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팔 티셔츠
2013.10.02 18:18
반팔티셔츠
김 학
해마다 5월이 오면, 언제나 마음은 찜찜하고 자녀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든다. 차라리 달력에서 5월을 빼버리고 1년을 열한 달로 바꾸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도 있다. 누가 5월을 가정의 달로 정했는지 모르지만, 그것은 계산착오요 큰 실수인 것 같다. 1년 열두 달이 모두 가정의 달이 되어야 할 테니 말이다.
챙겨야 할 행사가 많은 달, 5월은 젊은 가장들에겐 몹시 경제적으로 부담스러운 달이려니 싶다. 달력에 표기된 행사만 하더라도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석가탄신일, 성년의 날, 부부의 날, 등 많기도 하다. 무엇인가 준비해야 할 행사가 5월에 집중되어 있으니 젊은 가장들로서는 얼마나 어깨가 무겁겠는가? 백수(白手)야 말할 것도 없겠지만, 일반 직장인들도 가정의 달 5월이라고 특별 보너스가 나오지도 않을 터이니 허리가 휠 것이다. 5월에 쓸 돈을 미리미리 아끼고 절약하여 저축을 하지 않으면 빚이라도 내야 사람 노릇을 할 수 있으리라.
5월을 가정의 달이란 올가미에서 풀어주면 좋겠다. 1년 열두 달 모두 가정의 달이이어야지 5월 한 달만 가정의 달이어서야 어디 될 말인가? 가정이란 소중한 보금자리를 그렇게 소홀히 여겨도 된단 말인가?
봄이 여름에게 임무를 넘겨 줄 무렵, 티셔츠를 입으려고 장롱 문을 열어 보았다. 유난히 반팔 티셔츠가 많이 눈에 띄었다. 무려 18개나 되었다. 낡아서 버린 것까지 보태면 스무 개도 넘었다. 왜 이렇게 반팔 티셔츠가 많을까 생각해 보다가 마침내 그 답을 찾았다. 5월 8일, 그 어버이날 때문이었다. 해마다 어버이날이면 두 며느리와 딸아이가 서로 경쟁하다시피 반팔 티셔츠를 선물로 사주었으니 그럴 수밖에…….
아내의 생일은 어버이날 나흘 뒤인 5월 12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어버이날 따로, 아내 생일 따로 챙기지 않고 합동으로 행사를 치른다. 올해도 서울에서 만나 큰아들과 딸네 식구 10명이 모여 점심식사를 했다. 미국 샌디에이고에 사는 둘째아들네 식구들은 미리 선물을 보내주고 생일날엔 전화통화만 했다. 큰며느리는 아내와 나에게 여름용 커플 점퍼를 사주었고, 둘째며느리는 아내의 핸드백과 내 티셔츠를 소포로 보내주었으며, 고명딸은 봉투 하나를 건네주었다. 결과적으로 올해도 나에게는 반팔 티셔츠 하나가 추가되었다.
문득 어버이날을 5월 8일로 고정시킬 일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해마다 어버이날이 한 달씩 뒤로 물러나면 좋겠지만 그건 번거로울 테니, 봄‧여름‧가을‧겨울로 석 달씩 바뀌면 좋을 것 같다. 올해엔 5월에 어버이날이 있었으니 내년엔 여름, 내후년엔 가을, 그 다음해엔 겨울에 어버이날 행사를 갖자는 이야기다. 그거야 정부 시책으로 바꾸기 어렵다면 집집마다 자녀들과 부모가 합의를 하면 얼마든지 가능할 터이다. 그렇게 계절별로 돌아가면서 어버이날 행사를 갖는다면 나처럼 반팔 티셔츠만 잔뜩 쌓이지는 않을 게 아닌가?
해마다 5월이면 자녀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곤 한다. 어린이날과 스승의 날, 부부의 날 등 돈 들어갈 날도 많을 텐데 어버이날까지 그 사이에 끼었으니 말이다. 사실 할아버지 할머니의 회갑잔치는 손자손녀의 백일잔치에게, 고희(古稀)잔치는 돌잔치에 우선순위를 넘겨준 지 오래다. 어디 그뿐인가? 요즘에는 집집마다 아들딸을 겨우 한둘 낳다보니 1년 365일이 어린이날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굳이 5월 5일을 어린이날로 정한 것은 출산율저하시대를 맞아 어른들이 어린이들에게 주는 특별 보너스가 아닐까?
출산율이 줄어드니 어린이는 집 안팎에서 금(金)값 대접을 받고, 고령화 사회가 되다 보니 노인은 어디서나 동(銅)값 취급을 받는 세상이 되었다. 그래도 노마지지(老馬之智)를 활용할 줄 아는 세상이 되어야 이 나라의 장래가 밝아지지 않을까?
김 학
해마다 5월이 오면, 언제나 마음은 찜찜하고 자녀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든다. 차라리 달력에서 5월을 빼버리고 1년을 열한 달로 바꾸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도 있다. 누가 5월을 가정의 달로 정했는지 모르지만, 그것은 계산착오요 큰 실수인 것 같다. 1년 열두 달이 모두 가정의 달이 되어야 할 테니 말이다.
챙겨야 할 행사가 많은 달, 5월은 젊은 가장들에겐 몹시 경제적으로 부담스러운 달이려니 싶다. 달력에 표기된 행사만 하더라도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석가탄신일, 성년의 날, 부부의 날, 등 많기도 하다. 무엇인가 준비해야 할 행사가 5월에 집중되어 있으니 젊은 가장들로서는 얼마나 어깨가 무겁겠는가? 백수(白手)야 말할 것도 없겠지만, 일반 직장인들도 가정의 달 5월이라고 특별 보너스가 나오지도 않을 터이니 허리가 휠 것이다. 5월에 쓸 돈을 미리미리 아끼고 절약하여 저축을 하지 않으면 빚이라도 내야 사람 노릇을 할 수 있으리라.
5월을 가정의 달이란 올가미에서 풀어주면 좋겠다. 1년 열두 달 모두 가정의 달이이어야지 5월 한 달만 가정의 달이어서야 어디 될 말인가? 가정이란 소중한 보금자리를 그렇게 소홀히 여겨도 된단 말인가?
봄이 여름에게 임무를 넘겨 줄 무렵, 티셔츠를 입으려고 장롱 문을 열어 보았다. 유난히 반팔 티셔츠가 많이 눈에 띄었다. 무려 18개나 되었다. 낡아서 버린 것까지 보태면 스무 개도 넘었다. 왜 이렇게 반팔 티셔츠가 많을까 생각해 보다가 마침내 그 답을 찾았다. 5월 8일, 그 어버이날 때문이었다. 해마다 어버이날이면 두 며느리와 딸아이가 서로 경쟁하다시피 반팔 티셔츠를 선물로 사주었으니 그럴 수밖에…….
아내의 생일은 어버이날 나흘 뒤인 5월 12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어버이날 따로, 아내 생일 따로 챙기지 않고 합동으로 행사를 치른다. 올해도 서울에서 만나 큰아들과 딸네 식구 10명이 모여 점심식사를 했다. 미국 샌디에이고에 사는 둘째아들네 식구들은 미리 선물을 보내주고 생일날엔 전화통화만 했다. 큰며느리는 아내와 나에게 여름용 커플 점퍼를 사주었고, 둘째며느리는 아내의 핸드백과 내 티셔츠를 소포로 보내주었으며, 고명딸은 봉투 하나를 건네주었다. 결과적으로 올해도 나에게는 반팔 티셔츠 하나가 추가되었다.
문득 어버이날을 5월 8일로 고정시킬 일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해마다 어버이날이 한 달씩 뒤로 물러나면 좋겠지만 그건 번거로울 테니, 봄‧여름‧가을‧겨울로 석 달씩 바뀌면 좋을 것 같다. 올해엔 5월에 어버이날이 있었으니 내년엔 여름, 내후년엔 가을, 그 다음해엔 겨울에 어버이날 행사를 갖자는 이야기다. 그거야 정부 시책으로 바꾸기 어렵다면 집집마다 자녀들과 부모가 합의를 하면 얼마든지 가능할 터이다. 그렇게 계절별로 돌아가면서 어버이날 행사를 갖는다면 나처럼 반팔 티셔츠만 잔뜩 쌓이지는 않을 게 아닌가?
해마다 5월이면 자녀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곤 한다. 어린이날과 스승의 날, 부부의 날 등 돈 들어갈 날도 많을 텐데 어버이날까지 그 사이에 끼었으니 말이다. 사실 할아버지 할머니의 회갑잔치는 손자손녀의 백일잔치에게, 고희(古稀)잔치는 돌잔치에 우선순위를 넘겨준 지 오래다. 어디 그뿐인가? 요즘에는 집집마다 아들딸을 겨우 한둘 낳다보니 1년 365일이 어린이날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굳이 5월 5일을 어린이날로 정한 것은 출산율저하시대를 맞아 어른들이 어린이들에게 주는 특별 보너스가 아닐까?
출산율이 줄어드니 어린이는 집 안팎에서 금(金)값 대접을 받고, 고령화 사회가 되다 보니 노인은 어디서나 동(銅)값 취급을 받는 세상이 되었다. 그래도 노마지지(老馬之智)를 활용할 줄 아는 세상이 되어야 이 나라의 장래가 밝아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