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4.10 18:48

풍성한 불경기

조회 수 23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풍성한 불경기/강민경

 

 

         시간을 아끼려고

 뒷문으로 나와 걷는데

 길 위에 뒹구는 아기 머리통만 한

 석류 몇 개, 쩍 벌어진 틈으로 보이는

 홍 보석 같은 붉은 알이

 입안 가득 군침을 돌게 한다

 

 울 밖으로 뻗은 나무에

 가지가 휘도록 버려져 있는 석류가

 수확 시기를 넘긴 듯 틈을 가르고

 금방 쏟아져 나올 듯, 급한 것을 보면서

 내가 주인이라면

 벌써 따다가 석류 주라도 담았을 텐데

 조바심 내는 내 마음을 알아챘는가!

 새들, 가지에서 가지로 옮기며

 즐기는 사랑의 키스라니! 주둥이가 벌겋다

 

 저들에겐 불경기를 모르는 풍성함인데

 사람들은 불경기라면서도

 새들에게 혹은 다람쥐에게는 후한 것을 보면

 굶주리는 불경기가 아니라 풍성한 불경기다

 

 떨어진 석류 몇 개 중에서 못생기고

 작은 것 하나를 도로 그 자리에 남기며

 예다 이것도 너희가 먹으렴 하고, 돌아서는

 내 선심에 아랑곳하지 않는

 새들은 내 풍성한 불경기엔 관심도 없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70 기타 김우영 김애경 부부작가 콘서트 김우영 2015.05.18 730
969 어머니의 가치/강민경 강민경 2015.05.18 479
968 수필 찍소 아줌마 박성춘 2015.05.15 635
967 알러지 박성춘 2015.05.14 234
966 수필 김우영 작가의 한국어 이야기 - 15 김우영 2015.05.14 393
965 할리우드 영화 촬영소 강민경 2015.05.13 370
964 부부시인 / 성백군 하늘호수 2015.05.13 393
963 우린 서로의 수호천사 강민경 2015.05.05 284
962 여인은 실 끊어진 연이다 / 성백군 하늘호수 2015.05.03 412
961 뭘 모르는 대나무 강민경 2015.04.30 222
960 수필 김우영 작가의 한국어 이야기 - 9 김우영 2015.04.28 267
959 바람의 독후감 강민경 2015.04.22 333
958 고무풍선 / 성백군 하늘호수 2015.04.22 267
957 바위가 듣고 싶어서 강민경 2015.04.15 235
956 수필 ‘세대공감‘ 1-3위, 그 다음은? -손용상 file 오연희 2015.04.11 400
» 풍성한 불경기 강민경 2015.04.10 237
954 초고속 사랑 / 성백군 하늘호수 2015.04.10 188
953 누구를 닮았기에/강민경 강민경 2015.04.05 412
952 분수대가 나에게/강민경 강민경 2015.03.31 334
951 무명 꽃/성백군 하늘호수 2015.03.27 363
Board Pagination Prev 1 ... 62 63 64 65 66 67 68 69 70 71 ... 115 Next
/ 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