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과 행복

2008.07.16 10:25

이의 조회 수:756 추천:9

행운과 행복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반 이의



  길을 가다가도 클로버가 눈에 띄면 한 번쯤 눈길을 준다. 잠시 여유가 있으면 행여나 하는 마음으로 성장이 시원치 않은 쪽을 바라본다. 잘 자라는 쪽보단 언저리에 작은 잎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네잎 클로버를 찾기가 쉽다. 어쩌다 네잎 클로버를 발견하면 큰 행운이라도 잡은 듯 가슴을 뛰게 한다.
네잎 클로버는 뜻밖의 돌연변이로 생겨난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꽃말이 행운인가 보다. 그리고 단정한 소녀 같은 세 잎 클로버의 꽃말은 무엇일까? 바로 ‘행복‘이라고 한다. 뜻밖에 찾아온 것이 행운이라면, 행복은 세 잎 클로버처럼 우리 주위에 지천으로 널려있지만 알아보지 못할 뿐이다. 클로버 세 잎이 다정히 얼굴을 맞대고 있듯이 행복이라는 형상도 혼자가 아니라 함께할 때만 찾아오지 않나 싶다. 나에게도 언젠가는 기막힌 멋진 일이 일어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누구든 한번쯤 생각해 보지 않았을까.
어느 날 로또복권 한 장이 일등에 당첨되어 돈벼락을 맞는 행운,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많은 재산을 상속받는 일이 있을 수도 있고, 아가씨라면 백마 탄 멋진 왕자님을 만날 수도 있다. 우리는 흔히 이런 일들을 행운이라고 한다. 어쩌다 찾아온 행운을 계속 내 것으로 만들어 가는 것은 자신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행복으로 이어 질 수도 있다.
복권에 당첨된 여인이 있었다. 새댁이었던 그 여자는 장날 우연히 복권 한 장을 샀는데 일등에 당첨되었다고 한다. 지금같이 몇 십억이 아닌 1억 정도였지만 그 당시로는 거금이었다. 그 돈을 들고 친척을 모두 불렀다고 한다. 셋방살이하던 그녀는 작은집 한 채 값을 떼어놓고 모두에게 골고루 나누어 주었다고 한다. 사실은 받는 사람보다 나눠주는 사람이 더 행복한 법이다. 사람은 누구나 남을 돕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 방법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서로 돕고 사는데 서투르다. 어려서부터 이웃을 배려하고 나누는 생활이 습관화되어 있다면 이웃과 함께 나누며 사는 게 진정한 행복이지 싶다.
  
조계종 종정 서암 스님의 경험담이 가슴에 와 닿는 것도 이 때문이다.
“6. 25 직후 큰 도시의 산 밑에 파 놓은 방공호에 가 보면 거지들이 많았어요. 한 번은 저런 사람들에게도 사람답게 사는 법을 가르쳐 줘야겠다 싶어서 거지 굴에서 함께 잔 적이 있지요. 처음에 그들 앞에서 요령을 흔드니 밥을 먹던 사람들이 모두 일어서서 쩔쩔매는 겁니다. 자기들한테 동냥 온 사람은 처음이거든요. 그러나 내가 ‘배가 고프니 밥 좀 나눠 달라’고 하자, 모두들 자기가 동냥했던 것을 주면서 얼굴에 희색이 가득해요. 자기들도 남에게 뭔가를 줄 수 있다는 데 큰 기쁨을 느꼈던 것이지요.”
  
헬런 켈러의 ‘3일 동안만 볼 수 있다면’을 읽다 보면 우리가 얼마나 행복에 겨워 살고 있는지, 그런데도 조금도 감사할 줄 모르고 살고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만약 내가 3일 동안만 볼 수 있다면 첫날에는 나를 가르친 준 설리번 선생님을 찾아가 그분의 얼굴을 보겠습니다. 그리고 산으로 가서 아름다운 꽃과 풀과 빛나는 노을을 보고 싶습니다. 둘째 날엔 새벽에 일찍 일어나 먼동이 터오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저녁에는 영롱하게 빛나는 하늘의 별을 보겠습니다. 셋째 날엔 아침 일찍 일어나 큰 길로 나가 부지런히 출근하는 사람들의 활기찬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점심때는 아름다운 영화를 보고, 저녁에는 화려한 네온사인과 쇼윈도의 상품들을 구경하며, 밤에는 집에 돌아와 사흘 동안 눈을 뜨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싶습니다.”
얼마나 평범한 바람인가! 그런데도 헬런 켈러에게는 일생일대의 희망이고 최대의 소원이었다.
  우리들은 행복을 행복으로 알지 못하고 세월이 흐른 뒤에야 비로소 그 때가 좋았다고 술회하며 아쉬워한다. 행복은 세 잎 클로버처럼 어딜 가나 지천으로 널려있다. 단지 우리가 그걸 찾지 못했을 뿐이다. 우리가 함께 찾아야 하는 그것이 바로 행복이지 싶다.

                                  (2008.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