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김병현
2019.01.19 13:00
친구
김병헌
고향 떠날 때
잠시 다녀오마고
대폿집에 앉혀두고 온 친구들
그 약속 늘어나
고무줄처럼 늘어나
어느덧 내 머리 만년설 백모 썼구나
젊은 날의 낭만과 사랑의 고뇌로 덧칠한
그 대폿집의 벽화며 내가 반쯤 마시다가
두고 온 대폿잔이며 곱창 굽는 냄새
무시로 내 목젖을 깨우는데
소문에 그 대폿집 오래전에 헐리고
그 자리에 낯선 마천루가 들어섰다는데
앉을 자리를 잃어버린 친구들
염동을 밖에서 떨며
아직도 그 약속 기다리고 있겠지
몇몇은 그 약속 기다리다가
그 자리에서 무덤으로 변하기도 했겠지
친구여!
너희들과의 약속 고무줄처럼 늘어났을 뿐
끊어진 것 아니니
내가 반쯤 마시다가 두고 온 술잔
버리지 말아다오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527 | 백선영-뇌성 [1] | 미주문협관리자 | 2015.11.03 | 7228 |
526 | 9월-그만치에 있어 좋은 사람 | 미주문협관리자 | 2016.08.25 | 7152 |
525 | 눈빛 / 윤석훈 | 관리자_미문이 | 2012.07.16 | 7072 |
524 | 강화식-텔로미어 | 미주문협관리자 | 2016.07.31 | 7069 |
523 | 이주의 추천작품은? | 미문이 | 2004.07.24 | 2016 |
522 | 환갑잔치 / 최영숙 | 미문이 | 2010.06.01 | 1322 |
521 | 함박눈이 오는 밤 / 홍 영순 | 미문이 | 2010.06.22 | 1187 |
520 | 삼십년 만에 본 한국의 결혼식 풍경. 도무지 낯 선 / 성민희 | 미문이 | 2010.10.11 | 1185 |
519 | 무지개는 서쪽언덕에도 뜬다 - 전지은 | 미문이 | 2005.11.06 | 1041 |
518 | 잃어버린 와인(臥人) / 채영식 | 미문이 | 2010.05.10 | 948 |
517 | 피로연 단상 / 최문항 | 미문이 | 2010.05.17 | 944 |
516 | 풍월이와 명월이 / 신영 | 미문이 | 2010.10.19 | 927 |
515 | 속 살을 보여준 여자 / 고대진 | 미문이 | 2010.07.06 | 917 |
514 | 릴레이 수필2/사랑-꽃은 피고 곧 지고 / 지희선 | 미문이 | 2010.04.26 | 897 |
513 | 한인 영문소설에 나타난 민족혼의 신화적 가치(2) / 박영호 | 미문이 | 2009.10.12 | 886 |
512 | 경동맥 해면정맥동루 / 한길수 | 미문이 | 2010.06.14 | 880 |
511 | 결혼은 복권이다 - 고대진 | 미문이 | 2005.11.13 | 878 |
510 | 작품게재에 대하여 | 미문이 | 2009.06.22 | 862 |
509 | 베틀 / 김수영 | 미문이 | 2010.07.26 | 861 |
508 | 꽃나라에 간 아이들 / 홍영순 | 미문이 | 2009.07.27 | 85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