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사회

2005.11.28 06:31

고대진 조회 수:108 추천:2

종종 신문이나 잡지에서 우리 교포들도 미국에서 주류사회에서 활동한다 혹은 해야한다라는 기사를 볼 때마다 무엇이 미국의 주류인가 라는 질문을 한다. 25년을 넘게 미국에 살면서도 난 아직 미국의 주류가 무엇인지 혹은 내가 주류인지 비주류인지 생각해본 일이 없기 때문이다. 주류는 소주 맥주 폭탄주 등등이고 비주류는 오징어 땅콩 북어포 등등이라고 하기도 하고 주류는 술을 마셔도 되는 카톨릭, 비주류는 콜라나 비싼 안주만 집어먹는 프로테스탄트라고 하기도 하지만 이 정의는 신문에 나오는 주류(main stream)를 가르치는 것 같지는 않다. 통계학에서 말하는 최빈계급(modal class)이나 다수-계급(majority class)을 가리키는 말이 아닐까 짐작해보는데 다변적인 인구가 모여 사는 사회에서는 구성원을 특징짓는 변수가 하도 많아서 최빈계급은 무엇이고 다수-계급은 무엇이다 라고 말하기 또한 쉽지 않다. 예를 들면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3 후보가 나왔을 때 노태우 후보를 찍은 사람들이 최빈계급에 속했지만 다수-계급은 아니다. 이때 주류는 노 후보를 찍은 사람일까 안 찍은 사람일까? 라는 질문을 하게된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요즘 신문에서 말하는 미국 주류사회로 진출했다는 말은 실은 이 사회의 기득권 세력에 진출했다는 말인 것 같다. 허지만 이것은 다수계급이라기보다는 소수계급에 속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을 미국 사회의 주류라고는 결코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오히려 미국 사회의 주류는 중소 상공인이며 영세 상인들이며 평범한 회사원들이며 학교 선생들이다. 그들은 할부금을 내어 차를 사고 집을 사며 해고정리를 걱정하는 사람들이다. 그러고 보면 적어도 우리 자녀들은 이미 미국 사회의 주류에 속해 있다. 얼굴 색깔만 빼면 말이다. 언어의 문제만 빼면 우리 이민 일세나 1.5세들도 벌써 당당히 미국 사회의 주류에 속해있다. 하지만 주류사회에 속한다는 것을 통계적으로 다수에 속한다는 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어권의 컴뮤니티와 연결되는 것이 아닐까? 말이나 정서가 잘 통하는 우리끼리만 놀지 말고 우리 것을 알리고 또 이곳 문화도 받아들여 서로 연결고리를 이루어야 주류가 되는 것이 아닐까? 미국 사회에서 유명한 사람이 되거나 거창한 문화행사를 하지 않더라도 내 가게에 찾아오는 얼굴 색이 다른 사람들과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것 또한 이런 문화 교류일 것이다. 하지만 난 우리 교포들 중에서 특히 2세들 가운데 비주류도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창조성이란 기존 사고의 틀을 벗어나려는 비주류의 움직임이기 때문이다. 주류의 사회에서는 남과 다른 생각을 할 때 비로소 돋보인다. 물론 위험부담이 있다. 허지만 성공했을 때 그가 이 사회에 공헌하는 정도는 엄청날 수 있다. 그러니 우리가 주류이면 자녀는 비주류가 되어도 좋지 않을까? 비주류가 가장 살기 좋은 나라가 미국이 아닌가? 2002년 2월 1일 <미주 중앙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19 꽃의 소망 홍인숙(그레이스) 2005.07.31 50
918 만개(滿開) 김영교 2005.08.01 46
917 너의 이름속엔 안경라 2005.07.29 56
916 계절과 함께하는 동심의 세계 - 백야/최광호 동시 백야/최광호 2005.07.28 97
915 희망 백야/최광호 2005.07.28 70
914 해바라기 백야/최광호 2005.07.28 49
913 어젯밤 단비 쏟아져 서 량 2005.07.28 44
912 새벽, 가로등 불빛 성백군 2005.07.28 45
911 무궁화 / 종파 이기윤 2005.07.28 48
910 인터넷 사랑 / 종파 이기윤 2005.07.28 48
909 성에 / 종파 이기윤 2005.07.28 41
908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 임영준 뉴요커 2005.07.27 47
» 주류사회 고대진 2005.11.28 108
906 너는… * 고대진 2005.11.28 49
905 낮달 강민경 2005.07.25 60
904 Chopsticks 이성열 2005.07.25 120
903 생선 냄새 서 량 2005.07.24 68
902 능력있는 그녀 이성열 2005.07.24 101
901 빈 술병의 절규 이성열 2005.07.24 59
900 해바라기 안경라 2005.07.24 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