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벌판의 들 꽃은 /김영교
2011.06.29 01:23
눈여겨 봐주지 않아도
애원하지도
서러워도 않는
작은 몸집의 통 큰
대장부
나무들이 낄낄대며
궁궐 같은 산을 흔들 때도
제풀에 신이나 피고
제 흥에 겨워 진다
아무나 가까이 반기며
누구의 살핌도 마다 손 젓는 봄날
하늘 이마 맞대고
땅바닥에 펄썩 주저앉아
뭇 발길에 묵묵히 밟히기를
밤마다 빈 몸을 부비며 익혀온 기다림
삶이 방황일 때 마주보는 태양
바람 지날 때 내색 않고 흔들리는데
찬란한 배경이 환함으로 퍼질 때
창공을 끌어당기는 활
너는 열리는 하늘
기대의 작은 표정 딛고 또 딛고
질긴 힘, 보이지 않는
낮은 푸르름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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