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수술 2

2005.09.12 05:29

김동찬 조회 수:45

허리수술 받기 한 달 전부터,
받고 나서 또 한 달
빈둥빈둥 누워 지냈다.
바쁜 세상에 고급병 앓았다.
처음엔 시간이 온통 내것이라서
귀엽고 신기해
이리저리 만져도 보고
삐까번쩍 닦아 광도 내 보고
뽀드득뽀드득 소리도 내 보았다.
그러나
주머니 속의 조약돌처럼
이내 싱겁고 지겨운 일이 되었다.
나는 그 시간을 집어던졌다.
시간은 날아가서 침대 옆 거울을
깨트렸다.
유리 파편이 아내에게, 딸에게
튀는 것이 보였다.
아내는 그것을 아프리카에 간 선교사에게 소포로 부쳤고
딸은 복음성가 악보에 검은 음표로 사용했다.
내가 버린 거울의 작은 조각들이
별이 되고, 보석이 돼
여기저기서 빛나고 있었다.
나는 서둘러 그것들을 다시 쓸어 모으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허리를 폈다.
직립으로 서도 아프지 않았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99 질투 김동찬 2005.09.12 44
» 허리 수술 2 김동찬 2005.09.12 45
997 마지막 열차 김동찬 2005.09.12 50
996 단풍놀이 김동찬 2005.09.12 49
995 나무 김동찬 2005.09.12 46
994 키 큰 나무 김동찬 2005.09.12 43
993 바람이 없다면 김동찬 2005.09.12 40
992 이륙 김동찬 2005.09.12 47
991 시시한 풍경 김동찬 2005.09.12 42
990 고국에 계신 동포 여러분 김동찬 2005.09.12 45
989 40대, 위기에 관한 몇 가지 메타포 김동찬 2005.09.12 44
988 큰일 김동찬 2005.09.12 51
987 0 이거나 1? 김동찬 2005.09.12 55
986 늦여름 꽃 그레이스 2006.08.26 55
985 쓸쓸한 여름 홍인숙(그레이스) 2006.08.26 53
984 조용한 혁명 김영교 2006.08.28 47
983 안온한 집 이성열 2005.09.11 85
982 나무는 앉아 있다 이성열 2005.09.11 54
981 어둠 밟고 올라서는 새벽향기 - 블루 마운틴 커피 - 장태숙 2005.09.11 50
980 계곡에서의 한낮 장태숙 2005.09.11 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