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말 <정용진 시집 설중매>

2009.09.16 11:43

정용진 조회 수:205


시인의 말
            <시는 언어로 그리는 영혼의 그림>
  조춘(早春)이다.
팔로마(Palomar) 산자락의 잔설(殘雪)이 뿜어내는 눈바람이 아직도 차가운데 뜰 앞 매화나무가 성급히 별빛같이 밝은 눈빛으로 봄을 열고 있다. 그 맑고 짙은 향기가 내 서창(書窓)을 노크하며 초봄을 알린다.
한겨울 잠자던 땅이 숨결을 트고, 말랐던 앞 시냇물이 굳게 닫쳤던 빗장을 풀고 율동을 시작한다. 다시 과목 가지로 돌아와 수다를 털어놓는 산새들과 겨울잠에서 갓 깨어난 개구리들, 그리고 나비 떼들과 함께 시를 쓰는 계절이 산마을에 찾아 왔다.
여기 모은 시들은 그간 발표한 시집 ‘강마을’ ‘장미 밭에서’ ‘빈 가슴은 고요로 채워두고’ ‘금강산’ 한영 시 선집 ‘너를 향해 사랑의 연을 띄운다.“에 뒤를 잇는 나의 여섯 번째 시집이다.
시를 40여년 넘게 쓰면서 내가 스스로 내린 시의 정의처럼 ”시란 육신의 눈으로 바라다 본 사물의 세계를 사유의 체로 걸러서 탄생시킨 생명의 언어인 동시에 영혼의 메아리다.” 를 재확인하는 셈이다.
하나같이 주위를  둘러선 산과 시내, 자연 속에서 얻은 시상들을 옮겨 놓은 것이다. 내 주위에 펼쳐진  풍광과 형상을 싱싱하고 진솔하게 시적 언어로 표현하고 싶었다.
시 란 언어로 그리는 영혼의 그림이다. 그 사람의 시를 읽어보면 작가의 영혼의 무게를 곧 가늠할 수 가있다. 그래서 작가는 독자들 앞에 서기가 두려운 것이다. 바람 부는 대로, 붓 가는 대로, 글을 쓴다는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모독이요, 무책임 하거나 스스로를 속이는 엄청난 과오일지도 모른다. 글이 곳 인간(文卽人)이라는 명제가 여기서 나오는 것이다. 이때에만이 작가 자신의 가슴이 떨리고 또 독자들이 그 작품 앞에서 감동하게 된다. 글은 흰 종이에 검은 먹칠을 하는 무책임한 행동이 결코 아니다. 영혼의 노래요, 생명의 조각이다. 이것이 곧 작가의 고귀한 사명인 것이다.
시인의 혼이 얼마나 맑고 청순하냐에 따라서 그 시의 세계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나로서는 혼신의 힘을 기우려 정성껏 쓴 작품들이다. 이 시들이 독자 여러분들을 찾아가서 아름다운 벗이 되고, 위로가 되며 마음에 기쁨이 되 기를 바란다.. 그간 옆에 서서 한 결같이 지켜봐준 아내와, 발문을 써주신 기영주 시인, 그리고 출판을 맡아주신 미래문화사 임종대 사장에게 감사를 드린다.
우리의 선조들은 송. 죽. 매(松竹梅)를 일러 세한삼우(歲寒三友)라 기렸고, 매화의 용모, 난의 자태, 국화의 향기, 대나무의 소리, 를 귀히 여겨 사군자(四君子)라 사랑했다. 이봄 눈 속에 지조롭게 꽃피는 매화의 향기가 독자 여러분들의 가슴속에 가득 차오르기를 기원한다.
고희(古稀)를 맞이하여 이 시집을 엮었다. 여러분들의 애송시집이 되었으면 한다.
            20009년 이른 봄 샌디에고 추계동 에덴농장에서 저자 鄭用眞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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