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동행

             이용애

노을 가득한 산길에서
뒤를 돌아봅니다
돌무더기 험한 산길이
내 뒤에 남아 있습니다
돌부리에 채인 발의 상처가
아려옵니다

주위를 둘러봐도
위로 받을 얼굴 하나
보이지 않습니다
주저앉을 수도 없습니다
이제 곧 날이 저물 테니까요

다시 안간힘을 쓰며 걸어갑니다
산모롱이에 이르러
바로 앞에 다리를 끌며
걷는 이를 발견합니다
우리는 같은 길을 가는 동행이었습니다
힘들 때 서로 손잡아 줄 수도 없이
떨어져서 걷는 동행 말입니다

있는 힘을 다해 쫓아가 보지만
벌어진 틈은 조금도
좁혀지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길이 다 할 때까지
같은 길을 따로 갈 것입니다
따로 떨어져 걷는
동행일 수밖에 없습니다

--<미주문학> 2002년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