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곽상희 뉴욕 서신-풀들이
2017.06.19 10:02
6월
6월은 풀잎과 들꽃의 달, 할 말도 많고 들려오는 소문도 많은 데, 그러나 그 모든 말들을 막아버리고, 입과 귀를 닫아버리고,
보이는 것을 보지 않고 안 보이는 그늘을 찾아 더욱 깊이 발걸음을 내밀며 저기 어딘가 아득한 곳, 시원한 물줄기 한 줄기를 목말라하면서 빛이 두고 간 신선한 바람 한 솔기에 물 한바가지로 우리의 온 존재를 덧쇠우고 그렇게 화들짝 터지는 그 꽃 한송이처럼, 널펀한 들풀 밭 한가운데 앉은뱅이 꽃 그 꽃처럼 세월을 아끼고 싶은 인내로 여기 앉았습니다.
한 낮이 오기 전 따끈한 커피 잔 하나 옆에 두고 편안하고 아직 허락하신 시간 안에 있음에 감사하면서......
6월, 그 날에 대해선 눈 감으리라.
6월, 너무나 사무치는 우리들의 달, 그러나 또다시 우리에게 온 아직도 미완성, 더욱 쌓여가는 숙제의 달, 다만 겸허한 믿음으로 창밖 저 먼 하늘을 바라보리라. 검은 구름 하나 크게 다름박질 해오는 그 걸음을 밀어내며,
.............
풀들이
가난하고 짓밟혀서,
짓밟힌 채로
그렇게 뿌리가 깊어지는 것은
산골짝 맑은 물소리가 보내는
바람과 새 울음 탓이었으리
풀이 풀이 되고
물이 물이 되는
그 길 따라
새들이 즐거운 소리로 울고 있는
가슴의 박동, 그것을 나는 그날 보았다
너의 눈빛을 깊이 들추며
너의 가슴에 끝날 줄 모르는
먼 뿌리에 취해
길 잃은 어린 사슴에게
길을 내어주며 앞서가는
따라오라고 따라오라고 손짓 할랑이는
물소리의 등불 탓임을
그 등빛 가난하고 짓밟혀서
네 눈에 살붙이는 그 이유를
그 밤 깊이 빛나는 별빛을 보고서야
나는
그것이 사랑인 줄 알았다. (곽상희 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