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도 꿈에 만원버스를 탄다 석정희

2006.01.10 03:02

석정희 조회 수:260 추천:6

나는 아직도 꿈에 만원버스를 탄다 / 석정희



산모롱일 돌면 거기
우리들 마을 내 집 있었네
봄에 종달새 울면 개나리 피고
여름엔 매미,두레소리 함께 번지며
가을이면 귀뚜라미 형제를 그리게 울어
철새들 떠나며 겨울이 왔네

닭 홰치는 소리에 날이 밝으면
개 짖는 소리에 송아지 화답하던
우물가에선 집집의 희로애락 사발통문이 뜨고
저녁 무렵 밥짓는 연기 산허리를 두르면
바람도 잠잠히 쉬어 가던
가난했지만 정다웠던 고향이었네

그러나 가뭄에 물이 마르고
장마에 농토를 잃어
태풍이 쓸고 가버린 꿈
이루어야 한다 대처로 떠나
읍내로 도시로 공장으로
더 나은 터전으로 떠나 온 고향

한달에 한두어번 어머니 따라 나선 장날
우시장 옆골목 포장친 장국밥집
발가락 나온 신발 신고 멈춰서던 신발가게
아직도 눈에 선해 돌아 보는 그 고향
그 이웃들 형제들 사방으로 흐터져
우린 여기서 고향을 그리네

가난을 떨치겠다 설움을 안고
꿈을 이루겠다 떠나온 고향
봄 소풍,가을 운동회 추억이 아련하고
지금도 옆구리엔 양은도시락 김치냄새
큰 바다 건너 와 몸살로 내린 뿌리
이제 막 꽃봉오리를 지어가는데

나는 아직도 밤마다 만원버스의
그리운 얼굴들을 그리고 있네


- 영남향우회 모임 축시로 쓴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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