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9.29 09:40

까치밥

조회 수 14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까치밥 > 

 

 

시절이 가난하다고

마음마저 궁하지는 않았소

 

외려 이웃을, 주변을 더 배려하고

타인의 아픔을, 배고픔을 더 측은히 여겼지

나도 잘 아니까, 배고픈 게 뭔지…

 

마주치는 이에게

진지 드셨습니까, 저녁 드시고 가세요

물론 때꺼리가 달랑거리고, 아니

쌀독 긁히는 소리가 날 망정

그래야 마음이 편했지

못 말리는 사람들

 

식량이 모자라

죽 문화가 발달했다더만

그건 죽도 아니었다네, 그냥 물 붓고

있는 것 뭐든지 밥 조금하고 함께 푹푹 끓이는

그러다 한 식구 더 오면, 새 손님이 들면

거기 물 한 바가지 더 붓고 끓이는

우리네 아낙들은 다 유명 쉐프였으니까

 

단풍 들고 서리 내릴 무렵

벌겋게 익은 뒤뜰의 감 수확할 때면

아버지들은 으레 가지 끝 몇 알을 남기셨소, 그건

세상없어도 지켜야 하는 천칙(天則)

배고픈 까치, 저들도 생명, 이웃이니까

우리가 그런 걸 보면서 자랐구먼

 

그 까치들, 까마귀들 오늘 아침

여기 미국까지 배웅을 왔네

몹시도 반갑다

행복하게 잘들 살거라

 

 

 

 

93043_5106_422.jpg

 

images.jpeg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68 아이들과갈비 강민경 2005.09.19 329
467 그림자의 비애 성백군 2011.10.17 329
466 수필 우리가 문학을 하는 이유 김우영 2014.11.23 329
465 겨레여! 광복의 날을 잊지 맙시다 file 박영숙영 2015.08.15 329
464 코스모스 날리기 천일칠 2005.10.10 330
463 새 출발 유성룡 2006.04.08 330
462 낡은 재봉틀 성백군 2006.05.15 330
461 여호와의 거시기는 & 아무거나 file 박성춘 2007.06.25 330
460 그 소녀의 영력(靈力) file 박성춘 2007.08.13 330
459 무 덤 / 헤속목 헤속목 2021.05.03 330
458 방전 유성룡 2006.03.05 331
457 가을 밤송이 성백군 2014.10.10 331
456 수필 새삼 옛날 군생활얘기, 작은글의 향수 강창오 2016.07.05 331
455 기타 거울에 쓰는 붉은 몽땅연필-곽상희 미주문협 2017.11.07 331
454 아침이면 전화를 건다 김사빈 2005.04.02 332
453 어머니의 마당 성백군 2005.08.12 333
452 송어를 낚다 이은상 2006.07.19 333
451 바람의 길 4 이월란 2008.02.23 333
450 詩똥 이월란 2008.03.09 333
449 그리움 강민경 2019.04.26 333
Board Pagination Prev 1 ... 86 87 88 89 90 91 92 93 94 95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