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애의 창작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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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
2007.10.12 10:46
눈길
이 용 애
성긴 눈발이
허공에서 춤을 춘다
깨끗이 다듬어진 길 앞에 서서
기억 속으로 날아드는 눈송이 따라
내 눈길은
그 날의 오솔길로 들어선다
가라앉은 진회색빛 하늘에선 함박눈이
풀풀 날리기 시작하던 아침이었다
눈송이에 정신을 빼앗겨
겁도 없이 들어선 야산 오솔길
학교로 가는 지름길이었다
삽시간에 사각사각 덮인 눈 밑에
어린 떡갈나무 개암나무 사이로
빤히 보이던 오솔길
자취 없이 사라지고
나는 그만 방향을 잃고 동그마니
나무가 되어 서 있었다
이젠 그 자리에
눈에 묻혀도 길 잃지 않을
반듯한 아스팔트 길 하나
끝도 없이 뻗어 있다
정신없이 갈팡질팡 헤맬 때
내 손 잡아주던
어린 나무들 보이지 않는다
나는
넓혀진 길, 조금도 반갑지 않고
그 때 그 눈송이 함빡 맞으며
눈 덮인 오솔길로 뛰어 들고 싶다
가슴 가득한 서러움이 풀릴 때까지
눈 속에서 다시 길 잃고
헤매고 싶다
떡갈나무 개암나무 사이
눈송이 사이로 헤매고 싶다
-- < 한글문학 > 98 겨울 --
이 용 애
성긴 눈발이
허공에서 춤을 춘다
깨끗이 다듬어진 길 앞에 서서
기억 속으로 날아드는 눈송이 따라
내 눈길은
그 날의 오솔길로 들어선다
가라앉은 진회색빛 하늘에선 함박눈이
풀풀 날리기 시작하던 아침이었다
눈송이에 정신을 빼앗겨
겁도 없이 들어선 야산 오솔길
학교로 가는 지름길이었다
삽시간에 사각사각 덮인 눈 밑에
어린 떡갈나무 개암나무 사이로
빤히 보이던 오솔길
자취 없이 사라지고
나는 그만 방향을 잃고 동그마니
나무가 되어 서 있었다
이젠 그 자리에
눈에 묻혀도 길 잃지 않을
반듯한 아스팔트 길 하나
끝도 없이 뻗어 있다
정신없이 갈팡질팡 헤맬 때
내 손 잡아주던
어린 나무들 보이지 않는다
나는
넓혀진 길, 조금도 반갑지 않고
그 때 그 눈송이 함빡 맞으며
눈 덮인 오솔길로 뛰어 들고 싶다
가슴 가득한 서러움이 풀릴 때까지
눈 속에서 다시 길 잃고
헤매고 싶다
떡갈나무 개암나무 사이
눈송이 사이로 헤매고 싶다
-- < 한글문학 > 98 겨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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