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니문 푸어/최윤
2012.01.19 06:45
허니문 푸어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반 최윤
‘허니문’이란 말을 떠올리면 어떤 생각이 들까? 달콤함, 기분 좋은, 행복함 그런 단어만 떠올리게 된다. 그럼 ‘푸어’란 말은? 가난함, 부족함, 힘들다, 그런 느낌이 들지 않을까. 어떻게 해서 이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가 하나가 된 것일까? ‘허니문 푸어’란 결혼과 동시에 빚을 지면서 가난해지는 현상을 말하는 신조어이다.
장년층이 전쟁이란 비극을 겪고 힘들게 살았다면, 요즘 2,30대 젊은 층도 눈에 보이지 않는 전쟁을 겪고 있다. 대학입시와 높은 등록금이란 힘든 산을 넘으면, 곧 취업난에 시달리게 된다. 대학 등록금을 내려고 학자금 대출을 받기 때문에 20대 초반에 빚을 지고 만다. 게다가 취업이 되어야 그 빚을 갚을 텐데 그게 녹록치 않다. 생활비가 없기 때문에 또 빚을 지고 마는 것이다. 결혼도 문제다. 물가와 함께 껑충 뛰어버린 결혼비용이 만만치 않다. 이래저래 결혼했다고 쳐도 이들에겐 또 다른 빚이 기다린다. 주택 문제와 물가 인상으로 인한 재정적 어려움이 기다리는 것이다. 부모님 도움 없이 집을 사기엔 어려움이 많다. 보통 ‘억 단위’ 의 아파트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억 단위의 돈을 직접 만져 본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러나 억 단위의 빚을 진 사람들은 많아지고 있다.
이것은 서울에서만의 문제는 아니다. 서울보단 덜 심각하겠지만 지방의 젊은 부부들도 마찬가지다. 주변에서도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억 단위까지 대출을 받아 이사를 가는 경우가 많다. 물론 저렴한 집도 있겠지만, 부부들이 선호하는 아파트 값이 껑충 뛴 것은 무시할 수 없다. 게다가 아이들 교육비며 간식비도 만만치 않다. 아이가 아직 갓난아기인데도 대학 등록금을 걱정하게 된다. 자녀수가 적어지면서 부모를 부양하던 시대도 갔고, 수명이 길어짐에 따라 노후준비도 해야 한다. 어떤 개그맨의 말처럼 ‘삼십년을 숨만 쉬고 살아도 다 못 갚을 빚’이 있는데 무슨 노후걱정까지 하느냐는 반응이다. 이런 상황에 출산율이 낮아졌다면 애만 낳길 권하는 나라가 얄미울 것이다. 당장 몇 십만 원 쥐어 주면서 마치 아이를 다 책임졌다는 듯 구는 것이 싫다.
난 결혼한 지 6년이 좀 넘었다. 우리가 결혼할 당시만 해도 요즘처럼 집 시세가 높지 않았다. 외아들이지만 ‘절대 부모님께 손 벌리지 말 것’이 생활신조인 남편 때문에, 잘 기억나지 않지만 보증금이 천만 원이 좀 안 되는 월세 아파트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했다. 1년 뒤, 사천만 원짜리 전세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그곳에서 2년을 살다가 전주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 남편과 나는 빚이라는 것을 두려워하여 대출은 생각지도 않았다. 운 좋게 친정 가까이에 있는 괜찮은 아파트가 나왔다. 집 주인과 협상 끝에 구천삼백만 원 정도를 주고 집을 샀다. 그렇게 이사를 하고 나니 저금통장엔 백만 원 정도가 남아있었다. 결혼 3년 만에 우리 힘으로 집을 사게 된 것이다. 시어머니는 우리가 분명히 빚을 져서 이사를 했을 거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지금도 믿지 않으신다. 하지만 당시엔 아끼면 됐다. 당시 가계부를 보니 물가도 지금 보단 높지 않았고, 아끼면 그 만큼 잘 모였다. 하지만 지금은 돈이 잘 모아지지 않는다. 물가와 공과금도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난 한 번 더 아파트를 옮기려고 계획했지만 몇 달 사이에 아파트 값이 올라 제자리걸음이 된다.
허니문 푸어,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20대는 실컷 공부해서 대학을 졸업했는데도 취업이 되지 않아 얼굴에 그늘이 졌는데, 30대에 결혼해서 한창 행복해야 할 시기에 갚아야 할 빚으로 얼굴에 그늘이 진다. 자녀를 낳아도 기쁨과 동시에 돈 들어갈 걱정을 해야 한다. 한창 즐겁고 행복해야 할 젊은 나이에 보이지 않는 전쟁을 겪으며 미소를 잃어간다.
남의 말 하듯 하지만 나도 2030세대다. 한창 빛나고 활기차야 할 시기에 돈 걱정으로 힘들어한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열심히 일한 만큼 잘 살 수 있는 나라. 어렸을 땐 그냥 교과서적인 이야기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게 바로 내가 절실히, 아니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간절히 원하는 나라가 아닐까 싶다.
(2012.1.19.)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반 최윤
‘허니문’이란 말을 떠올리면 어떤 생각이 들까? 달콤함, 기분 좋은, 행복함 그런 단어만 떠올리게 된다. 그럼 ‘푸어’란 말은? 가난함, 부족함, 힘들다, 그런 느낌이 들지 않을까. 어떻게 해서 이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가 하나가 된 것일까? ‘허니문 푸어’란 결혼과 동시에 빚을 지면서 가난해지는 현상을 말하는 신조어이다.
장년층이 전쟁이란 비극을 겪고 힘들게 살았다면, 요즘 2,30대 젊은 층도 눈에 보이지 않는 전쟁을 겪고 있다. 대학입시와 높은 등록금이란 힘든 산을 넘으면, 곧 취업난에 시달리게 된다. 대학 등록금을 내려고 학자금 대출을 받기 때문에 20대 초반에 빚을 지고 만다. 게다가 취업이 되어야 그 빚을 갚을 텐데 그게 녹록치 않다. 생활비가 없기 때문에 또 빚을 지고 마는 것이다. 결혼도 문제다. 물가와 함께 껑충 뛰어버린 결혼비용이 만만치 않다. 이래저래 결혼했다고 쳐도 이들에겐 또 다른 빚이 기다린다. 주택 문제와 물가 인상으로 인한 재정적 어려움이 기다리는 것이다. 부모님 도움 없이 집을 사기엔 어려움이 많다. 보통 ‘억 단위’ 의 아파트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억 단위의 돈을 직접 만져 본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러나 억 단위의 빚을 진 사람들은 많아지고 있다.
이것은 서울에서만의 문제는 아니다. 서울보단 덜 심각하겠지만 지방의 젊은 부부들도 마찬가지다. 주변에서도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억 단위까지 대출을 받아 이사를 가는 경우가 많다. 물론 저렴한 집도 있겠지만, 부부들이 선호하는 아파트 값이 껑충 뛴 것은 무시할 수 없다. 게다가 아이들 교육비며 간식비도 만만치 않다. 아이가 아직 갓난아기인데도 대학 등록금을 걱정하게 된다. 자녀수가 적어지면서 부모를 부양하던 시대도 갔고, 수명이 길어짐에 따라 노후준비도 해야 한다. 어떤 개그맨의 말처럼 ‘삼십년을 숨만 쉬고 살아도 다 못 갚을 빚’이 있는데 무슨 노후걱정까지 하느냐는 반응이다. 이런 상황에 출산율이 낮아졌다면 애만 낳길 권하는 나라가 얄미울 것이다. 당장 몇 십만 원 쥐어 주면서 마치 아이를 다 책임졌다는 듯 구는 것이 싫다.
난 결혼한 지 6년이 좀 넘었다. 우리가 결혼할 당시만 해도 요즘처럼 집 시세가 높지 않았다. 외아들이지만 ‘절대 부모님께 손 벌리지 말 것’이 생활신조인 남편 때문에, 잘 기억나지 않지만 보증금이 천만 원이 좀 안 되는 월세 아파트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했다. 1년 뒤, 사천만 원짜리 전세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그곳에서 2년을 살다가 전주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 남편과 나는 빚이라는 것을 두려워하여 대출은 생각지도 않았다. 운 좋게 친정 가까이에 있는 괜찮은 아파트가 나왔다. 집 주인과 협상 끝에 구천삼백만 원 정도를 주고 집을 샀다. 그렇게 이사를 하고 나니 저금통장엔 백만 원 정도가 남아있었다. 결혼 3년 만에 우리 힘으로 집을 사게 된 것이다. 시어머니는 우리가 분명히 빚을 져서 이사를 했을 거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지금도 믿지 않으신다. 하지만 당시엔 아끼면 됐다. 당시 가계부를 보니 물가도 지금 보단 높지 않았고, 아끼면 그 만큼 잘 모였다. 하지만 지금은 돈이 잘 모아지지 않는다. 물가와 공과금도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난 한 번 더 아파트를 옮기려고 계획했지만 몇 달 사이에 아파트 값이 올라 제자리걸음이 된다.
허니문 푸어,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20대는 실컷 공부해서 대학을 졸업했는데도 취업이 되지 않아 얼굴에 그늘이 졌는데, 30대에 결혼해서 한창 행복해야 할 시기에 갚아야 할 빚으로 얼굴에 그늘이 진다. 자녀를 낳아도 기쁨과 동시에 돈 들어갈 걱정을 해야 한다. 한창 즐겁고 행복해야 할 젊은 나이에 보이지 않는 전쟁을 겪으며 미소를 잃어간다.
남의 말 하듯 하지만 나도 2030세대다. 한창 빛나고 활기차야 할 시기에 돈 걱정으로 힘들어한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열심히 일한 만큼 잘 살 수 있는 나라. 어렸을 땐 그냥 교과서적인 이야기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게 바로 내가 절실히, 아니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간절히 원하는 나라가 아닐까 싶다.
(2012.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