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쥐와 마리
2006.06.15 11:18
다람쥐와 마리
로스앤젤르스
다람쥐 한 마리 이민을 왔다
하루도 빠짐없이
감나무 잎 사이로 얼굴 내밀고
애견(愛犬) 마리의 속을 태운다
날쌔긴 해도
나무 타는 건 천성적으로 몰라
잡혀줄 듯
꼬리를 치다 사라진 쪽
하늘에 머문 마리의 눈
알밤일랑 볼 수 없는 정원
전선곡예를 하다
제 멋에 지쳐
자취를 감춘 허공만 바라보고
조심스레 걷던 텃밭도 잊어버린 채
하늘만 처다 보며
쫒아 다니는 마리
벌써 오랜 세월 아는 사이건만
한 번도 손잡아본 일이 없는
한 쌍의 놀이
나의 소중한 꽃분(盆)은 성할 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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