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골 리더십 스쿨
2008.06.19 06:56
안골 리더십 스쿨
-정신적 나이-
전주안골노인복지회관 수필창작반 윤석조
감투 복이 많은 까닭인지, 이 나이에 수필 창작반 반장이란 감투를 썼다.
공부도 하고 교수님을 존경하였기에 수필 창작반에 등록하였다. 첫 수업시간! 교수님과 수강생들과 첫 대면에서, 교수님은 먼저 자기를 소개하신 다음, 반장을 선출하려다가 갑자기 내 이름을 불렀다. 우리 회원들이 박수를 쳐서 사양할 틈도 없이 반장으로 뽑혔다. 16년간의 학교생활에서도 한 번도 반장을 못 해본 나에게 늦복이 터진 것 같았다.
안골노인복지관에서 리더십 스쿨을 개설하여 제1회 워크숍(workshop)을 1박2일로, 산으로 빙 둘러 싸인 완주군 구이면 골짜기에 있는 ‘청정 인성 수련원’에서 가졌다. 이연숙 관장님을 비롯한 전 직원과 사회교육 프로그램을 맡으신 강사님들, 교과목 반장님들이 참가하게 되었다. 수필 창작반 교수님은 다른 기관의 강의 때문에 갈 수가 없고, 반장만 덜렁 참척할 수가 없을 것 같아 나는 망설였다. 반장이라도 참가해야 한다는 여론에 따라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참석하였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몸속으로 들어오는 공기부터 맛이 달랐다. 이곳에서 각종 수련활동을 많이 하는지 ㄱ자 모양으로 배치된 큰 건물과, 깨끗하게 깔린 인조 잔디 운동장이 눈길을 끌었다. 배정된 방에 짐을 푼 다음 강당에서 입소식이 있었다.
첫 강의로 이강순 강사의, ‘인간관계 훈련’으로 웃기기 실천연수가 있었다. 두 번째로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 임규상 교수의 ‘성공적인 자기개발을 위한 리더십’ 특강이 있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발견’이라고 했다. 셀프 리더십(self leadership)의 정의는 ‘자신들의 가치와 잠재능력을 알 수 있도록 분명하게 가르쳐 주는 것’이라고 하였다.
서산 너머 붉은 노을빛이 아름답게 남아 있을 때, 식당으로 옮겨 잘 차린 저녁밥을 먹었다.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나서 강당에 모여 강동암 교수의 ‘공동체 훈련’이란 강의를 들었다. 격의 없는 몸짓과 말로 서로 간에 허물없는 사이가 되어 한바탕 웃었다. 살아가는 동안에 이런 시간이 많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안골노인복지회관이 준비한 음식을 차려놓고 클럽(clup)별로 레크레이션이 이루어졌다. 강사님 세 분과 반장님 네 사람이 빙 둘러 앉아 자기소개와 함께, 늙은이들만이 갖는 지혜들을 오순도순 나누며 산골짜기의 밤은 깊어 갔다.
이른 새벽 설친 잠을 털어버리고 조용히 방을 빠져 나왔다. 현관문을 열자 찬바람이 휙 밀려들어 옷깃을 여미었다. 운동장에 내려서니 앞산 너머 샛별이 길을 안내하고 있는데, 다른 별들도 드문드문 여기저기서 반짝이고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새벽 별들이었다. 왼쪽 길을 따라 몇 발자국 가고 있는데 뒤에서 오는 시내버스가, 싸늘한 공기를 가르면서 가로등이 졸고 있는 마을 쪽으로 질주하고 있었다. 골짜기는 엷은 안개로 덮여있는데 장끼란 놈이 긴 울음으로 아침을 열고 있었다. 장파마을까지 갔다 오니 기분이 아주 좋았다.
관장님의 ‘노인복지현황’이란 특강이 있었다. 노인인구현황과 노인복지관 설치 등 노인복지 전반에 관한 강의였다. 그 옛날 수학선생님답게 노인에 관한 각종 자료의 통계와 도표, 분석과 대비로 알기 쉽게 설명해 주었다. 마지막 시간에는 ‘기독사회복지에 대한 관심과 이해’란 제목으로 박종숙 이사장님의 강의가 있었다.
사람은 누구나 세 가지 나이를 가졌다고 했다. 나의 의지와 관계없이 자연적으로 먹어가는 나이 즉 생물학적 나이가 있다고 했다. 몸의 유지와 관리에 의한 개인차로 생기는 ‘진짜 나이’와, ‘정신적 나이’도 있다고 했다. 정신적 나이는 어떤 정신작용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몸이 정신능력에 따라간다고 하였다. 얼마나 젊은 정신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몸이 젊어진다고 했다.
이운봉 할아버지는 80세(2003년)에 대학교 일어관광통역학과에 입학하였다. 관광가이드가 되어 일본사람들의 잘못된 의식을 고쳐 주겠다는 정신작용이었다. ‘잠수복과 나비’를 만든 장 도미니크 보비(프랑스)도 활동 중에 사고로 전신마비가 되었다. 의식은 살아 있어 죽을까 생각하다가 책이 쓰고 싶었는데, 몸의 모든 기관 중에서 왼쪽 눈꺼풀만 움직였다고 하였다. 자원봉사자의 도움으로 왼쪽 눈꺼풀을 20만 번 움직여서 만든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 하였다. 너무나 감동적이었다. 인생의 전성기는 60세부터 90세까지(종합적인 판단능력이 뛰어나다고 함)라고도 하였다.
며칠 전 e-mail로 받은 ‘어느 95세 노인의 일기’를 읽은 적이 있었다. 그 끝부분은 이렇게 되어 있었다.
“이제 나는 내가 하고 싶었던 어학공부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그 이유는 단 한 가지. 10년 후 맞이하게 될 105번째 생일 날! 95살 때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았는지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감동적인 글이었다. 나는 예순이 훨씬 지난 후에야 나를 발견한 듯하여 무척 기뻤다. 늦깎이로 문인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하고, 때로는 문학에 늦게 눈을 뜬 것을 후회하며 수필집 두 권에 시집 한 권만 내기로 하였다. 아직도 다 못쓰고 있지만 정신적 나이인 전성기가 아직 멀었다니, 좋은 글을 많이 쓰고 봉사활동도 더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나도 정신적인 나이로 글도 쓰고, 이웃과 친구들에게 부끄러움 없이 살아가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한다.
(2008. 3. 8.)
-정신적 나이-
전주안골노인복지회관 수필창작반 윤석조
감투 복이 많은 까닭인지, 이 나이에 수필 창작반 반장이란 감투를 썼다.
공부도 하고 교수님을 존경하였기에 수필 창작반에 등록하였다. 첫 수업시간! 교수님과 수강생들과 첫 대면에서, 교수님은 먼저 자기를 소개하신 다음, 반장을 선출하려다가 갑자기 내 이름을 불렀다. 우리 회원들이 박수를 쳐서 사양할 틈도 없이 반장으로 뽑혔다. 16년간의 학교생활에서도 한 번도 반장을 못 해본 나에게 늦복이 터진 것 같았다.
안골노인복지관에서 리더십 스쿨을 개설하여 제1회 워크숍(workshop)을 1박2일로, 산으로 빙 둘러 싸인 완주군 구이면 골짜기에 있는 ‘청정 인성 수련원’에서 가졌다. 이연숙 관장님을 비롯한 전 직원과 사회교육 프로그램을 맡으신 강사님들, 교과목 반장님들이 참가하게 되었다. 수필 창작반 교수님은 다른 기관의 강의 때문에 갈 수가 없고, 반장만 덜렁 참척할 수가 없을 것 같아 나는 망설였다. 반장이라도 참가해야 한다는 여론에 따라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참석하였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몸속으로 들어오는 공기부터 맛이 달랐다. 이곳에서 각종 수련활동을 많이 하는지 ㄱ자 모양으로 배치된 큰 건물과, 깨끗하게 깔린 인조 잔디 운동장이 눈길을 끌었다. 배정된 방에 짐을 푼 다음 강당에서 입소식이 있었다.
첫 강의로 이강순 강사의, ‘인간관계 훈련’으로 웃기기 실천연수가 있었다. 두 번째로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 임규상 교수의 ‘성공적인 자기개발을 위한 리더십’ 특강이 있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발견’이라고 했다. 셀프 리더십(self leadership)의 정의는 ‘자신들의 가치와 잠재능력을 알 수 있도록 분명하게 가르쳐 주는 것’이라고 하였다.
서산 너머 붉은 노을빛이 아름답게 남아 있을 때, 식당으로 옮겨 잘 차린 저녁밥을 먹었다.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나서 강당에 모여 강동암 교수의 ‘공동체 훈련’이란 강의를 들었다. 격의 없는 몸짓과 말로 서로 간에 허물없는 사이가 되어 한바탕 웃었다. 살아가는 동안에 이런 시간이 많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안골노인복지회관이 준비한 음식을 차려놓고 클럽(clup)별로 레크레이션이 이루어졌다. 강사님 세 분과 반장님 네 사람이 빙 둘러 앉아 자기소개와 함께, 늙은이들만이 갖는 지혜들을 오순도순 나누며 산골짜기의 밤은 깊어 갔다.
이른 새벽 설친 잠을 털어버리고 조용히 방을 빠져 나왔다. 현관문을 열자 찬바람이 휙 밀려들어 옷깃을 여미었다. 운동장에 내려서니 앞산 너머 샛별이 길을 안내하고 있는데, 다른 별들도 드문드문 여기저기서 반짝이고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새벽 별들이었다. 왼쪽 길을 따라 몇 발자국 가고 있는데 뒤에서 오는 시내버스가, 싸늘한 공기를 가르면서 가로등이 졸고 있는 마을 쪽으로 질주하고 있었다. 골짜기는 엷은 안개로 덮여있는데 장끼란 놈이 긴 울음으로 아침을 열고 있었다. 장파마을까지 갔다 오니 기분이 아주 좋았다.
관장님의 ‘노인복지현황’이란 특강이 있었다. 노인인구현황과 노인복지관 설치 등 노인복지 전반에 관한 강의였다. 그 옛날 수학선생님답게 노인에 관한 각종 자료의 통계와 도표, 분석과 대비로 알기 쉽게 설명해 주었다. 마지막 시간에는 ‘기독사회복지에 대한 관심과 이해’란 제목으로 박종숙 이사장님의 강의가 있었다.
사람은 누구나 세 가지 나이를 가졌다고 했다. 나의 의지와 관계없이 자연적으로 먹어가는 나이 즉 생물학적 나이가 있다고 했다. 몸의 유지와 관리에 의한 개인차로 생기는 ‘진짜 나이’와, ‘정신적 나이’도 있다고 했다. 정신적 나이는 어떤 정신작용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몸이 정신능력에 따라간다고 하였다. 얼마나 젊은 정신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몸이 젊어진다고 했다.
이운봉 할아버지는 80세(2003년)에 대학교 일어관광통역학과에 입학하였다. 관광가이드가 되어 일본사람들의 잘못된 의식을 고쳐 주겠다는 정신작용이었다. ‘잠수복과 나비’를 만든 장 도미니크 보비(프랑스)도 활동 중에 사고로 전신마비가 되었다. 의식은 살아 있어 죽을까 생각하다가 책이 쓰고 싶었는데, 몸의 모든 기관 중에서 왼쪽 눈꺼풀만 움직였다고 하였다. 자원봉사자의 도움으로 왼쪽 눈꺼풀을 20만 번 움직여서 만든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 하였다. 너무나 감동적이었다. 인생의 전성기는 60세부터 90세까지(종합적인 판단능력이 뛰어나다고 함)라고도 하였다.
며칠 전 e-mail로 받은 ‘어느 95세 노인의 일기’를 읽은 적이 있었다. 그 끝부분은 이렇게 되어 있었다.
“이제 나는 내가 하고 싶었던 어학공부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그 이유는 단 한 가지. 10년 후 맞이하게 될 105번째 생일 날! 95살 때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았는지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감동적인 글이었다. 나는 예순이 훨씬 지난 후에야 나를 발견한 듯하여 무척 기뻤다. 늦깎이로 문인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하고, 때로는 문학에 늦게 눈을 뜬 것을 후회하며 수필집 두 권에 시집 한 권만 내기로 하였다. 아직도 다 못쓰고 있지만 정신적 나이인 전성기가 아직 멀었다니, 좋은 글을 많이 쓰고 봉사활동도 더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나도 정신적인 나이로 글도 쓰고, 이웃과 친구들에게 부끄러움 없이 살아가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한다.
(2008. 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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