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고향 진해, 마라톤 대회를 다녀와서

2011.02.16 09:33

박영숙영 조회 수:327 추천:8

내고향 진해, 마라톤 대회를 다녀와서



                       박영숙영



07년11월말경,  고향소식을 들으려고 인터넷속을 헤메다가 진해에서 해군과함께하는 마라톤이 있었다는것을 알게되었다.미국에서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큰 마라톤일 수록 ,대부분 대회가 끝나자 마자 곧바로 내년에 할 대회의 등록을 받는다.그런데 진해 마라톤이 언제 등록을 받는지를 몰라서 자주자주 인터넷을 방문했다.

11월9일 ,해군과함께하는 마라톤을 뛰기위해 7월7일부터 10월26 휴스톤 코알라 해프마라톤을 뛰기 전까지 총267마일을 연습했지만, 살은 빠지지 않았고 10월 26일 달리는 날에는 2시간 54분을뛰었다.

그리고 11월4일 미국을 떠나 한국에 도착하여 시간차도 극복 못한 상태에서  진해 마라톤을 뛰게되었다.제한 시간은 3시간이라고 하니 그 안으로 뛸 수 있을지 조금은 걱정을 하면서 공설운동장으로 왔다

새벽에 약간의 보슬비가 내렸고 날씨는 쌀쌀했지만 달리기에는 좋은 날씨였다 공설운동장에 모인 마라토너들의 몸매를보니 모두들 날씬한 몸매에 힘차게 뻣은 다리의 근육을 볼 수 있었다.

군인들의 총검술, 한자리에 모여서 하는 스트레칭, 롤러스케이트를 탄 응급처치반, 중간중간  장구와 쾡가리를 쳐서 지쳐가는 마라토너에게 용기를 주는 고마운사람들은 미국에서 볼 수 없는 풍경이었다

내가 태어난 진해 내 고향, 진여고를 나온 후, 해군공장에 아버지, 오빠와 함께 나도 일을 다녔던 곳인데,  40년만에 다시 이곳을 덜어 와서  63살 나와 23살 내딸과 함께 달릴 수 있다니, 가슴에 추억이 파도처럼 몰려오고 있었다.

봄바람이 벗꽃을 스치면, 꽃눈이 나비처럼 내려앉던 순결한 처녀 가슴에 몰래 몰래,피어나던 사랑꽃.진해의 그좁은 도시에서  흑백 다방이나 돌체  다방에서 한 남자를 만나고 다음날 출근을 하면 온 공장안에 소문이 나고, 또 나고해서, 그래서 결국엔 아버지의 금족령에 일을 그만 두고 나는 한동안 집에서 지내다 서울 언니집으로 올라왔었던 일……

내 첫사랑 이야기를 딸에게 들려 주면서 딸과 함께 달리는 이 길은 흘러버린 40년의 세월을 뒤돌아보게 하는 그리운 길이었다.세월이 흘러버린 지금 해군 부대안은 어디가 어딘지 잘 모르겠지만 바다를 향해 돌아오라,돌아오라 소리치면 섬 뒤에 숨어있던 첫사랑이 달려올것 같은,  갑짜기 목젖을 울리며 터져나올것 같은 뜨거운감정을 마음 한 구석에 안고서 추억의 길을 달리고 있었다.

아버지 제대금받아서 냉천동에 계간이 반쯤된 5천평의 땅을 산 몇년 후 불화를 받아야만 했는데 불화 받을 돈이 없어 그 땅을 팔고서 포항 오빠네로 가버린 부모님,이제는 부모님도 돌아가셨는데도 나이가 들수록 고향산천이 보고싶고 코흘릴적 친구들이 보고싶어 이렇게 진해를 오게되고 ,

63살 나이를 잊고 추억에 젖어 즐겁고 행복한 마음으로 달리기를 한다
맨 끝에서 달리는 나에게 달리기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힘내라고 소리치며 지나간다

처음 달리기를 할때 남편이 나에게 말했다.길 위에는 언제나 앞서가는 사람도 있고 뒤에서 달려오는 사람도 있으니 모든것 마음쓰지말고, 내 심장의 소리를 들으면서
주위의 경치를 즐기면서 뛰어야 힘들지 않다고 했다.

그렇게 내 힘에맞게 달리고 있는데 , 응급처치 봉사자가 내 옆으로와서 이런저런 말을 나누며 한동안 달리기도 했고,또 어느분이 내 옆으로 닥아와 함께  보조를 맞추며 나에게  용기를주었다.  

마지막 관문까지 동행하여준 분은 지쳐가는 나에게 용기를 주려 길거리 구경하는 사람들의 격려를 부탁하였다.  내 뒤에는 구급차가 따라오고, 나는 대통령이라도 된 양 즐거운 마음으로 그 상황을 즐기면서 운동장 안으로 들어왔다
.
피니쉬라인을 밟는순간, 나는 춤을추듯 했다. 2시간 51분.정말 기억에 남을 좋은 대회였다. 한가지 아위운 것은  기념품을 받고보니 기념품에 아무런 로고가 없었다.

앞가슴에는 ‘해군+진해 마라톤’,뒤에는 ‘진해 해프마라톤 21K완주 08’년이란 로고가 새겨져 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냥 시장에서 사서입은 옷 같아서 입고 나가도 뽑낼 수없어서 서운했다.

2008년11월9일 진해 해프 마라톤을 마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