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훌쩍 가시다니요
2009.05.28 17:42
그렇게 훌쩍 가시다니요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반 정원정
유서에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고 쓰셨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시어!
당신이 저 세상으로 가신 지금, 우리도 간장이 에이도록 슬퍼서 아무것도 할 수도, 손댈 수도 없습니다. 책을 좋아했던 당신이 그리고 글쓰기를 즐겼던 당신이 그렁그렁 눈물을 담아 올렸을 그 유서가 이렇게 가슴을 치다니…….
아, 아! 노무현! 서민의 벗이었던 당신, 이렇게 스스럼없이 이름을 불러 봅니다. 당신은 지금, 온 국민의 눈물을 보고 계십니까? 이 강산 어디에고 끝도 한도 없는 추모민심의 물결이 출렁이고 있습니다. 소년처럼 여린 수줍음으로 미소를 지으며, 아니 어쩌면 눈물 한 방울 주르륵 흘리며 바라보고 계시는지요? 평소의 소탈한 표정이 자꾸만 어려 우리를 더 울게 합니다.
우리는 당신을 이 사회의 고정관념과 금기에 맞서 열정을 다해 싸운 정의의 투사로만 알았습니다. 허나 그 순박한 웃음에서 보듯 당신은 억센 부라퀴무리에게는 길들이지 못한 부룩송아지였습니다. 이 사회는 너무도 탄탄한 주류의 권력이 버티고 있어서 꾀바르지 못한 당신은 어쩌지 못하셨지요? 하기야 누군들 무소불위의 실세권력에 맞설 방법이 있었겠습니까? 보복성 수사라는 인상을 풍긴 검찰의 수사는 당신에게 몹시 가혹했습니다. 원칙을 중시하던 당신은 더는 견디지 못하셨나요?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습니까? 하늘을 우러러 그저 통탄할 뿐입니다.
“운명이다!”라고 여길 만큼 어쩌지 못하셨나요? 모진 수모를 가슴에 안고 저 부엉이바위 벼랑에서 45미터 허공 밑으로 스스로 몸을 던진 당신의 외로움을 왜 우리는 진즉 눈치 채지 못했을까요? 우리 무두는 알 만큼은 알면서 말입니다.
사법부, 국세청, 국정원까지 동원되어 당신의 측근들을 수사의 높은 나무 에 올려놓았을 때 그 밑에서 조‧중‧동은 옳거니 하고 그 나무를 세게 흔들어댔던 것을 압니다. 결국은 처절하게 추락하도록 여지없이 흔들어댔지요. 심지어 당신과 당신의 가족까지 법망으로 묶으려는 듯 발가락의 때까지, 머리카락 사이의 비듬까지 샅샅이 그악스럽게 죄목을 붙여 조사하였습니다. 알만 한 사람들은 그걸 일러 표적수사라고 했습니다.
어릴 적 농민의 아들이었던 당신은 청와대에서 물러나자 고향으로 돌아간 정겨운 모습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지요. 고향 봉화마을 앞들에도 보리가 누렇게 익어가는 보리누름에 순박한 본인의 의도와는 다르게 끕끕수를 주며 수삼망이 조여 오자 당신은 더 견디지 못하셨나요?
“더 이상 노무현은 여러분이 추구하는 가치의 상징이 될 수 없다.”
“진보, 정의, 이런 말을 할 자격을 잃어버렸다.”
고 뼈있는 글을 남긴 걸 보면 이미 그 때 희망의 날개 하나를 접으셨나요? 당신이 처절하게 생을 마감한 지금에야 다시 되씹어봅니다. 자존심을 다 내려놓고 피를 토하듯 남긴 글임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역대 대통령 중에 신뢰를 한 몸에 받았던 일국의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난 뒤에도 많은 지지자들이 환호했고 당신의 뒤끝이 결코 허술하지 않으리라고 믿었는데 그렇게 가시다니요?
티브이화면에서는 언제 봐도 당신은 넥타이를 단정하고 반듯하게 매는 분이었습니다. 역대 대통령 중에 보기 드물게 보는 이에게 다부지게 복장을 갖춘 분이셨습니다. 그대로 삶 자체에서도 그런 인상을 준 당신은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크게 받았지요. 그런 당신이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
라고 절절한 유서 몇 줄을 남기고 훌훌 가셨나요? 집권세력의 닦달에 더는 견디지 못하셨나요? 차마 갈 수 없는 길을 가고 말다니요?
전직 대통령을 잘 예우한다고 핑계를 대던 정치검찰의 모사는 집요했다면서요? 농민으로 귀향한 한 퇴직 대통령을 조이고 조여서 슬픈 결말을 보게 된 이 지경을 무어라 설명할까요? 이 잔혹한 시대에 당신의 숭고한 죽음이 헛되지 않기를 모두가 기원하기에는 북받쳐 오르는 슬픔을 견딜 수 없습니다.
고향마을에 작은 비석 하나 세워달라는 당신의 소박한 유지대로 고향에 마련될 봉분을 그려 봅니다. 그곳에 가면 민주, 정의, 통일, 사람이 살만한 세상을 향해 우리 모두 함께 하자고 64세의 펄펄한 기백으로 거침없이 웃으시는 당신을 만날 수 있을까요? 고향으로 돌아간 뒤 홀가분한 차림으로 사람들 앞에서 “좋다!”하며 두 손을 치켜들고 환하게 웃던 당신의 모습이 더욱 그립습니다. 언제쯤 우리는 당신이 꿈꾸던 그런 세상을 만날 수 있을까요? 언제 우리시대에 권력이 국민 앞에 머리 숙이고 성찰하는 날이 올까요?
당신의 애절한 죽음을 우리는 가슴 깊이 새기고 있습니다. 그 죽음에서 머지않아 숭고한 싹이 돋아날 것입니다. 전국의 자원봉사자와 조문행렬을 보며 우리는 서로 껴안고 좋은 세상을 만들 희망을 가져 봅니다. 우리의 소원이 하늘을 움직일 것입니다. 우리의 가슴에 영원히 살아 있을 당신께서 마지막 가시는 마당에 차마 무슨 말씀을 드리오리까. 그곳에선 당신 같은 전직 대통령의 치적의 공과에 대해 하나부터 열까지 다 망신 주는 씨식잖은 무리들은 없겠지요. 사랑하고 존경하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님, 부디부디 좋은 세상에서 편히 잠드소서!
(2009. 5. 29.)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반 정원정
유서에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고 쓰셨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시어!
당신이 저 세상으로 가신 지금, 우리도 간장이 에이도록 슬퍼서 아무것도 할 수도, 손댈 수도 없습니다. 책을 좋아했던 당신이 그리고 글쓰기를 즐겼던 당신이 그렁그렁 눈물을 담아 올렸을 그 유서가 이렇게 가슴을 치다니…….
아, 아! 노무현! 서민의 벗이었던 당신, 이렇게 스스럼없이 이름을 불러 봅니다. 당신은 지금, 온 국민의 눈물을 보고 계십니까? 이 강산 어디에고 끝도 한도 없는 추모민심의 물결이 출렁이고 있습니다. 소년처럼 여린 수줍음으로 미소를 지으며, 아니 어쩌면 눈물 한 방울 주르륵 흘리며 바라보고 계시는지요? 평소의 소탈한 표정이 자꾸만 어려 우리를 더 울게 합니다.
우리는 당신을 이 사회의 고정관념과 금기에 맞서 열정을 다해 싸운 정의의 투사로만 알았습니다. 허나 그 순박한 웃음에서 보듯 당신은 억센 부라퀴무리에게는 길들이지 못한 부룩송아지였습니다. 이 사회는 너무도 탄탄한 주류의 권력이 버티고 있어서 꾀바르지 못한 당신은 어쩌지 못하셨지요? 하기야 누군들 무소불위의 실세권력에 맞설 방법이 있었겠습니까? 보복성 수사라는 인상을 풍긴 검찰의 수사는 당신에게 몹시 가혹했습니다. 원칙을 중시하던 당신은 더는 견디지 못하셨나요?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습니까? 하늘을 우러러 그저 통탄할 뿐입니다.
“운명이다!”라고 여길 만큼 어쩌지 못하셨나요? 모진 수모를 가슴에 안고 저 부엉이바위 벼랑에서 45미터 허공 밑으로 스스로 몸을 던진 당신의 외로움을 왜 우리는 진즉 눈치 채지 못했을까요? 우리 무두는 알 만큼은 알면서 말입니다.
사법부, 국세청, 국정원까지 동원되어 당신의 측근들을 수사의 높은 나무 에 올려놓았을 때 그 밑에서 조‧중‧동은 옳거니 하고 그 나무를 세게 흔들어댔던 것을 압니다. 결국은 처절하게 추락하도록 여지없이 흔들어댔지요. 심지어 당신과 당신의 가족까지 법망으로 묶으려는 듯 발가락의 때까지, 머리카락 사이의 비듬까지 샅샅이 그악스럽게 죄목을 붙여 조사하였습니다. 알만 한 사람들은 그걸 일러 표적수사라고 했습니다.
어릴 적 농민의 아들이었던 당신은 청와대에서 물러나자 고향으로 돌아간 정겨운 모습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지요. 고향 봉화마을 앞들에도 보리가 누렇게 익어가는 보리누름에 순박한 본인의 의도와는 다르게 끕끕수를 주며 수삼망이 조여 오자 당신은 더 견디지 못하셨나요?
“더 이상 노무현은 여러분이 추구하는 가치의 상징이 될 수 없다.”
“진보, 정의, 이런 말을 할 자격을 잃어버렸다.”
고 뼈있는 글을 남긴 걸 보면 이미 그 때 희망의 날개 하나를 접으셨나요? 당신이 처절하게 생을 마감한 지금에야 다시 되씹어봅니다. 자존심을 다 내려놓고 피를 토하듯 남긴 글임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역대 대통령 중에 신뢰를 한 몸에 받았던 일국의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난 뒤에도 많은 지지자들이 환호했고 당신의 뒤끝이 결코 허술하지 않으리라고 믿었는데 그렇게 가시다니요?
티브이화면에서는 언제 봐도 당신은 넥타이를 단정하고 반듯하게 매는 분이었습니다. 역대 대통령 중에 보기 드물게 보는 이에게 다부지게 복장을 갖춘 분이셨습니다. 그대로 삶 자체에서도 그런 인상을 준 당신은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크게 받았지요. 그런 당신이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
라고 절절한 유서 몇 줄을 남기고 훌훌 가셨나요? 집권세력의 닦달에 더는 견디지 못하셨나요? 차마 갈 수 없는 길을 가고 말다니요?
전직 대통령을 잘 예우한다고 핑계를 대던 정치검찰의 모사는 집요했다면서요? 농민으로 귀향한 한 퇴직 대통령을 조이고 조여서 슬픈 결말을 보게 된 이 지경을 무어라 설명할까요? 이 잔혹한 시대에 당신의 숭고한 죽음이 헛되지 않기를 모두가 기원하기에는 북받쳐 오르는 슬픔을 견딜 수 없습니다.
고향마을에 작은 비석 하나 세워달라는 당신의 소박한 유지대로 고향에 마련될 봉분을 그려 봅니다. 그곳에 가면 민주, 정의, 통일, 사람이 살만한 세상을 향해 우리 모두 함께 하자고 64세의 펄펄한 기백으로 거침없이 웃으시는 당신을 만날 수 있을까요? 고향으로 돌아간 뒤 홀가분한 차림으로 사람들 앞에서 “좋다!”하며 두 손을 치켜들고 환하게 웃던 당신의 모습이 더욱 그립습니다. 언제쯤 우리는 당신이 꿈꾸던 그런 세상을 만날 수 있을까요? 언제 우리시대에 권력이 국민 앞에 머리 숙이고 성찰하는 날이 올까요?
당신의 애절한 죽음을 우리는 가슴 깊이 새기고 있습니다. 그 죽음에서 머지않아 숭고한 싹이 돋아날 것입니다. 전국의 자원봉사자와 조문행렬을 보며 우리는 서로 껴안고 좋은 세상을 만들 희망을 가져 봅니다. 우리의 소원이 하늘을 움직일 것입니다. 우리의 가슴에 영원히 살아 있을 당신께서 마지막 가시는 마당에 차마 무슨 말씀을 드리오리까. 그곳에선 당신 같은 전직 대통령의 치적의 공과에 대해 하나부터 열까지 다 망신 주는 씨식잖은 무리들은 없겠지요. 사랑하고 존경하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님, 부디부디 좋은 세상에서 편히 잠드소서!
(2009. 5.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