대학시절 인간관계론 수강시 미국 심리학자 매슬로우(Maslow)의 욕구 위계 5단계설을 외웠던 방법이 갑자기 떠올랐다. 매슬로우는 인간의 욕구는 타고난 것이며 이들의 강도와 중요성에 따라 계층적으로 배열되어 있는 것으로 가정했다. 인간의 욕구는 하위단계에서 상위단계를 향해 계층적으로 배열되어 있어서 그 하위단계의 욕구가 충족되어야 그 다음 단계의 욕구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들 욕구는 생리적 욕구, 안전 욕구, 애정과 소속의 욕구, 자기존중의 욕구, 자아실현의 욕구 순인데 나는 이것을 「생안애존자」로 암기하여 만점을 받은 일이 있었다. 그래서 “무엇을 챙기기 위한 주문 아니에요?”하니까 김주안 선생은 잘 알아맞혔다면서 아직 이 나이에 치매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집밖으로 외출 시마다 가장 먼저 지갑을 챙기고, 안경을 챙기며, 핸드폰과 자동차 키를 마지막으로 시계를 실수 없이 챙기려고 「지안핸키시」를 점검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자네도 내 나이가 되면 알 것이네.”라고 하셨다.
이에 65세의 황경태 학생은 오른쪽 위 송곳니를 임플란트하기 전에 틀니를 끼고 있는데 오늘은 학교에 오려고 서둘다 보니 틀니를 집에 놓고 와서 송곳니가 허전하니 앞으로는 틀니도 빠짐없이 챙겨야겠다고 하면서 「지안핸키시」다음에 마지막으로 틀니 챙기는 것을 잊지 않도록 「이」를 추가하자고 제안하였다. 이후 우리 수강생들은 집에서 외출할 때마다 「지안핸키시이」를 생활화하여 9988234하자고 다짐하면서 하하호호하며 크게 한 바탕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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