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행기(5)/김학
2014.01.30 05:35
샌디에고에서 만난 미드웨이항공모함
-미국여행기⑤-
김 학
샌디에고 시는 미국의 서해안 캘리포니아 주 최남단의 도시로서 로스앤젤레스 시 다음 가는 제2의 도시다. 기후는 일 년 내내 온화하고 강우량이 적어서 관광과 야외 스포츠가 성행하는 곳이다.
멕시코 접경이어서 멕시코의 값싼 노동력을 이용한 하이테크 중심의 산업도시로 발전했고, 앞으로도 성장이 기대되는 도시다. 산업도시인데도 굴뚝산업이 아니어서 공기는 맑고 도시는 깨끗했다. 미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라는 이야기가 결코 허튼 소리만은 아닌 것 같았다.
샌디에고 시 포트빌리지에는 거대한 항공모함이 정박하고 있다. 이른 바 미드웨이호다. 그 항공모함은 미국의 해군도시 샌디에고가 해군의 베이스캠프임을 알려주는 대표적인 상징물이기도 하다.
5대양 6대주를 누비며 세계를 지배하던 미드웨이항공모함의 위용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이 항공모함 때문에 샌디에고는 관광객들의 눈길을 끄는 새로운 관광명소가 되었다. 이 미드웨이함은 나이가 나와 동갑이다. 내가 정년퇴직을 했듯이 이 미드웨이함도 퇴역하여 지금은 미드웨이박물관(USS MIDWAY MUSEUM)으로서 이모작 삶을 살며 세계인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 미드웨이함은 1943년 8월 27일 건조되어 1945년 3월 세계 제2차 대전 막바지에 참전했고, 베트남전 때는 월남의 패전민들을 미국으로 실어 나르기도 했었다. 반세기 동안 혁혁한 전공을 세우고 퇴역한 미국의 자랑스러운 해군함정이다.
미드웨이함은 무게가 6만 9천 톤이고, 길이가 296m이며, 최상단 갑판의 면적은 4.02에이커이고, 최대시속은 33km다. 이 함정의 승조원은 4천5백 명이었다니 그 규모를 알만하다. 이 미드웨이항공모함에는 6백 명의 기술자를 포함해서 225명의 요리사, 2백 명의 비행기 조종사 등이 근무하고 있었는데, 하루에 먹어치우는 음식의 양이 무려 10톤에 이르렀다고 한다. 참으로 어마어마한 규모가 아닐 수 없다.
미드웨이함의 격납고 밑으로 내려가니 이 배에 승선했던 군인들의 생활공간이 있었다. 사병과 장교식당을 비롯해서 세탁소, 이발소, 숙소, 휴게실, 기념품 샵 등 모든 편의 시설이 다 갖추어져 있었다. 곳곳에 밀랍인형들이 설치되어 있어서 실제로 배에서 생활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또 이 배에는 전투기와 수송기 및 헬리콥터가 80여 대나 진열되어 있어 위용을 자랑했다. 이 미드웨이함은 걸프전을 마지막으로 1992년 46년 만에 퇴역했고, 2004년에 미드웨이박물관으로 개관하여 관광객들에게 함정의 알몸을 속속들이 보여주고 있다. 입장료는 어른 18달러, 62세 이상의 시니어 15달러, 퇴역군인과 6~17세 청소년 10달러, 5세 이하의 어린이는 무료다.
축구장보다도 훨씬 넓은 미드웨이호 갑판에 오르니 지금도 전투기와 수송기 및 헬리콥터가 즐비하게 전시되고 있었다. 어떤 전투기와 헬리콥터는 관광객들이 조종석으로 올라가 기념사진을 찍을 수도 있었다. 나도 손자손녀들과 조종석으로 올라가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 순간만큼은 고희를 넘긴 나도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어 즐거웠다. 특이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때 참전용사들이 자원봉사자로 나와서 관광객들에게 그 당시 상황을 설명해 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미드웨이함 갑판에서 바라본 태평양은 한없이 넓었다. 물빛은 푸르고 파도는 잔잔했다. 마치 푸른색 담요를 깔아놓은 것처럼 포근해 보였다. 갈매기들은 끼룩끼룩 소리를 지르며 쉼터를 찾아 날아다니고 있었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가는 평화로운 석양 무렵의 정경이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바닷바람에 실려 온 바다냄새는 어항(漁港)과는 달리 비릿하지 않아 좋았다.
미드웨이박물관은 인종전시장이었다. 흰둥이, 검둥이, 노란둥이들이 어우러져 박물관 구석구석을 둘러보기 바빴다.
미드웨이박물관이 자리 잡고 있는 샌디에고 시 포트 빌리지는 샌디에고 만(灣)의 공원과 상점, 음식점 등을 갖춘 위락단지(慰樂團地)다. 유럽풍의 건물과 멕시칸 스타일의 건물들이 조화를 잘 이루고 있으며, 태평양과 함께 펼쳐져 있어서 주변 경관이 무척 아름다웠다. 퇴역한 이 미드웨이호가 박물관이 아니라 호텔로 바뀌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랬더라면 그 배에서 며칠 머물면서 더 많은 추억을 만들 수 있었을 텐데…….
5대양 6대주를 누비며 천하를 지배했던 미드웨이항공모함이 현역에서 물러나 미드웨이박물관으로 변신한 모습을 보니, 마치 정글을 주름잡던 맹수(猛獸)가 푸른 초원에서 노니는 온순한 양으로 변한 것 같았다. 어린 손자와 손녀에게 미드웨이항공모함의 추억을 심어 줄 수 있어서 즐거웠다. 상전벽해(桑田碧海)란 이런 걸 두고 이르는 말이 아닐까?
(2014. 1. 31.)
*김학 약력
1980년 월간문학 등단/『나는 행복합니다』등 수필집 12권,『수필의 길 수필가의 길』등 수필평론집 2권/ 한국수필상, 펜문학상, 영호남수필문학상 대상, 신곡문학상 대상, 연암문학상 대상, 전라북도문화상, 전주시예술상, 목정문화상 등 수상/ 전북수필문학회 회장, 대표에세이문학회 회장, 임실문인협회 회장, 전북문인협회 회장, 전북펜클럽 회장,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부이사장 역임/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전담교수
e-mail: crane43@hanmail.net
http://crane43.kll.co.kr http://blog.daum.net/crane43
-미국여행기⑤-
김 학
샌디에고 시는 미국의 서해안 캘리포니아 주 최남단의 도시로서 로스앤젤레스 시 다음 가는 제2의 도시다. 기후는 일 년 내내 온화하고 강우량이 적어서 관광과 야외 스포츠가 성행하는 곳이다.
멕시코 접경이어서 멕시코의 값싼 노동력을 이용한 하이테크 중심의 산업도시로 발전했고, 앞으로도 성장이 기대되는 도시다. 산업도시인데도 굴뚝산업이 아니어서 공기는 맑고 도시는 깨끗했다. 미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라는 이야기가 결코 허튼 소리만은 아닌 것 같았다.
샌디에고 시 포트빌리지에는 거대한 항공모함이 정박하고 있다. 이른 바 미드웨이호다. 그 항공모함은 미국의 해군도시 샌디에고가 해군의 베이스캠프임을 알려주는 대표적인 상징물이기도 하다.
5대양 6대주를 누비며 세계를 지배하던 미드웨이항공모함의 위용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이 항공모함 때문에 샌디에고는 관광객들의 눈길을 끄는 새로운 관광명소가 되었다. 이 미드웨이함은 나이가 나와 동갑이다. 내가 정년퇴직을 했듯이 이 미드웨이함도 퇴역하여 지금은 미드웨이박물관(USS MIDWAY MUSEUM)으로서 이모작 삶을 살며 세계인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 미드웨이함은 1943년 8월 27일 건조되어 1945년 3월 세계 제2차 대전 막바지에 참전했고, 베트남전 때는 월남의 패전민들을 미국으로 실어 나르기도 했었다. 반세기 동안 혁혁한 전공을 세우고 퇴역한 미국의 자랑스러운 해군함정이다.
미드웨이함은 무게가 6만 9천 톤이고, 길이가 296m이며, 최상단 갑판의 면적은 4.02에이커이고, 최대시속은 33km다. 이 함정의 승조원은 4천5백 명이었다니 그 규모를 알만하다. 이 미드웨이항공모함에는 6백 명의 기술자를 포함해서 225명의 요리사, 2백 명의 비행기 조종사 등이 근무하고 있었는데, 하루에 먹어치우는 음식의 양이 무려 10톤에 이르렀다고 한다. 참으로 어마어마한 규모가 아닐 수 없다.
미드웨이함의 격납고 밑으로 내려가니 이 배에 승선했던 군인들의 생활공간이 있었다. 사병과 장교식당을 비롯해서 세탁소, 이발소, 숙소, 휴게실, 기념품 샵 등 모든 편의 시설이 다 갖추어져 있었다. 곳곳에 밀랍인형들이 설치되어 있어서 실제로 배에서 생활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또 이 배에는 전투기와 수송기 및 헬리콥터가 80여 대나 진열되어 있어 위용을 자랑했다. 이 미드웨이함은 걸프전을 마지막으로 1992년 46년 만에 퇴역했고, 2004년에 미드웨이박물관으로 개관하여 관광객들에게 함정의 알몸을 속속들이 보여주고 있다. 입장료는 어른 18달러, 62세 이상의 시니어 15달러, 퇴역군인과 6~17세 청소년 10달러, 5세 이하의 어린이는 무료다.
축구장보다도 훨씬 넓은 미드웨이호 갑판에 오르니 지금도 전투기와 수송기 및 헬리콥터가 즐비하게 전시되고 있었다. 어떤 전투기와 헬리콥터는 관광객들이 조종석으로 올라가 기념사진을 찍을 수도 있었다. 나도 손자손녀들과 조종석으로 올라가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 순간만큼은 고희를 넘긴 나도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어 즐거웠다. 특이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때 참전용사들이 자원봉사자로 나와서 관광객들에게 그 당시 상황을 설명해 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미드웨이함 갑판에서 바라본 태평양은 한없이 넓었다. 물빛은 푸르고 파도는 잔잔했다. 마치 푸른색 담요를 깔아놓은 것처럼 포근해 보였다. 갈매기들은 끼룩끼룩 소리를 지르며 쉼터를 찾아 날아다니고 있었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가는 평화로운 석양 무렵의 정경이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바닷바람에 실려 온 바다냄새는 어항(漁港)과는 달리 비릿하지 않아 좋았다.
미드웨이박물관은 인종전시장이었다. 흰둥이, 검둥이, 노란둥이들이 어우러져 박물관 구석구석을 둘러보기 바빴다.
미드웨이박물관이 자리 잡고 있는 샌디에고 시 포트 빌리지는 샌디에고 만(灣)의 공원과 상점, 음식점 등을 갖춘 위락단지(慰樂團地)다. 유럽풍의 건물과 멕시칸 스타일의 건물들이 조화를 잘 이루고 있으며, 태평양과 함께 펼쳐져 있어서 주변 경관이 무척 아름다웠다. 퇴역한 이 미드웨이호가 박물관이 아니라 호텔로 바뀌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랬더라면 그 배에서 며칠 머물면서 더 많은 추억을 만들 수 있었을 텐데…….
5대양 6대주를 누비며 천하를 지배했던 미드웨이항공모함이 현역에서 물러나 미드웨이박물관으로 변신한 모습을 보니, 마치 정글을 주름잡던 맹수(猛獸)가 푸른 초원에서 노니는 온순한 양으로 변한 것 같았다. 어린 손자와 손녀에게 미드웨이항공모함의 추억을 심어 줄 수 있어서 즐거웠다. 상전벽해(桑田碧海)란 이런 걸 두고 이르는 말이 아닐까?
(2014. 1. 31.)
*김학 약력
1980년 월간문학 등단/『나는 행복합니다』등 수필집 12권,『수필의 길 수필가의 길』등 수필평론집 2권/ 한국수필상, 펜문학상, 영호남수필문학상 대상, 신곡문학상 대상, 연암문학상 대상, 전라북도문화상, 전주시예술상, 목정문화상 등 수상/ 전북수필문학회 회장, 대표에세이문학회 회장, 임실문인협회 회장, 전북문인협회 회장, 전북펜클럽 회장,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부이사장 역임/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전담교수
e-mail: crane4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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