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륙

2005.09.12 02:55

김동찬 조회 수:47 추천:2


빨간 막대기 흔들며 전송하는 항공요원
저녁 8시 비행기는 하늘로 떠오른다.
세상은 잠시 기울고
나는 발을 땅에서 뗀다.

내가 깊은 상처를 안고 내린 후에도
밤기차는 아무 일도 없이
예정된 길을 가고
지하철은 도시의 피곤을 나르고
있을 것이다.

탱자나무 울타리로 둘러 싸여 있던
아무도 없는 내 고향
집, 감나무 집이
어디론가 가 버린 그 자리엔
아무개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서고,
‘아무나’들은 그들의 고향을 만들고
있을 것이다.

내가 고향을,
소중하다고 생각했던 만남들을,
시간들을
잃고,
떠나는 순간에도 그것들은 어디엔가
있을 것이다.

방금 내가 내린 서울이
창밖으로 서둘러 멀어지고 있을 때,

잠시 동안의 꿈이여, 사랑이여, 사람들이여
안녕히……
내 가슴속에는
고향집 탱자나무 가시 하나가
들어와
콕콕 찌르고
있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99 질투 김동찬 2005.09.12 44
998 허리 수술 2 김동찬 2005.09.12 45
997 마지막 열차 김동찬 2005.09.12 50
996 단풍놀이 김동찬 2005.09.12 49
995 나무 김동찬 2005.09.12 46
994 키 큰 나무 김동찬 2005.09.12 43
993 바람이 없다면 김동찬 2005.09.12 40
» 이륙 김동찬 2005.09.12 47
991 시시한 풍경 김동찬 2005.09.12 42
990 고국에 계신 동포 여러분 김동찬 2005.09.12 45
989 40대, 위기에 관한 몇 가지 메타포 김동찬 2005.09.12 44
988 큰일 김동찬 2005.09.12 51
987 0 이거나 1? 김동찬 2005.09.12 55
986 늦여름 꽃 그레이스 2006.08.26 55
985 쓸쓸한 여름 홍인숙(그레이스) 2006.08.26 53
984 조용한 혁명 김영교 2006.08.28 47
983 안온한 집 이성열 2005.09.11 85
982 나무는 앉아 있다 이성열 2005.09.11 54
981 어둠 밟고 올라서는 새벽향기 - 블루 마운틴 커피 - 장태숙 2005.09.11 50
980 계곡에서의 한낮 장태숙 2005.09.11 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