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영주-비탈에 선 나무들
2019.06.16 12:14
비탈에 선 나무들
기영주
풀잎들이 말라가는 바람 거친 비탈에서
상처 입은 손을 모아 높이높이 흔드네
옛날에 늘 그랬듯이
잿빛 하늘이 무겁네
누가 피리를 불어 피멍이 풀린다 해도
마른 가지들 노래를 풀어내지 못하네
노을이 붉게 물들면
바람 앞에 다가서네
천 년 동안 핏속에 살 속에 또 가슴속에
숨겨온 아픈 이야기 뿌리로 깊이 내리네
모반의 계절을 인내하며
비탈에 서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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