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의사상과 오뚝이
2007.01.30 03:25
仁義思想과 오뚝이
성 기 조
(시인․한국펜클럽 명예회장)
논어는 내용구성이 배움(學而時習之不亦說乎)에서 시작해서 하늘의 뜻을 아는 것(知天命)으로 끝난다. 위대한 성인으로 추앙받는 공자는 20대에 이미 이름을 떨쳤다. 열다섯 살에 학문에 뜻을 두어서 가난에 시달리고 천한 일에 종사하면서도 이치를 탐구하고 실천에 힘썼다.
공자는 禮예와 樂악 등, 문화전반에 관심을 가지고 천하를 두루 돌아다니며 자신의 이상을 펴보려고 노력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한 학자이며 정치가였다.
그의 말 가운데 “친구가 멀리서 찾아오면 어찌 즐겁지 아니한가“ 라는 구절이 있다. 실패한 정치가로서 혼자 외로움을 달래고 있는데 자신을 찾아오니 어찌 즐겁지 않겠는가? 참으로 인간적인 고백이다. 요즘은 실패한 정치가에게는 찾아가는 사람도 없다.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않으면 어찌 군자가 아니겠는가?” 라고 말하는 공자의 처지는 참으로 옹색하다. 자신의 뜻을 펴지 못하고 세상에 나서지 못하는 입장을 변명함에 있어서 스스로를 군자로 둔갑시키는 것은 공자의 교양이겠지만 평생을 학자로, 정치가로 살아왔으니 그만한 여유있는 생각을 가졌으리라 짐작된다.
공자의 말씀과 행실, 그리고 제자들과의 대화를 편찬했다는 논어는 맹자처럼 다부지고 분명하지 않다. 그러나 여러 왕조와 오랜 시대를 겪어오면서 논어는 많은 사람들에게 크게 영향을 끼쳤다. 어떤 때는 세상을 제도하는 사상으로, 또 어떤 때는 지배계급의 교양사상으로, 군신간의 충성과 의리를 지키는 사상적 기둥으로 드러나기도 하고 숨어 있기도 하는 부침을 수없이 겪었다.
맹자는 논어에 비해 할 말을 다하고 있다. 首尾一貫수미일관, 논조와 설득력 있는 논리의 전개, 박력있는 문장으로 맹자라는 인물의 경륜과 인품을 전해주고 있다. 공자의 仁인에 義의를 더하여 仁義를 강조하였고 왕도정치를 논했으며 인의에 의한 정치적 혁명도 긍정하였다. 인간에 대한 적극적인 신뢰를 깔고 性善說성선설을 주장한 맹자는 사람은 착하게 태어나며 이 착한 본성을 지키고 가다듬는 것이 도덕적 책무라고 가르쳤다. 맹자가 梁惠王양혜왕에게 따지는 대목은 시원하다. “사람을 칼로 죽이는 것과 정치로 죽이는 것이 무엇이 다릅니까” 라고 묻는다.
齊宣王제선왕이 “신하가 임금을 시해해도 되는가?” 란 물음에 “仁인을 해치는 자를 賊적, 의를 해치는 자를 殘잔, 殘과 賊을 일삼는 자를 匹夫필부라고 합니다. 필부인 紂주 (은나라의 폭군)를 죽였다는 말은 들었어도 임금을 시해했다는 말은 듣지 못했습니다.”라고 대답한다.
공자와 맹자의 언행을 비교하면서 인의를 바탕으로 해서 살아야 할 몇몇 사람들이 황당한 삶을 보면서 참으로 많은 생각을 갖게 한다. 殘과 賊을 일삼는 자를 필부라 부르는데 그 필부가 되는 주왕은 죽였어도 임금은 죽였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는 맹자의 말은 무엇을 시사하는가?
공자의 仁에 義를 더한 맹자의 시원스런 대답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인과 의를 저버리는 사람은 모두 필부라는 생각, 그러한 생각을 갖는 많은 사람이 이 세상을 옳게 바꾼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공자가 정치가로서 실패한 이유는 원칙을 고수했기 때문이란 말이 있다. 그 까닭을 살펴보면 천하의 패자를 꿈꾸는 제후들에게 신하로서 분수를 지키라고 말하는 공자를 누가 좋아하겠는가? 그러나 인의를 저버린 무원칙과 방자한 삶은 스스로를 망하게 만든다. 自意자의에 따라 자행되는 모든 일이 많은 사람들의 公論공론을 멀리하고 공적 살림을 제 주머니 살림처럼 하며 살아온 사람들의 말로는 비참한 종말을 맞는다.
그 까닭은 공자가 주창하는 원칙주의가 빠졌기 때문이다. 때문에 공자는 빈틈없는 원칙의 고수 때문에 자신은 외로웠다. 무원칙을 밥 먹듯 해서 살아가는 사람은 모든 것을 잃어버리게 된다. 철저한 현실주의자였던 공자는 실천을 전제로 한 도덕이 곧 혁신이었는데 우리가 주변에서 보는 많은 사람들은 부도덕의 가면을 벗지 못해서 망해간다. 맹자의 일관된 사상이었던 성선설과 혁명론이 공자의 원칙주의 보다 중요함도 깨우쳐야한다.
百家백가가 다투어 다른 사상을 주장하던 전국시대에 의연하게 공자의 사상을 옹호하고 한발짝 진전 시킨 것은 맹자가 仁義를 강조했기 때문이다. 인간이 살아가는데 도덕적 바탕이 되는 인의사상을 저버리면 살아갈 수 없는 수렁에 빠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세상이 아무리 망해도, 또 아무리 흥해도 인의사상만큼은 오뚝이처럼 넘어졌다가도 다시 일어선다. 도덕의 불감증은 인의사상을 저버리고 스스로 방자한 생각을 갖게 만든다. 이러한 현실이 인격을 허물고 망하게 만드는 단초가 된다는 것을 깊이 깨우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