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이~게 뭡니까? 광복절 기념
2007.08.14 13:12
“삐라?”
얼마 전 공영방송이라 자부하는 어느 방송사의 “진품 명품”이라는
시간이었다.
여기에서는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우리 조상들의 얼이 담긴 골동품들을
평가받는다.
그런데 그 자리에는 불과 50여 년 전 이 땅에 뿌려졌던 소위 “삐라”라는
것이 등장하였다.
즉 일본이 패전하여 이 땅에서 물러나고 곧 이어 미군이 이 땅에 진주하게
된다는 포고문 전단이었는데 그것을 감정하는 감정사는 시종일관 이
전단을 “삐라”라고 말했다.
“삐라”라는 말이 도대체 어느 나라말인지 다 같이 생각해 보자!
일본어 사전에는 “ビラ(비라)”라는 말이 있는데 그 해설을 보면
<영어 bill의 잘못 전해진 말>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그런데 그 사전에는 “ビル(비루)”라는 말도 실려 있는데 이것이 바로
bill의 옳은 표기다.
즉 “ビラ(비라)”는 일본에서조차 잘못 전해진 말로 정의된 말인데 우리는
또다시 “삐라”로 바꾸어 쓰고 있다.
그날 그 “삐라”라는 것을 감정한 사람의 나이를 보아서는 그것이 일제의
잔재라는 것쯤은 알 수 있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삐라”라는 말을 마치
우리말인 것처럼 스스럼없이 쓰는 것을 보니 한숨이 터져 나왔다.
도대체 이놈의 나라는 어찌 돼먹은 나라이기에 과거의 쓰라린
상처를 그대로 껴안고 살아가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이 나라의 백성들은 너나할 것 없이 모두 건망증 환자들의 공화국인 것 같다.
이 나라의 말과 글을 없애려고 온갖 만행을 저지르던 것은 말짱 잊고
그 징그러운 왜놈의 말을 내말인양 쓰고 있는 꼬락서니들을 보노라면
나랏말 정책 당국자들을 비롯해서 국문학자들에게 오물이나 퍼부어주고
싶은 마음이 치솟는다.
빌린 말도 일본식으로 발음해야 우리 국어의 특성에 맞는 올바른 표기가
되고, 동시에 그것이 바로 우리말이라고 하는 얼간이들이 나랏말을 망치고
있다.
한술 더 떠서 학자라는 얼간이들은 <외래어는 “귀화어”로 우리말>이라고
얼빠진 학설을 내놓고 학위를 따고 새로운 우리말을 창안해 낼 생각은
하지도 않고 “삐라”처럼 잘못 전해진 말도 “귀화하면 우리말”이 되고 마는
세상이다.
그러니 꼬리 잘린 영어 나부랭이나, 일제 쓰던 잔재들이 졸지에 우리말이
되고 만다.
이처럼 나랏말 정책 당국자들이나 국문학자들이 주체성이 없으니 일본이
우리를 깔보고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느니 정신대는 강제동원된 것이
아니라는 둥 헛소리만 늘어놓지 않느냔 말이다.
일제의 잔재인 줄 알면서도 버젓이 방송되는 우리네 일상용어를 일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나이든 일본인들은 옛 향수를 만끽할 것이고, 젊은 일본인들은 고개를
갸웃하며 대한민국의 언어가 자기네 말과 비슷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광복 된지 반세기 넘었건만 해마다 이맘때면 아직도 우리 말속에 일제의
잔재가 수두룩한 것을 볼 때마다 썩은 정치인들과 행정부 각료들에게
오물을 퍼부었던 어느 애국충정어린 국회의원처럼 나랏말 정책 당국자들과
이 땅의 국문학자들에게 오물을 퍼부어주고 싶은 충동이 왈칵 치밀어 오른다!
도~대체 이~게 뭡니까?
한글 연구회
최 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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