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펠리 피리소리

2004.11.07 19:23

박영호 조회 수:259 추천:9

   코코펠리 피리 소리

밤늦게 글 없는 책을 보다가 달아난 글자들을 찾아 미궁속으로 들어가 헤매다가, 어디선가 들려오는 파도 소리를 따라 해변으로 나가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서 나는 비로소 바다를 향해 긴 휘파람을 불다가 불다가, 문득 어디선가 들려오는 내 휘파람 소리와도 같은 코코펠리 피리 소리에 홀리고, 나는 마침내 빛깔 고운 사바나를 두른 나귀를 타고 뚜벅 뚜벅 고국의 붉은 가을산을 찾아간다.

천상같은 무주 구천동, 내장산 단풍보다 더 빛이 곱다는 설악산 피빛 단풍그늘을 찾아 들어가, 오색 풀어놓은 찬물 속에 두 손도 담그고, 쪽빛 하늘도 보면서 이 세상에 없는 빛깔도 보고, 달 같은 내 여인도 만나, 소매끝에 숨겨간 이 세상 고운 빛깔조각도 두 손에 쥐어도 주고, 손을 마주잡고 달밝은 산정을 오른다.

오, 달 떠오르는 산정, 꿈속에 꾸는 꿈, 푸른 안개 덮인 밤바다와도 같은 아득한 산해 (山海)의 모습, 그 속을 떠도는 한조각 구름같은 나, 어쩌면 전생을 다시 사는 것도 같고, 저승을 미리 사는 것도 같은 천상의 꿈속에서 나는 잠시 몽환을 즐긴다
        
코코펠리(Cocopelle)ㅡ 행운을 불러온다는 길고 큰 피리를 불고 다녔다는 전설 속의 키작은 곱사 원주민.                            
사반나 ㅡ 나귀 등을 덮는 빛깔 고운 두꺼운 천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439 타인 이월란 2008.05.08 0
10438 바람 맞으셨군요 이월란 2008.05.08 0
10437 고문(拷問) 이월란 2008.05.08 0
10436 곶감 이월란 2008.05.08 0
10435 불망(不忘) 이월란 2008.05.08 0
10434 현실과 그리움의 경계-------시사,시집 이월란 2008.05.08 0
10433 질투--------------------------시집 이월란 2008.05.08 0
10432 바느질 이월란 2008.05.08 0
10431 물 긷는 사람 이월란 2008.05.08 0
10430 울초--------------------------시집 이월란 2008.05.08 0
10429 그립다 말하지 않으리 이월란 2008.05.08 0
10428 그런 날 있다 이월란 2008.05.08 0
10427 봄의 넋------------------------시집 이월란 2008.05.08 0
10426 이별을 파는 사람들 이월란 2008.05.08 0
10425 바람의 밀어 이월란 2008.05.08 0
10424 악몽 이월란 2008.05.08 0
10423 비질 이월란 2008.05.08 0
10422 꽃샘추위 이월란 2008.05.08 0
10421 음모(陰謀) 이월란 2008.05.08 0
10420 연(鳶) ------------------------시집 이월란 2008.05.08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