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소, 한우를 웃게하라

2008.05.10 12:09

최기춘 조회 수:719 추천:5

우리소, 한우를 웃게 하라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반 지석 최기춘



5월을 계절의 여왕 또는 가정의 달이라고 한다. 요즘이니까 5월을 계절의 여왕이니 가정의 달이니 하면서 좋아하지만 우리 세대들 대부분은 생각하기도 싫은 달이 5월이었다. 절대적 빈곤시대를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라 살기 어려웠지만 그중에서도 1년 중 가장 지내기 힘든 달이 보릿고개의 막바지인 5월이 아니었던가.
보릿고개에 대한 속담도 가가가지였다.
“보릿고개를 못 넘고 죽는다.”
“보릿고개에도 안 죽은 놈이 벼 고개에 죽는다.”
“보릿고개가 태산같이 높다.”
“보릿고개에는 딸네 집에도 가지 말라.”
“고개 중에 제일 높은 고개가 보릿고개다.”
이처럼 다양한 보릿고개에 얽힌 속담들조차도 보릿고개와 더불어 사라져 아쉽다.

나라경제가 발전하고 생활의 여유가 생겨서인지 금년 5월은 쇠고기타령으로 온 나라가 뜨겁다. 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동물들 중에서 소처럼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대접받는 동물이 또 어디 있던가. 지금은 소라고 하면 쇠고기만을 연상하지만, 옛날, 소는 살림살이를 함께하는 가족이나 다름없었다. 소에 대한 속담만 봐도 얼마나 우리들이 소를 믿고 소중하게 여겼는지 알 수 있다.
“자식 없이는 농사지어도 소 없이는 농사를 못 짓는다.”
“소는 믿고 살아도 종을 믿고는 못산다.”
“마누라에게 한 말은 새도 소에게 한 말은 안 샌다.”
“소는 땅 다음 가는 재산이다.”  
이렇게 소는 믿음직하기도 하지만 재산적인 가치로서도 큰 비중을 차지했었다. 옛날 자식을 대학에 보내고 소를 팔아 그 돈으로 등록금을 냈기 때문에 대학을 우골탑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옛날에는 소에 대한 대접도 융숭했었다. 사람은 굶어도 절대로 소는 굶기지 않았다. 굶기지 않을 뿐더러 부지런한 사람들은 아침 일찍 들에 나가 소가 좋아하는 풀을 베어다가 소부터 먹이고 밥을 먹었다.

소는 무거운 짐을 나르고, 논밭을 갈며, 사람을 대신해서 힘든 일을 도맡아 하다가 죽은 뒤에는 고기와 가죽까지도 모든 걸 제공한다. 우리나라의 소는 미국의 소처럼 몹쓸 병에 걸려 사람들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았다. 그래서 농민들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들 모두는 우리소, 한우에 대한 사랑과 믿음이 각별하다.
그런데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수입을 전면 개방함으로써 우리나라 국민들이 크게 저항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수입에 대한 국민들의 저항은 단순히 광우병 불안뿐만 아니라 우리소, 한우에 대한 미안한 마음도 저변에 깔려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정부는 장관이 기자회견을 하고, 총리가 담화를 발표하고, 국회에서는 청문회를 열지만 국민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재협상을 요구하며 대규모 촛불집회로 맞서고 있는 게 아닌가?

  정부는 졸속으로 맺은 쇠고기협정을 사실대로 알리고 잘못이 있으면 겸허히 사과한 뒤 광우병에 대한 대책은 물론 우리 국민들의 정서를 고려하여 미국산 쇠고기수입으로 푸대접을 받게 된 우리소, 한우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해답이 나오지 않을까?  
나는 소들이 웃는 모습을 별로 보지 못했다. 그러나 소들도 기분이 좋으면 웃을 것으로 생각한다. 정부가 이러한 대책을 마련하고 소들에게 묻는다면 아마 소들도 웃으면서 용서할 것이다. 이렇게 해서 우리소, 한우가 웃어야 촛불을 들고 밤거리로 나선 성난 민심도 수습될 수 있으려니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