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의 미소/김양순

2013.04.05 03:10

김학 조회 수:133

민들레의 미소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반/ 김양순


  

 그 아이는 자기가 셋째로 태어난 것 때문에 식구들이 귀찮아하는 것 같아 살기가 싫어졌다. 죽으려고 옥상에 올라간 아이는 시멘트바닥 틈새로 피어난 민들레꽃이 웃고 있는 것을 보고 죽을 생각을 버렸다. 아이는 그 뒤로 베란다나 옥상에 민들레를 심어놓으면 자살 사건을 막을 수 있다고 굳게 믿었다. 이것은 박완서의 단편소설 ‘옥상의 민들레꽃’에 나오는 이야기다.

  

민들레는 흔한 야생초다. 근래에는 잎과 뿌리가 모두 약용으로 쓰인다니 약초대접을 받아도 될 듯싶지만, 아무데서나 잘 자라는 식물인지라 귀한 대접을 못 받는 셈이다. 하지만 나는 민들레의 그 소탈하고 씩씩한 점이 참 마음에 든다. 필요 없이 키를 키우지 않고 어디서나 몸을 낮춘 자세로, 밟혀도 오뚝이처럼 일어나는 강인함이 민들레의 매력이자 생존 전략이다. 아무리 척박한 땅일지라도 의연하게 꽃을 피워내고 촘촘히 빚은 홀씨덩어리를 우주선처럼 날려 보내는 민들레, 그 씩씩하고 당당한 자태는 승리자의 얼굴을 연상케 한다.




  나는 가끔 저녁 무렵에 재래시장에 간다. 그리고 번듯한 가게보다는 시장 귀퉁이에서 나물바구니를 앞에 놓고 앉아 있는 할머니들의 떨이 손님이 되기를 좋아한다. 어느 밭둑이나 텃밭에서 뜯었을, 얼마 되지 않는 나물이 다 팔리기를 기다리는 그분들 얼굴은 민들레꽃 같다. 어제도 중앙시장 모퉁이 어느 할머니 앞에 놓인 어린 쑥부쟁이랑 머위순 바구니를 비워드렸다. 쑥부쟁이를 처음 사 본 내가 요리법을 몰라서 물었더니 “삶아서 된장, 고추장으로 무치면 참 맛나당개” 환히 웃으며 가르쳐 주셨다. 아직 바람이 쌀쌀한 꽃샘추위 속에서, 길거리에 봄나물 향기를 뿌리며 앉아 있는 그분들의 삶이 결코 편안하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엄살이나 투정을 부리지 않고, 바구니에 담긴 나물이 다 팔린 것만으로도 미소를 짓는 저 순박하고 생명력 있는 얼굴은, 명품 옷을 입고도 우울한 표정을 짓는 젊은 여자의 얼굴보다 훨씬 더 아름답다 할 수 있지 않을까.

  

봄꽃이 흐드러진 요즘, 밖에 나가면 민들레를 자주 보게 된다. 길바닥에 납작 엎드려서 웃고 있는 노란꽃, 담장 아래 시멘트 바닥 틈새에서 별빛 미소를 짓고 있는 민들레는 자리가 비좁다느니, 척박하다느니 환경을 탓하지 않고 씩씩하게 제 본분을 다한다. 생명력을 뿜어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민들레, 그 수더분한 야생화는 뼈아픈 눈물을 참아낸 미소로 봄날을 환하게 수놓는다.

  

만약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해서 그만 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당장 민들레를 만나보라고 권하고 싶다. 길바닥 틈새에서 웃고 있는 민들레와 허리 굽혀 눈을 맞추다 보면, 민들레 노란 꽃잎에 새겨진 메시지

'살아 있다는 것보다 더 큰 행운은 없음'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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