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정호승
2009.02.03 07:59
봄길/정호승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도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도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정호승( 1950- )'봄길 전문
감상의 길잡이:
생명체의 시작과 종말, 길이 다한 곳에 기다리고 있는
좌절과 죽음, 그 안에 남아있는 희망을 시인은 노래한다.
강물도 멎고 새들도 떠나간 빈 자리를 슬퍼하지 않는다.
가득 채우는 봄이 올 것을 믿기 때문이다.
사랑만이 상실된 관계를 회복시킨다고 강조한다.
유한한 사랑의 소멸 뒤에 오는 큰 깨달음은 하늘의 호흡을
시작한다.이때 시인이 제시하는 길은 이어지고 또 이어지는
불멸의 길이다. 나를 먼저 사랑하고 항상 나를 기다리는 '길'로
온 그에게 우리를 착오없이 안내하고 있어 감동이다. 김영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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