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존재감 / 성백군
나는
세상에 나올 때
지도 한 장 가지고 나왔다
빽빽한 길
가야 할 내 길
길목마다 표지판이 있고
신호등이 깜박거린다만
되돌아갈 수 없는 외길
내 몸은 어느새 지우개가 되었다
날마다 지우고 또 지운다
길도 지워지고, 내 몸도 지워지고,
시간도 지워지고,
이제 10%만 더 지우면
완전한 백지
가을 하늘이 구름을 걷어내 듯
내 삶도
맑고, 푸르고, 높게,
시간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완전한 자유를 위하여
육신을 지우고 영원을 사모하게 하는 게
창조주 하나님이
사람에게 베푸는 마지막 사랑이라면
인생의 여백은 감사로 채워야 합니다
1541- 1022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