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 성백군
웃으면 웃는 데로
찡그리면 찡그리는 데로
다 받아주는 거울이
화장실 세면대 위에 서 있다
속이 바다보다 깊고
품이 하늘보다 더 넓은가
고작 5mm도 안 되는 두께가
세상을 다 담았구나
겸손이 비결인가?
한 번도 제 속을 들어낸 적이 없구나
다만, 빛 앞에서만
조용히 반짝일 뿐
나는 80 평생을
보고, 듣고, 느끼고, 살았으니
이제 좀 채워지거나
새로워져야 하지 않는가
거울이 말한다. 저처럼
깨어지지 않았으면 다행이라고
거울 속 내가 거울 밖 나를
위로합니다
1505 - 07082025
*시산맥 카페회원 추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