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어 두부요리

2009.06.29 07:54

김학 조회 수:462

추어(鰍魚) 두부요리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야간반 무공 이순종



미꾸라지를 항아리에 넣는다. 하루 세 번씩 깨끗한 물을 갈아 주면서 닷새쯤 지나면 진흙을 다 토해낸다. 그런 다음 솥에다 물을 부어 미꾸라지 오십여 마리를 넣어서 불을 지핀다. 이내 미꾸라지는 뜨거워 혼비백산하게 된다.
그때 두부 몇 모를 솥에 넣는다. 미꾸라지들은 모두 정신없이 두부 속으로 파고든다. 두부가 당장은 물보다 시원하기에 사력을 다해 두부 속으로, 속으로 파고든다.  그들은 잠시 잠깐의 시원함에 한숨을 돌린다. 안락함도 잠시, 점점 뜨거워지면 미꾸라지들은 오도 가도 못 하고 약이 바싹 오른 상태로 익어버리고 만다. 이것이 추어두부요리를 만드는 과정이다.

이 추어가 두부에 박힌 것을 추어두부라 한다. 이 두부를 썰어 참기름에 지져 탕을 끓이면 ‘추두부탕(鰍豆腐湯)’이라 부른다. 탕뿐 아니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양념장에 찍어 추어두부숙회로 먹기도 하고, 기름에 부쳐 추어두부부침으로 해먹기도 한다.

나는 이 요리법에 우리 사회를 투영해 본다.
권력자들은 이처럼 국민을 다룬다. 처음엔 신선한 물을 주는 듯 보이지만 결국, 탕으로, 숙회로, 부침으로 해먹는 추어두부요리처럼 그들을 이용할 뿐이다.

한편,
우리 인생도 이와 다르지 않다. 인생고(人生苦)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회피하기에 바쁘다. 그리고선 무언가에 쫓기듯 세간의 욕망에 취해버리고 만다. 명예에, 권세에, 욕정에, 돈에, 물질에, 관념에…….
두부 속에 박혀서 잠깐의 안락, 찰나의 쾌락에 매몰되어 인생고(人生苦)를 잊어버리고자 하지만, 끝내 새장에 갇힌 앵무새처럼 인생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이도 저도 못한 채 살아가고야 마는 것이다.
                              (2009.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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