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짜본 베 / 천숙녀
어제는 종일토록 물레를 돌렸다
한 치도 못 짜본 베 초록 연가戀歌 부르면서
짜야 할
생애生涯 마디들
능직綾織으로 평직平織으로
못 짜본 베 / 천숙녀
어제는 종일토록 물레를 돌렸다
한 치도 못 짜본 베 초록 연가戀歌 부르면서
짜야 할
생애生涯 마디들
능직綾織으로 평직平織으로
눈물꽃 / 천숙녀
가을을 아쉬워하며 / 김원각
청국장 / 천숙녀
빛, 문을 향하여 / 천숙녀
복수초 / 천숙녀
화장 하던날
연하장을 띄웁니다 / 천숙녀
가을나무
때늦은 감사 / 성백군
못 짜본 베 / 천숙녀
비켜 앉았다 / 천숙녀
아침나절 / 천숙녀
몽돌 / 천숙녀
지문指紋 / 천숙녀
아버지 / 천숙녀
침묵沈黙 / 천숙녀
묵정밭 / 천숙녀
2월 엽서.1 / 천숙녀
사과껍질을 벗기며
등나무 / 천숙녀
구연배 시인님의 해설에서 -
<못 짜본 베>에서 그는 소리가 아닌 울림으로 현 마음을 고백하고 통곡한다.
삶은 베 짜기와 같은 것이리라.
즐겁게 초록 연가 부르며 생의 마디마디 능직과 평직으로 곱게 짜야할 베틀이다.
그러나 종일 물레를 돌렸지만 한 치도 못 짜봤다고 고백한다.
종일은 곧 평생으로 치환된다.
영원한 숙녀지만 육십을 훌쩍 넘긴 나이에 삶의 베를 한 치도 못 짜봤다고 말한다.
어떻게 해야 하는 줄 알면서도 행동으로 옮겨보지 못한 후회가 속 깊은 성찰로 가슴을 치게 한다.
초록 연가 부르며 풀어지지 않는 능직과 평직으로 짜보고 싶은 인생이다.
그러나 삶이 미완성인 한 오늘부터는 베를 짜겠다는 다짐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그의 안부는 잘 짜여 진 올처럼 사랑 밖으로 빠져나갈 수 없다.
물론 아름다운 한 폭의 베로 거듭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