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7.02 17:02

꽃 뱀

조회 수 110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꽃뱀/강민경



오늘도 나는 계곡에서 푸른 하늘 바라보며

산골짝 건널 일 산등성 넘을 일에

힘 드는 줄 모르고

올곧은 나무로 쭉쭉 뻗었다

 

 

개울물이 발끝을 적시고 흐르던

어느 아침

안갯속에서 함초롬한 이슬 물고 와

내미는 네 맨손이 하도 고와

퐁당 빠져들어 쿡쿡 하하

웃는 사이

 

너는 산맥처럼 일어선 내 어깨 근육을

뭉개고

거 쉼을 숨겨 돌돌 내 몸을 말아

옴짝달싹 못 하도록 욱죄고 귀골이 장대했던

나를 지우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나는, 온데간데없고 덩굴, 너만 남았구나

 

다 내어 주고

속절없고, 한심하고, 어처구니없어

속 빈 강정처럼, 돌아온 탕아처럼, 먼데 가신

하늘이라도 되돌려 달라고 애걸복걸하는데

네 뱃가죽이야 등가죽에 붙든지 말든지

눈길 한 번 주는 일 없는 너는

누구냐?

네가 그것이었니, 피를 말리는 꽃뱀?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70 난해시 / 성백군 하늘호수 2019.06.18 134
869 넝쿨 선인장/강민경 강민경 2019.06.18 178
868 기회 작은나무 2019.06.22 220
867 바람, 나무, 덩굴나팔꽃의 삼각관계 / 필재 김원각 泌縡 2019.06.25 136
866 두루미(鶴) / 필재 김원각 泌縡 2019.06.25 106
865 설산을 안고 앵두 빛 동심을 찾다 / 필재 김원각 泌縡 2019.06.25 280
864 허리케인이 지나간 후 / 필재 김원각 泌縡 2019.06.25 138
863 운명 / 성백군 하늘호수 2019.06.25 121
862 그가 남긴 참말은 강민경 2019.06.26 163
861 꽁지 없는 푸른 도마뱀 / 필재 김원각 泌縡 2019.06.27 221
860 산그늘 정용진 2019.06.30 121
859 산그늘 정용진 시인 정용진 2019.07.01 88
858 뿌리 / 성백군 하늘호수 2019.07.02 294
» 꽃 뱀 강민경 2019.07.02 110
856 풀 / 성백군 하늘호수 2019.07.09 191
855 5월에 피는 미스 김 라일락 (Lilac) / 필재 김원각 泌縡 2019.07.10 163
854 비우면 죽는다고 강민경 2019.07.13 125
853 기타 곽상희7월서신-잎새 하나 미주문협 2019.07.16 903
852 단풍 낙엽 / 성백군 2 하늘호수 2019.07.16 371
851 이상기온 / 성백군 하늘호수 2019.07.23 233
Board Pagination Prev 1 ... 67 68 69 70 71 72 73 74 75 76 ... 115 Next
/ 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