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4.10 18:48

풍성한 불경기

조회 수 60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풍성한 불경기/강민경

 

 

         시간을 아끼려고

 뒷문으로 나와 걷는데

 길 위에 뒹구는 아기 머리통만 한

 석류 몇 개, 쩍 벌어진 틈으로 보이는

 홍 보석 같은 붉은 알이

 입안 가득 군침을 돌게 한다

 

 울 밖으로 뻗은 나무에

 가지가 휘도록 버려져 있는 석류가

 수확 시기를 넘긴 듯 틈을 가르고

 금방 쏟아져 나올 듯, 급한 것을 보면서

 내가 주인이라면

 벌써 따다가 석류 주라도 담았을 텐데

 조바심 내는 내 마음을 알아챘는가!

 새들, 가지에서 가지로 옮기며

 즐기는 사랑의 키스라니! 주둥이가 벌겋다

 

 저들에겐 불경기를 모르는 풍성함인데

 사람들은 불경기라면서도

 새들에게 혹은 다람쥐에게는 후한 것을 보면

 굶주리는 불경기가 아니라 풍성한 불경기다

 

 떨어진 석류 몇 개 중에서 못생기고

 작은 것 하나를 도로 그 자리에 남기며

 예다 이것도 너희가 먹으렴 하고, 돌아서는

 내 선심에 아랑곳하지 않는

 새들은 내 풍성한 불경기엔 관심도 없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88 단비 / 성백군 하늘호수 2015.07.05 542
987 수필 ‘아버지‘ son,yongsang 2015.07.05 831
986 수필 엄마의 ‘웬수' son,yongsang 2015.07.05 858
985 수필 김우영 작가의 한국어 이야기-29 김우영 2015.06.28 1146
984 수필 한류문학의 휴머니스트 김우영작가 후원회 모임 개최 김우영 2015.06.25 900
983 수필 김우영 작가의 한국어 이야기-25 김우영 2015.06.21 1056
982 유월의 향기 강민경 2015.06.20 661
981 수필 김우영 작가의 한국어 이야기-24 김우영 2015.06.18 1097
980 6월 바람 / 성백군 하늘호수 2015.06.17 564
979 그의 다리는 박성춘 2015.06.15 570
978 낯 선 승객 박성춘 2015.06.15 566
977 그녀를 따라 강민경 2015.06.14 548
976 길 위에서, 사색 / 성백군 하늘호수 2015.06.13 660
975 몸과 마음의 반려(伴呂) 강민경 2015.06.08 650
974 수필 한중 문학도서관 개관 운영계획 김우영 2015.06.04 886
973 오월의 찬가 강민경 2015.05.29 645
972 수필 김우영 작가의 한국어 이야기 -18 김우영 2015.05.27 932
971 결혼반지 / 성백군 하늘호수 2015.05.20 615
970 기타 김우영 김애경 부부작가 콘서트 김우영 2015.05.18 1591
969 어머니의 가치/강민경 강민경 2015.05.18 801
Board Pagination Prev 1 ... 64 65 66 67 68 69 70 71 72 73 ... 118 Next
/ 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