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복-수제비
2020.05.30 10:50
수제비
홍순복
수제비 반죽을 떼어 넣는 내게
언니는 쉬지 않고 말한다
라디오 음악처럼 흘러간다
큰아들이 섭섭하고 며느리 복도 없고
작은 아들 효자잖아 욕심내지마
다시마가 없어 국물이 별로겠다
양파 넣으면 돼 멸치는 없니
없어 마켓에 가야하는데
지리멸치는 있는데
그게 더 맛있어 푹푹 넣어라
알았어, 다음엔 맛있게 해줄게
네 음식이 내입에 딱 맞더라
너무 심심하지
그래서 좋아
감자수제비를 한 그릇씩 놓고
자매는 후르륵거리며 먹는다
이런 수제비는 처음이야 쫄깃하다
밀가루 수제비는 싫어
어릴 적 먹던 가난한 기억이라
위장이 부실한 언니는 벌건 김치를 물 컵에 씻어낸다
감자처럼 썩혀진 속
그것도 모자라 떼어내는 아픔
오랜 치댐이
맛의 깊이를 만들 듯
끝도 없이 펼쳐지는 이야기는
시간을 잊는다
내 유년의 우상이
부서진 채로 살아있다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447 |
안서영-섬
![]() | 미주문협 | 2018.07.31 | 73 |
446 |
이선자-바위
![]() | 미주문협 | 2019.06.01 | 73 |
445 |
이신우-신전
![]() | 미주문협 | 2020.05.01 | 73 |
444 |
김호길-하루에 시 한편
![]() | 미주문협 | 2020.09.04 | 73 |
443 |
박복수-우쿠렐레
![]() | 미주문협 | 2018.09.16 | 74 |
» |
홍순복-수제비
![]() | 미주문협 | 2020.05.30 | 74 |
441 |
행복이란 무엇일까?/ 손용상
![]() | 미주문협 웹도우미 | 2014.06.05 | 75 |
440 | 삶과 풍선 / 홍인숙 | 미문이 | 2008.05.12 | 76 |
439 |
박인애-디아스포라의 꿈
[1] ![]() | 미주문협 | 2018.04.30 | 77 |
438 |
최혜령-반세기를 넘은 화해
![]() | 미주문협 | 2019.01.06 | 77 |
437 |
빅베어 가는 길(시조) / 지희선
![]() | 미주 | 2024.01.31 | 78 |
436 |
신현숙-겨울나무의 노래
![]() | 미주문협 | 2021.08.29 | 78 |
435 |
안규복-작대기 하나 내리긋고
![]() | 미주문협 | 2019.01.28 | 79 |
434 | 가을劒 / 김영수 | 미문이 | 2008.09.29 | 80 |
433 | 소켓 속의 세상 / 김인자 | 관리자_미문이 | 2012.02.27 | 80 |
432 |
친구-김병현
![]() | 미주문협 | 2019.01.19 | 80 |
431 |
박인애-가리마
![]() | 미주문협 | 2019.12.31 | 80 |
430 | 뇌성 / 백선영 | 미문이 | 2008.12.02 | 81 |
429 |
정국희-나는 나를 쉽게 미화한다
![]() | 미주문협 | 2022.12.15 | 81 |
428 | 시즌 / 안경라 | 관리자_미문이 | 2012.05.29 | 8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