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들의 수난기

2008.05.19 13:28

김영옥 조회 수:719 추천:2

닭들의 수난기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금요반 김영옥

                                                                                                    

  요즘 뉴스 듣기가 무섭다. 날마다 닭들이 이유를 모르는 채 살처분 당하고 있다. 닭고기를 먹고 병이 난 사람도 없는데 사람들은 지례 겁을 먹고 살아보겠다고 버둥거리는 그 닭들을 무참하게도 죽음으로 내몬다. 그 많은 닭들의 원성이 들리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닭들이 무슨 죄를 지었기에 그렇게 잔인하게 생매장을 한단 말인가. 그들도 창조주의 뜻에 따라 종족보존하며 평화롭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 잘 돌보고 필요한 만큼 식품으로 취하는 것이 순리이거늘 인간의 과대한 욕심이 그들을 그 지경에 이르게 한 게 아닐까 싶어 어쩐지 죄스럽기 만하다.
바꿔서 생각해보자. 몇 사람이 전염병 앓는다고 환자주변사람들을 모두 생매장하려 든다면 어쩌겠는가? 과거에 일제치하에서 예방접종이 없을 때에 홍역이 돌면 어린이들이 죽기도하고 장질부사나 뇌염 등으로 어른들도 죽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한 집안에서도 전염되지 않고 살아남은 사람이 더 많았다.

  아무리 말 못하는 조류라지만 이번 일은 너무 지나친 처사인 것 같다. 어미가 알을 품어 날짜가 되면 병아리가 되고 그 병아리들은 어미의 보호를 받고 마당을 돌아다니며 벌레도 잡아먹고 풀도 뜯어먹으며 곡식도 주워 먹는다. 물 한 모금 먹고 하늘 한 번 처다 보고 구름도 바라보며 자라는 것이 닭이다. 하지만 못된 인간들은 하늘의 섭리도 어기고 생명을 기계로 다뤄서 한꺼번에 많은 양을 얻어내려고 움직일 수도 없는 좁은 감옥 같은 닭장에 가두고 밤이면 잠도 자지 말고 어서 크기만하라고 전들까지 켜준다니 이 얼마나 잔인한 짓인가. 사료는 인간들의 욕심대로 만들어 주고 햇빛구경도 못하니 그들의 건강이 어찌 좋으랴! 건강하게 살 자유를 빼앗은 인간들이 과도하게 문명을 발달시켜온 죗값을 톡톡히 치를 것 같아 두렵다.


  우리가 자라던 시절에는 시계가 귀해서 기세 좋은 수탉울음소리로 시간을 짐작했었다. 첫닭이 울면 몇 시이고  두 번째, 세 번째로 울면 일어나서 밥을 짓고, 점심때 또 한바탕 크게 울어 시간을 알렸다. 그 위풍당당하던 수탉의 청아한 울음소리를 듣다보면 남자의 권위를 보는 것 같았다. 봄이면 암탉이 병아리들을 몰고 다니고 수탉도 “구 구 구”하고 먹이를 찾아주는 평화스런 닭들의 모습을 보며 행복했었다. 그 당시에는 조류 독감이란 말을 들어 본 적도 없었다. 귀한 손님이 오면 닭 한 마리 잡아 집안잔치를 했고, 밥상 위에 계란찜이 오르면 입맛을 돋우었다. 공부를 잘해 상을 타오면 생 계란으로 칭찬을 대신하기도 했었다. 지금은 찾아 볼 수 없으니 그 시절이 오히려 더 그립다. 그 당시엔 조류독감이란 말을 듣지 못했다. 요즘 닭이나 오리들과 계란은 돼지고기나 소고기에 밀려 대접도 못 받는다. 그런 닭이나 오리들이 멸종되지나 않으려는지 무척 걱정스럽다.    


  TV 화면에 나타난 닭들의 저승사자들은 머리에서 발끝까지 눈도 보이지 않게 하얀 옷을 입고 1M 간격으로 종종걸음으로 걸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닭들이 애처롭게 느껴진다. 그 사자들은 전국 각 지역에 흩어져 있는 양계장을 찾아간다. 병든 닭 몇 마리 때문에 산 것들을 포대에 무조건 담아 차로 실어다 포크레인으로 구덩이를 파고 포대채로 마구 던져 넣는다. 그것들이 부패하면서 부풀어 올라 땅이 벌어지고 악취도 나고 근처에 물도 오염되니 여간 걱정이 아니다. 문명이 최고로 발달했으면서 예방법이 없어 이런 일을 한단 말인가? 예방을 철저히 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옛날 어른들은 곡식 한 톨, 헝겊 한 조각, 물 한 방울도 아껴 쓰라고 가르치셨다. 올 해만해도 50만 마리가 넘는 닭들이 아니 국민들의 식품이 엄청난 손실을 당했다니 정말 안타깝다.


  세계 곳곳에서 재난이 일고 있다. 그중에는 인재(人災)가 많다. 기름값은 천정부지로 오르는데도 자가용들은 날마다 대형으로 늘어나고 있다. 교통사고로 죽는 일이 조류독감보다 몇 백배 더 많지만 한국 사람들은 자동차운전면허시험을 7가지 보던 것을 2가지로 축소시킨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러나 아무도 항의하는 사람도 없다. 교통법규를 지금보다 몇 백배 더 엄하게 강화해야 하거늘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사람들의 정신이 잘못된 것이 아닐까? 무모한 인간들의 이기적인 생각이 이와 같은 엄청난 일을 저지른 것이다. 어디까지나 창조주의 원칙에 따라 자연의 법에 순종하면서 살아야 하지 않을까? 우리 모두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려니 싶다.

                         (2008년 5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