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꽃은 사랑이다

장미

화병에 심어진 나의 장미는
비오는 밤 창턱에서
어두움을 타고 피어난다

오직 저 검은 비소리만이
나의 장미의
그윽한 향기를 돋구어 준다

여름 한철 숲속에 핀 꽃들은
고독한 사람의 사상같이 차라리
비속에 흠 뿍 젖고자 한다.

젖은 꽃잎 첩첩이 땅에 쌓아
쌓은 향기, 가을에
물들은 열매 속에 익어 돌아오나니
새장의 카나리아
애무에 시드는 창턱에 장미여, 너의
경련하는 입술로 어두움을 입맞추라.     -김동리, <장미> 전문.

장미

장미 밭이다.
붉은 꽃잎 바로 옆에
푸른 잎이 우거져
가시도 햇살 받고
서슬이 푸르렀다.

벌거숭이 그대로
춤을 추리라
눈물에 씻기운
발을 뻗고서
붉은 해가 지도록
춤을 추리라.

장미 밭이다.
핏방울 지면
꽃잎이 먹고
푸른 잎을 두르고
기진하면은
가시마다 살이 묻은
꽃이 피리라.     -송욱, <장미> 전문.

장미

장미가 곱다고 꺽어 보니까
꽃 포기 마다 가시입데다.

사랑이 좋다고 따라가 보니까
그 사랑 속에는 눈물이 있어요....... .

그러나 사람은 모든 사람은
가시의 장미를 꺽지 못해서
설다고 설다고 부르는구려.     -노자영, <장미> 전문.

장미

새벽안개
면사포로 드리우고
그리움 망울져
영롱한 이슬
방울방울.

사랑이
가슴에 차오르면
비로서
아름아름 입을 여는
장미꽃 송이 송이들.

사납게 찌르던
가시의 아픔도
추억의 향기로 번지는
꽃 그늘 언덕에서
뜨거운 혼 불로
타오르는 밀어여.     -정용진, <장미> 전문.

장미

개봉동 입구의 길은
한 송이 장미 때문에 왼쪽으로 굽고,
굽은 길 어디에선가 빠져 나와
장미는
길을 제 혼자 가게하고
아직 흔들리는 가지 그대로 길 밖에 선다.

보라 가끔 몸을 흔들며
잎들이 제 마음대로 시간의 바람을 이르키는 것을.
장미는 이곳 주민이 아니어서
시간 밖의 서울의 일부이고,
그대와 나는
사촌들 얘기 속의 한 토막으로
비오는 지상의 어느 발자국에나 고인다.

말해보라
무엇으로 장미와 닿을 수 있는가를.
저 불편한 의문, 저 불편한 비밀의 꽃
장미와 닿을 수 없을 때,
두드려보라 개봉동 집들의 문은
어느 곳이나 열리지 않는다.        –오규원, <장미> 전문.

장미

몸 세워 꼿꼿해도
가시는 한(恨)인 것을
찌르고 흘린 눈물
속으로 고여 고여
농익은 가슴 열리면
쏟아지는 살 내음.    –장수경, <장미> 전문.

장미

조용한 오후
햇빛을 이고
피어 있는
빠알간 화신

피어서 저리도 눈부신 본능
내일 아침은 시들어서
번뇌의 끈을 놓고
혼신의 힘으로
생을 마감하고 떠나는 희생

아픔을 뚫고
더욱 붉은 향기로
환생하는 투명의 약속   -이승희. <장미> 전문.

장미

미궁의 먼 거울 속에서
演舞하는 붉은 장미

검붉은 물감 뚝뚝 떨어뜨리며
허공에 헤엄치는 목어들의 산사
그 깊은 오솔길을 밟아
연등 밝힌 꽃 길로
자꾸만 걸어가고 있었다.

빛보다 눈부신 어둠 속에서
팔각모자 저고리 벗어 걸고
달빛 고운 정적을
묵묵히 두레박질하는
야경의 붉은 장미

깊고 깊은 이드에서
생명수 퍼올리는 실루엣

찬란한 석양 파도 속에
억 겹의 파장으로 부서지다가도
달빛고운 얼굴로
변신하는 그림자

제 그림자 살며시 끌어안고
세상사 넘어다 보는
동양의 샤를 말러행.   –진의하, <장미> 전문.

붉은 장미

사랑 만큼
붉은 장미
이삼 일을 못 견디고
쓰러지는 것이 안쓰러워
마음과 함께 묶여
달빛에 매달았다
혼자만 보기 위하여
감추면서 매달았다
더 영원한 흔적으로 남기기 위해서
달빛을 받으며 매달았다

계절이 지나고
모든 꽃이 져갈 때
점차로 검게 변해가는
장미
물을 주는 이가 없어
이제는 더 이상 시들 것 없이 되어버린
사랑
손에 힘을 넣어 만지는 순간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강물.                   –송인복, <붉은 장미> 전문.

장미 와 가시

눈먼 손으로
나는 삶을 만져보았네
그건 가시투성이였어

가시투성이 삶의 온몸을 만지며
나는 미소 지었지
이토록 가시가 많으니
곧 장미꽃이 피겠구나하고.
장미꽃이 피어난다 해도

어찌 가시의 고통을 잊을 수가 있을까
해도
장미꽃이 피기만 한다면
어찌 가시의 고통을 버리지 못하리요.

눈먼 손으로
삶을 어루만지며
나는 가시투성이를 지나
장미꽃을 기다렸네.
그의 몸에는 많은 가시가
돋아 있지만, 그러나.
나는 한 송이의 장미꽃도 보지 못하였네.

그러니, 그대 이제 말해주오.
삶은 가시장미인가 장미가시인가
아니면 장미의 가시인가, 또는
장미와 가시인가를.    
                                       -김승희. <장미와 가시> 전문.

장미가시

장미농장을 경영하면서
제일 먼저 친해진 것은
사나운 가시다.

사랑을 받으려면 먼저
사랑을 보내야 하는 것처럼
껴안으면
가슴을 찌르고
어루만지면
손바닥에 박힌다.

그것은
미모와 향기의 이면에
깊숙이 숨겨둔 비수(匕首)

우리 내외는
밤마다 돋보기안경을 끼고
뾰족한 바늘로
나는 아내의 손에
아내는 나의 손에 든
가시를 파낸다.

어떤 한의사는
가시에 찔리면
수지침(手指針)을 맞는 효험이 있어
장수할거라고
위로하기에
우리 내외는 아픔을 꾹 참고
크게 웃었다.

오늘도
장미 가시가
혼미한 세상 속에서
나를 파낸다.              -정용진, <장미가시> 전문.

장미가시에 찔려서

시인 릴케는 장미가시에 찔려서 죽었습니다.
큰 상처가 나면 피가 흐르고 약을 바르고
병원에 가고
그러나 작은 상처는 피가 흐르지않아
파상풍 같은 균이 몸 속으로 배어 들어요.

시인 릴케를 죽인 장미가시처럼
아주 작은 것들이 호랑이 발톱이 되고
아름답고 향기로운 것이 독버섯의 독이 됩니다.
하찮은 말이 천둥보다 빠르게 가슴을 칩니다.

아이들이 자고 나서 세수하는 그사이에
아이들이 자고 나서 인사하는 그사이에
바늘같이 작은 가시들이 여린 피부에
피도 흐르지않는 상처를 냅니다.

연필을 깎다가 TV를 보다가 냉장고 문을 열다가
서랍을 열고 종이를 접고 자전거를 타다가
아주 작고 작은 장미가시에 가슴을 찔려요.
남들은 그 작은 상처를 보지 못하지만
살 속에 박힌 가시를 보지 못하지만

어머니는 봐요
사람은 돋보기처럼 아무리 작은 상처라도
어머니는 눈에 보여요.
시인 릴케를 죽인 장미가시를.   –이어령 <장미가시에 찔려서> 전문.

장미 밭에서.1

잠든 영혼이 눈을 뜨는
이른 아침
장미의 뜨락을 거닐면
소록소록
마음을 열며
피어 오르는
사랑의 숨결.

더러는
눈길로 말하고
더러는
향기로 부르며

삶의 진실과 번뇌를
고백하는
여신의 숲엔
생명의 늪으로 빨려 드는
무수한 영혼의
빛과 소리들...        -정용진, <장미 밭에서.1> 부분.

술 취한 장미

지난밤, 친구들이 놀다 간 다음
병마다 남은 맥주를 모두 모으니
네 병 하고도 반이 되었다
김빠진 맥주가 꽃나무에 좋다는 말이 생각나
화단에 있는 장미 나무에 맥주를 대접했다

꼭두새벽, 목이 말라 물 한 대접 마시고
방문을 열고 나갔더니
얼굴이 벌개진 장미가 배시시 웃는다
장미가 술에 취했다
나는 술이 깨는 중인데 녀석은 오르는 중인가
바람 탓일까
몸을 흔들며 제법 술 주정을 한다

하도 이뻐서 가만히 손을 내밀자
톡 쏘며 슬쩍 물러선다
장미가 내뿜는 술 냄새는 향기롭기도 해라
발갛게 부끄럼 타는 이 이쁜, 요놈
데리고 들어가
접 붙고 싶다.     –정찬열, <술 취한 장미> 전문.

늦게 핀 장미

장미 밭에 늦가을 장미 몇 송이가 피어있다
장미꽃을 바라보며 남향으로
거미들이 고층 아파트를 지어 걸어 놓았다
거미들이 기다리는 입주 객은
나비 잠자리 날개 있는 메뚜기 떼
입주 객은 오지않고
아침 이슬이 거미줄에 걸려
울고 있다                   -황금찬, <늦게 핀 장미> 전문.

장미에 관하여

장미가 어떻게 피고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장미가 땅에서 피는 것이 아니라
어미의 옆구리를 둟고 나온 작은 가지에서 피고 지는
줄을,
언제나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고운 색깔을 만들기 위해
이별을 고하며
그 아픔 때문에 새벽이슬처럼 맺히는 눈물을 쏟아내고
있다는 것을
아무도 모른다.
가시의 날카로움은 누군가를 해치기 위해 치장한 창 날
이 아니라
고통이 얼마나 잔인한 것인가를, 그러나
받아들여야만 하는 일 때문에 숨죽여 견디는 신음의 절
정인 것을
아무도 모른다.
어둠의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한 가슴에 기쁨을 더해주는 일을 위해
시커먼 몸뚱이만 남겨도
꽃과 잎과 팔을 몽땅 잘라 드리는 일을 왜 계속하는지
아무도,
아무도 모른다.    –변재무, <장미에 관하여> 전문.

장미꽃의 합창

넝쿨장미가 서로 사랑하느라 바쁘다
빨강 하양 노랑
왁자지껄 돌담을 타고 올라
해질녘 더위도 물러간 시간
술이라도 한잔 걸칠 것인가
덩굴 장미의 합창
노을 젖은 하늘로 울려 퍼진다    -박영춘, <장미꽃의 합창> 전문.

넝쿨장미

피 끓는 그리움
단비로 적시고
봉긋한 가슴 살며시 풀어헤친
다음
아이들 학교 보내는 담장 너머로
어릴 적 그랬듯이
장독대 울타리 다 덮을 듯 출렁이며
불바다 이루는 곳

지금은 가도 찾아 볼 수 없는
어머니 모습 떠올리다가

까맣게 탄 속 울음 끼얹어
먼 구름에 붉게 전하는
내 마음처럼 피었네       -박순영, <넝쿨장미> 전문.

장미와 백합은 사랑의 상징이요, 표현이다. 그러나 장미가 남녀 간, 이성간의 그리움의 심볼 임에 비하여, 백합은 종교적 사랑의 꽃으로 표현되고 있다.
장미는 에로스적이요, 백합은 아가페적 사랑의 상징이 된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장미가 감성적( Patos)이라면 백합은 이성적(Logos)이다. 시인 릴케가 사랑하는 연인에게 장미꽃을 선물하기 위하여 장미 가지를 자르다가 찔린 화농으로 유명을 달리하였다는 일화는 너무나 유명하다.
3천 여 평의 온실에 6만주의 형형색색의 장미를 재배하는 내가 그와 같은  시대에 태어났던들 그도 살고 나도 유명한 시인이 되었을 터인데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장미의 꽃말은 “불타는 사랑” “아름다움”이다. 사랑의 신 주피터가 어머니 비너스의 로맨스를 누설치 말라고 침묵의 신에게 부탁하자 그 답례로서 침묵의 신은 장미 꽃다발을 보냈다. 이것이 오늘날 밀회의 비밀을 지켜주는 꽃이 된 시초가 된 것이다. 영국이나 미국이 다  같이 장미를 국화로 정한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들은 뿌리가 같은 종족이요 그리고 장미를 사랑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결혼 10주년 애니버서리 파티를 위하여 1년 전부터 3,650송이의 장미를 주문하던 하와이의 어느 노부부의 생각이 떠오른다.
장미가 울안에서 만인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바에 비하면 찔레꽃은 야생 장미꽃이면서도 길가나 산록에 버려진 채 저 홀로 피고 지면서 천민의 혼으로 버티고 살아간다. 민초들의 끈끈하고 한결같은 삶의 모습 같다.

카네션

새하얀 유리컵에
긴 목을 들어내고
화사하게
웃는 얼굴.

창 밖 흰 눈이
엄동을 알리건만
북풍을 살라 마셔
청초한 자태여

너도
내 마음을 알아
그토록 연연히
사모곡을 부르는가.     -정용진, <카네션> 전문.

그리워하는 연인에게 장미 꽃다발을, 사랑하는 어머님께 카네션 꽃송이를, 존경하는 스승에게 백합을 드리면 하나같이 행복해 하신다.
카네션은 겨울 꽃으로 알려져 있으면서도 지금은 사철 어느 때나 재배되며 절화의 왕으로 외롭게 피었다가 시들어 버리는 패랭이꽃에 비하면 카네션은 여왕다운 대접을 받는 꽃이다. 자리를 굳힌 꽃 중에 하나다. 그런데 향기가 없는 것이 큰 흠이다. 석죽과에 속한 꽃으로서 우리나라 들길에 외롭게 피었다가 지고 마는 패랭이꽃을 너무나 닮았다. 꽃말은 “어머님의 사랑”인데 비하여 패랭이꽃의 꽃말은 “순결한 사랑”이다. 이름 없는 들풀 속에 쌓여 홀로 외롭게 피었다가 시들어 버리는 패랭이 꽃에 비하면 카네션은 여왕다운 대접을 받는 꽃이다.

산유화

산에는  
꽃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여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이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 김소월, <산유화> 전문.

진달래(杜鵑花)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 우리다.     –김소월, <진달래 꽃> 전문.

진달래

우르르 우르르 떼 몰려 가는
사냥꾼의 발끝에 채이면서 까지
진달래도 싱싱하게 피어나야 한다
짓밟힌 삼천리 구석구석을
해처럼 화안하게 밝혀 주면서
진달래도 싱싱하게 피어나야 한다
답답하게 휘덮은 화약 냄새를
사냥꾼의 잔인한 군호 소리를
개울물에 깨끗하게 흘려보내고
총과 칼을 떠다밀며 피어나야 한다
군림하는 사냥질에 짓뭉개지며
살 속에서 뼈 속에서
가슴 속에서
싱싱하게 피어 오르고
무슨 말을 따뜻하게
속삭여주고 .....
그렇다 진달래야 피어나거라
4월의 진달래야 피어나거라     -양성우, <진달래> 전문.

진달래

아직도
눈 덮인 산하
동면의 늦잠이
한창인데

서둘러 깨어서
아침노을로 번져오는
연분홍 진달래.

돌아보아도
바라보아도
냄새 나고 미천한
세상이지만

구차한 몸을
바위 억서리
그늘진 계곡에 버티며

서러웠던 세월
분노하던 함성처럼
몰려 서서
한 빛깔과 노래로
아픈 가슴을 열어
두견(杜鵑)의 한을 울어주는
애절한 그 마음.

지금도
역사의 뒷골목에선
탐욕의 장막을 치고
민중의 몫을 가로채는
속 검은 무리들의
진한 흥정이 무르익는데

둘이 결코
하나이어야 한다는
애타는 염원으로

맨 먼저 깨어서
조국 산하에 피어 오르는
한 겨레의 참마음
진달래의 뜨거운 혼.     -정용진, <진달래> 전문.

진달래꽃 진달래 꽃

어찌 된 일인지 사월이면 흔들린다.
한 편의 시를 향하여 몸부림쳐도
꼼짝 않던 그 상상력이란 놈도
흔들리고 흔들려 끝내 방도 흔들린다.

어찌 된 일인지 사월이면 흔들린다.
시를 쓰는 손도 펜도 흔들리고
사월 사월 사월 사월이라 불러보는
입술도 심장도 유난히 흔들린다.

신나는 일이다. 사월이면 흔들린다.
진달래꽃 진달래 꽃 벙그는 바람에도
풀잎들 돌맹이들 덩달아 흔들리고
지쳐 누운 산천도 덩달아 흔들린다.

죽을 때 까지 안아도 싫증 안 날 사월에
두 팔을 벌리면 한아름에 안기는
한라산 백두산인 것을
진달래꽃 진달래 꽃 산천인 것을.

펜 닳도록 써도 한없을 사월인 것을.
하늘은 저리 막히고 무거워서
모가지를 모가지를 들 수가 없는가
사월 사월 사월 사월인 것을.        –조태일 <진달래 진달래> 전문.

산에서 피는 꽃들은 대부분이 무리를 이뤄 피어 오르고 지며 산속의 새들도 몰려 사는데 소월의 마음은 애닯어 홀로 피고 지는 고독한 정경을 산유화에서 노래하였고, 진달래꽃에 이르러서는 진심으로는 이별을 원하지 않으면서도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눈물도 흘리지 않고 차라리 꽃잎을 아름 따다 뿌리오리니 즈려밟고 가시라고 이별의 슬픔을 극도로 자제하고 사랑을 역설적으로 표현하였다. 꽃말은 “랑의 즐거움”이다.
양성우의 “겨울공화국” 신경림의 “농무” 김지하의 “오적”은 군사정권 시절 금서로 묶여있던 시집들이다. 우리는 군화에 인권이 짓밟히던 그 시절 조국의 민주화를 갈망하면서 책방을 뒤로하고 거리로 뛰 처 나가야 했던 어려운 시절을 기억하고 있다. 진달래는 봄마다 우리 조국의 산하를 아름답게 수놓으면서 우리의 마음을 뜨겁게 달구는 꽃이다. 수유리 4.
에 해마다 봄이면 피어 오르는 진달래꽃을 보노라면 마음이 아려온다.
철쭉은 우리나라 강원도가 원산지이다. 진달래의 뒤를 이어 연분홍으로 산을 덮는데 꽃말은 “사랑의 기쁨”이다.

금강 봄맞이꽃

험한 벼랑에서 여물어진
무수한 금강봄맞이꽃의 풀씨들은
바람에 날려
내를 건느고 공장을 지나
연탄까스 아른아른 피어 오르는
외딴 함석지붕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종일 햇살 한 모금 들지 않는
뒤꼍 토담 밑에 다다른다

험한 벼랑에서 여물어진
무수한 금강봄맞이꽃의 풀씨들은
바람에 날려
장독대 가즈런히 반짝이는
시골집 뜨락을 그윽히 내려다 보다가
갓 태어난 복슬 강아지의
보송보송한 솜털에
가서 딩굴며 몸 부빈다

험한 벼랑에서 여물어진
무수한 금강봄맞이꽃의 풀 씨들은
바람에 날려
동강난 국토의 허리께 부근
철조망 치고 방공호 파대느라
빨갛게 파헤쳐진
황토의 속살이 하도 애가 말라
그 속으로 사뿐 내려 앉는다     -이동순, <금강봄맞이 꽃> 전문.

나리나리 개나리

누이여
또다시 은 비늘 더미를 일으켜 세우며
시간이 빠르게 이동하였다
어느 날의 잔잔한 어두움이
이파리 하나 피우지 못한 너의 생애를
소리없이 꺾어갔던 그 투명한
기억을 향하여 봄이 왔다

살아 있는 나는 세월을 모른다
내가 가져간 시간과 버리고 간
시간들의 영토 속에서
한 뼘의 폭풍도 없이 나는 고요했다
다만 햇덩이 이글거리는 벌판을
맨발로 산보할 때
어김없이 시간은 솟구치며 떨어져
이슬 턴 풀잎 새로 엉겅퀴 바늘을
살라주었다

봄은 살아 있지 않은 것은 묻지 않는다
떠다니는 내 이억의 얼음장마다
부르지 않아도 뜨거운 안개가 쌓일 뿐이다
잠글 수 없는 것이 어디 시간 뿐이랴
아아. 하나의 작은 죽음이 얼마나 큰 죽음들을 거느리는가
나리 나리 개나리
네가 두드릴 곳 하나 없는 거리
봄은 또다시 접혔던 꽃술을 펴고
찬물로 눈을 헹구며 유령처럼 나는 꽃을 꺾는다  -기형도,<나리 나리개나리> 전문.

개나리꽃

활짝 핀 개나리꽃이
울타리마다
얼굴을 내밀고 섰다
안녕하시냐고
반가이 인사하는 것일까
안타까이 기다리는 사람 있어
발돋움 하는 것일까

일제히 부르는 소리
손 들어 저으며
그리움을 찾는 소리
꽃잎마다 눈동자가 있어
그리운 사람 찾는구나
꽃잎마다 얼굴이 되어
그리운 이를 부르는구나

평양에도
지리산 산골마을에도
백두산 기슭 어느 외딴 마을에도
개나리꽃이 피었건만
기다려도 올 수 없는 사람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는 사람

모두가 개나리꽃이 되어
일제히 부르는 소리
모두가 개나리꽃이 되어
일제히 손을 젓는 모습
이젠 그만 하라고
한결같이 아우성치는 소리…   -이우석, <개나리꽃> 전문.

개나리

눈 봉투
살 어름 우표 달고
겨울 다리 건너
속달로
날아온 얇은 햇살
입김으로 네 볼에 부치면

봄이
아, 터지는 소리
네가 받아 열어볼 때
그때쯤
샛 노랗다
온 천지가.    김영교, <개나리> 전문.

산개나리꽃

숲 속으로
숲 속으로 찾아 들어 가면
낙엽에 쌓인 옹달샘이
아무도 모르게 바위틈에서 흐르고..... .

물 위에 뜬 낙엽
훅 훅 불며
목마른 입 가져다 대이면
낙엽 냄새 풍기는
샘물은 단물.

산비둘기는
어디서 저리 우느뇨?
고개 들어 치어다 보는 눈에
산비둘기 보이지 않고.....

조름 조는 듯
고운 산개나리꽃
내 머리 위에서
방긋이 웃네.        -장만영, <산개나리꽃> 전문.

산수유

꽃 시샘
수정같이 맑은 바람
언 강 갈라지는 소리에
늦잠 깬
산수유 한그루.

초승달
차가운 눈매에
달아오른
앞가슴 풀고
피워내는 노란 눈꽃.

개울 건너 삼박 골
민 씨네 낡은 기와집
돌 담 가엔
마고자 단추 같은
붉은 가을 열리겠네.     -정용진, <산수유> 전문.

산수유 꽃

지리산 산동 마을
산수유꽃 천지 보면

울엄마 열일곱 적 아버지 열여덟 적
살짝이,
얼음 풀린 냇가
소풍 온 게 보입니다.

부끄런 꽃 그늘 아래
가만가만 돌아다니는

깜장 치마 하얀 저고리 아직 따뜻한 무명바지
괜스레
물방울이나 튕기는
풋사랑이 보입니다.   –홍성란, <산수유꽃> 전문.

개나리는 진달래, 산수유와 더불어 우리 한국의 봄을 불러오는 꽃 소식의 화신이다. 눈이 내리 듯 노란 꽃송이들이 가지가지 매달려 있는 모습을 보노라면 마치 봄눈 내리는 거리를 걷는 착각을 느끼게 된다.
개나리는 우리나라 특산으로 물푸레나무 과 관목으로 꽃말은 “희망”이다

사과 꽃

나른한 윤 사월
따가운 햇살 받아

진흙 딛고
도리(桃李)인양
홀로 수줍은
사과 꽃.

어려서는 푸른 볼이
과년하여
꿈 빛으로 익어

서녘 하늘
황혼을
타는 저녁노을
빠알간 가슴.        -정용진, <사과꽃> 전문.

사과 꽃

6.25 사변이 터진 몇 해 후
이북에서 월남 했다는 내 친구
경옥이 얼굴은 사과 꽃 같이 작았다
목청을 떨며 사과 꽃 노래를 불렀었다
이북에서 배웠노라는 소련 노래 사과 꽃
발바닥으로 마룻장 굴러 손뼉을 치며
아버지가 알면 혼 찌검이 난다면서
그 애는 졸라대면 사과 꽃을 불렀었다
우리가 이남에서 미국 노래를 배울 때
경옥이는 이북에서 사과 꽃을 배웠다
지금은 수녀가 된 내 친구 경옥이
소련에 핀 사과 꽃은 경옥이의 노래였다     -이향아, <사과꽃> 전문.

李花에 月白하고 銀漢이 三更인제
一枝春心을 子規야 알랴마는
多情도 病인냥하여 잠못드러 하노라   -이조년(李兆年), 시조 전문.

이화(李花)

원락심심춘주청 (院落深深春晝淸)
이화개편정명명(李花改遍正冥冥)
앵아진시무정사(鶯兒盡(인변)是情無)
락과번지서일정(掠過繁枝雪一庭)

원은 깊고 깊어 봄 낮 맑데
배꽃은 두루 피어 막 어두워 지는구나
꾀꼬리는 진정 무정한 심사러니
무정한 가지를 스쳐가니 온 뜰이 눈이로구나.
     -이개(李塏) <이화> 전문.
배꽃

써늘한게 흡사 눈과 같구나
향기는 사뭇 옷깃에 들어와
봄바람도 그렇게 정처 없는지
불어다간 자꾸 섬돌로 날리네     -구위(丘爲), <배꽃> 전문.

흰 자두 꽃

손아귀에 힘이 차서 그 기운을 하얀 꽃으로 풀어놓은
자두나무 아래
못을 벗어나 서늘한 못을 되돌아보는 이름 모를 새의
가는 목처럼
몸을 벗어나 관으로 들어가는 몸을 들여다보는 식은
영혼처럼
자두나무가 하얀 자두 꽃을 처량하게 바라보는 그 서글
픈 나무아래
곧 가고 없어 머무르는 것조차 없는 이 무정한 한낮에
나는 이 생애에서 딱 한번 굵은 손뼈마디 같은 가족과
나의 손톱을 골똘히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었다             -문태준, <흰 자두 꽃> 전문.

살구꽃(杏花)

해마다 강기슭에 피는 살구꽃
떨어저선 하얗게 물 위 돌다가
어디론지 물 따라 흘러가는 꽃
해마다 부질없이 폈다 지는 꽃.

밤마다 찬 자리에 피는 맘의 꽃
꿈 하늘을 고요히 떠서 돌다가
어디론지 그윽히 슬어지는 꽃
밤마다 보람 없이 폈다 지는 꽃.

2
하늘하늘
봄바람이
넘나드는 담 안에
연분홍 살구꽃이
송이송이 피였오.

하늘하늘
봄바람이
틀고 매는 사정에
연분홍 살구꽃이
송이송이 떨리오.      -김억, <살구꽃> 전문.

많은 사람들이 빨간 사과를 보면 사랑을 생각하고 하트를 연상한다. 사랑은
꿈의 산물이다. 갖고 싶어 하고, 나누어 주고 싶고, 만나서 대화 하고 싶은
것이 진정한 마음이요, 본질이기도 하다. 사과 꽃의 꽃말은 “유혹이다. 처음에
는 불그레하던 꽃망울이 활짝 피고 나면 배꽃처럼 희어진다.
봄을 여성의 계절이라 부르고 가을을 남성의 계절이라 부르기도 한다.
시냇물 소리와 꽃의 향기, 따듯하고 포근한 햇살, 소리  없이 내리는 보슬비
마른 가지에서 햇 눈이 돋아나며 꿈을 키우는 계절, 앞산의 아지랑이와 계곡
에서 졸졸 흐름을 시작하는 시냇물 소리, 하나같이 꿈의 산물이며 여성적 것
이 그 특징이다.
살구꽃은 복숭아꽃과 더불어 우리와 친숙한 꽃이다. 울 가에 서서 시큼 털
털 한 살구를 따 먹으면서 우리는 서정을 키웠다. 나는 어려서 겁이 유난히
많아 울 가에 아름드리 살구나무에 살구가 주렁주렁 달렸어도 올라가 지 못
하고 동생이 따주는 살구를 먹으면서 나무가 자랄수록 밑의 가지가 위로 올
라가는 줄 알고 걱정을 하였는데 늦게 서야 밑가지는 그냥 있고 위에서 새
가지가 나오는 것은 발견하고 안도의 한숨을 쉰 일이 있다. 매화과의 관목
로 살구꽃의 꽃말은 “처녀의 수줍음”이다.

頭流山 兩斷水를 예듯고 이제보니
挑花뜬 맑은물에 山影조차 잠겻세라
아희야 武陵이 어디냐 나는 옌가 하노라   -조식,(曺植) 시조전문.

복사꽃

할 말이 하도 많아 입 다물어 버렸습니다.눈꽃처럼
만발한 복사꽃은 오래 가지 않기에 아름다운 것, 가세
요, 그대 떨어지는 꽃잎처럼 가볍게, 연습이듯 가세
요, 꽃 자리 열매가 맺히는 건 당신은 가도 마음은
남아 있다는 우리 사랑의 징표겠지요. 내 눈에서 그대
모습이 사라지면 그때부터 나는 새로 시작할 수 있을
겁니다. 한낮의 뜨거운 햇볕을 온전히 받아 내 스스로
온몸 달구는 이 다음 사랑을.    –이정하, <복사꽃> 전문.

산도화

산은
구강산
보랏빛 석산

산도화
두어송이
송이 버는데

봄눈 녹아 흐르는
옥 같은
물에
사슴은
암 사슴
발을 씻는다.     -박목월, <산도화> 전문.

청전 산수도(靑田 山水圖)에 3월 한나절 봄은 그대로 산수화요, 선인들이 무릉도원(武陵桃源)을 신선이 사는 동산으로 여겼을 만큼 도원의 가경은 아름답다. 일찍이 정지용 시인은 북에는 소월(素月)이 있고 남에는 목월(木月)이 있다. 라고 칭송을 아끼지 아니하였듯 두 시인의 자연을 읊은 시들은 일품이다.
  박목월의 청 노루와  나그네를 우리 모두가 가슴깊이 새겨두고 애송하는 연유도 여기에 있다. 그의 시 산도화 1, 2, 3,편 을 감상하노라면 시냇가 곁에 와서 사슴이, 암 사슴이 발을 씻을 듯 한 상상의 착각을 불러오고 있다.
소월이 민족적 서정을 구구절절이 노래하였다면 목월은 극도의 언어를 절제하면서 자연의 시정(詩情)과 서정(抒情)의 세계로 독자들을 이끌고 가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홍도

옛날
올 아버님 소실댁은
두 볼에 연지 찌고
먼 발치서 쭈뼛쭈뼛
날 바라보더니

삼십 년도 더 되어
서울 어느 댁 담장 가에
붉은 그리매 드리운 홍도(紅桃)는
울음인 듯 웃음인 듯
그저 난감한 눈길이네.    –허영자, <홍도> 전문.

꽃망울 아침

이른 사월의 움트는 꽃망울을
봄비가 도다린다.
밤새 쉬지않고 재촉이다.
새가슴 어린 쌕씨를
서투른 신랑이 되여
첫날밤 새벽닭 동이튼다.

일년 내내 참았던 분홍빛 응어리에
아침햇살 물방울이 매달리여
나이어린 가지마다 반짝인다.
행여 참새라도 앉으랴 마는
조마 조마 마음 조려
수줍은 복숭아꽃 눈이 튼다.   –박일재, (밝달) <꽃망울 아침> 전문.

복사꽃

그런 줄 알았지
알몸으로 뭇 사내들의 눈길을 잡더니만
한다는 짓이
제멋대로 달아 올랐으니 또
때가 된 것이여
봄 내에 환장한 저것이
매일매일 첫날밤이라니까    -강미화, <복사꽃> 전문.

애기메꽃

한때 세상은
날 위해 도는 줄 알았지

날 위해 돌돌 감아 오르는 줄 알았지

들길에
쪼그려 앉은 분홍치마 계집애.    –홍성란, <애기메꽃> 전문.  

영산홍

영산홍 꽃잎에는
산이 어리고

산자락에 낮잠 든
슬픈 소실 댁(小室宅)

소실 댁 툇마루에
놓인 놋요강

산 넘어 바다는
보름 살이 때

소금  밭이 쓰려서
우는 갈매기       -미당. 서정주, <영산홍> 전문.

영산홍

삼동(三冬)을
친구로 삼아
함께 지낼 양으로
영산홍 한그루를
양지바른 창가에
옮겨 놓았더니

앞산
초승달에 취하여
고향 산자락
꿈결에 젖다가

간밤 산천에
가득한
실비소리

이아침
윤기 흐르는 햇살에
두 볼이
연지 빛으로 붉었어라
춘하추동
사계의 풍경이
유채화로 투명한데

석양 산마루
아련한 전설에
애잔한 가슴이
노을 빛으로 익는구나.     -정용진, <영산홍> 전문.

영산홍

나는 피가 없다
밤이 되면 내 피는 모두 어디로 가는 가
가슴을 쓸어 내리면
하얀 버즘

마르고 마른
눈물, 별이 뜨고
지평선을 떠나는 새 몇 마리
새 몇 마리 그들에게 나의 근심을 물어볼까
파랗게 떠는 돌들의 이마
내 몸을 빠져 나오는 눈부신

빛이,
나무의 끝에 닿는 순간 나의 세계는
변할 것이다.

어쩌다 무덤위로 태양이 솟구치고 다시
또 몇몇 사람은 누울 자리 찾아 땅 밑으로 내려갈 것이지만
빛의 허리를 부여잡고
그래, 울지 말자
꽃다운 나이 봄이 오고 있으니

죽어도,
나의 문 앞에서 죽자.     -하재봉, <영산홍> 전문.

라일락

화정(花情) 아가씨는
실바람 따라
사뿌시 뜰을 건너
  부끄러운듯이.....

이윽고 사나이는
“노크”를 알아 듣고
만면의 웃음을 띤 채
  안을 듯이.....            -김동명 <라일락> 전문.
                          
라일락 꽃을 보면서

우리 집 뜰에는
지금 라일락 꽃이 한창이네.
작년에도 그 자리에서 피었건만
금년에도 야단스레 피어
그 향기가 사방에 퍼지고 있네.

그러나
작년 꽃과 금년 꽃은
한 나무에 피었건만
분명 똑같은 아름다움은 아니네.
그러고 보니
이 꽃과 나와는 잠시
시공(時空)에는 헤어져야 하니
오직 한번밖에 없는
절실한 반가움으로 잠시
한자리에 머무는 것뿐이네.
아, 그러고 보니
세상일은 다
하늘에 흐르는 구름 같은 것이네.     -박재삼, <라일락 꽃을 보면서> 전문.

인간이 지은 색깔이 아무리 고울지라도 자연의 천연적 빛깔에 견줄 수 없다. 꽃의 가지가지 색깔들, 무지개의 아름다움, 산 노을의 신비한 정경은 우리의 마음조차도 옮아 들듯 하다. 그래서 우리 모두는 창조 주 앞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의 삶 속에 훈훈하고 따듯하고 그리운 누님의 가슴처럼 포근한 온기를 느끼게 해주는 색깔은 아마도 연분홍일 것이다.
이른 봄 창가에서 소스라치게 봄꿈을 일깨워주는 연분홍 영산홍, 그리고 말간 저녁노을에 소리 없이 옮아 드는 속마음, 그 빛깔이 너무나 선명하고 정감이 가득한데 우리 가난한 생명들은 도취될 수밖에 없다.
라일락 꽃의 꽃말은 “청춘. 젊은 날의 회상”으로 흰색과 보라색의 꽃이 그 향기가 진하여 옆집에 피었어도 내 집 정원에까지 향기로 가득하다. 물푸레  나무 과의 낙엽관목으로 꽃이 서구적이고 낭만적이어서 청춘 남녀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꽃이다.

유채꽃 하늘

닫쳤던 하늘이 문을 열면
그대의 손길처럼 부드러운
강 언덕 위에
그리운 발길들이 몰려와
초록 물감을 푼다.

여기저기서
끝없이 흔들어대는 손길들

바람이 멎어도
가슴이 떨리고
굳었던 마음이 금시
황금물결로 출렁인다.

오월 언덕에는
그리운 사람은 그리움으로
애타는 사람은 심한 갈증으로
슬픈 사람은
꽃잎 같은 눈물로 섰을 일이다.
동구 밖
유채 밭에 나서면
사랑하는 사람들의
눈길들은
온통 금모래 빛이다.

낮에는
땅에서 별빛으로
밤에는
하늘에서 꽃 보라로
피어 오르는 유채꽃.

끝없이 흔들어 대던
그 손길 못 잊어
바람이 멎어도
가슴이 떨리고
굳었던 마음이 금시
황금물결로 출렁인다.     -정용진, <유채꽃 하늘> 전문.

우리나라의 최남단 제주도의 유채꽃은 너무도 유명하다. 원산의 명사십리 해당화, 오동도의 동백꽃, 지리산의 싸리 꽃, 진해의 벚꽃, 하나같이 아름답지 아니한 것이 없고, 그 지방 그 계절을 대표하지 않는 것이 없겠지만 마치 온 섬을 노란 물감을 풀어 놓은 듯한 4,5월의 제주도의 유채꽃은 일품이요 장관이다.
낮에는 땅에서 별빛으로 밤에는 하늘에서 꽃 보라로 피어 오른다. 돌 담장 사이에 어우러진 모습, 바람이 멎어도 가슴이 떨리고 굳었던 마음이 금시 황금물결로 출렁이던 추억이 그리운 시각이다. 갖 결혼한 신혼 부부들의 여행 길에 있어서랴?

흰 장미와 백합꽃을 흔들며

눈 같이 흰옷을 입고 오십시오 눈 위에 활짝 해ㅅ
살이 부시듯 그렇게 희고 빛나는 옷을 입고 오십시오.

달 밝은 밤, 있는 것 다아 잠들어 파괴-한 보름
밤에 오십시오.  .....빛을 거느리고 당신이 오시면 밤
은 밤은 영원히 물러간다 하였으니 어쩐지 그 마즈막
밤을 나는 푸른 달밤으로 보고 싶습니다. 푸른 월광
(月光)이 금시에 활닥 화안한 다른 광명으로 바뀌어
지는 그런 장엄하고 이상한 밤이 보고 싶습니다.

속히 오십시요. 정녕 다시 오시마 하시었기에 나는
피와 눈물의 여러 서튼 사연을 지니고 기다립니다.

흰 장미와 백합꽃을 흔들며 맞으오리니 반가워 눈
물 머금고 맞으오리니 당신은 눈같이 흰 옷을 입고
오십시오. 눈 위에 활작 햇살이 부시듯 그렇게 하고
빛나는 옷을 입고 오십시오.    
-박두진, <흰 장미와 백합꽃을 흔들며> 전문.

백합꽃

하! 살결이 희고 고와
얼굴에 티를 뿌렸다.

까뭇 까뭇
귀여운 꺼먹깨

남이 부끄러워
고개를 못든다.     -정 훈, <백합꽃> 전문.


백합

어두움을 이기고
첫새벽
흙 가슴을 뚫고
태초로 맞이하는
생명의 빛.

백옥
나팔소리에는
주님의 발아래 엎드려
여인이 깨트린
옥합의 향기가
가득하다.

낮에는
입을 열어
사랑, 평화, 회개의
나팔을 불고

밤에는
입술을 굳게 다물고
고개 숙여
참회하는 백합.

부활 승리의 함성이
하늘과 땅
온 누리에
충만 하다.     -정용진, <백합> 전문.

한 송이 백합화

거룩한 숨결
그윽한 향기를
품은 채

예수님의 부활을
기념하기 위하여
십자가 밑에
조용히 머리 숙이고
말씀 듣고 있는
한 송이 백합화

너는 솔로몬의 모든
영광보다도
더 아름답다고
예수님이 칭찬하신
한 송이 백합화

저 멀-리
골고다에서
나를 위해
피 흘리시고
죽으신
그 험악한 십자가

그 십자가는
화목의 십자가
구원의 십자가
생명의 십자가
기쁨의 십자가
부활의 십자가

한 송이 백합화
가시에 찢겨
바람 불 때마다
더욱 향기로워라.   –홍정자, <한 송이 백합화> 전문.

튜립

엎드려 있다
내미는 손에
봄이 한 웅큼이다
손을 펴면
하늘을 채우는 향기
경이로움 아닐 수야
산에도 언덕
강기슭에 그 손들
봄 버무리고 있다     -석정희, <튜립> 전문.

나팔꽃

창 앞의 나팔꽃 넝쿨 흔들림을 보시고
지나가는 바람이 한숨 짓는다 의심하실 양이면
푸른 잎 뒤에 내가 숨어
탄식하는 줄이나 알아주시오.     -벡퀘엘, <나팔꽃> 전문.

나팔꽃 연가.1

여름의 옆구리에 떨리는
손가락을 넣었다고도 하였다
여름의 구멍난 손바닥도 조심히
어루만져 보았다고도 하였다
상처의 깊은 심연에 닿았던
너의 두 손이 심히 부끄러웠던 것이다
의심이 너를 떠나게 한거야,
닦아도 닦아도 지워지지 않는
그리움의 상처 어우르며
의심 많은 나의 두 손은 대나무 같이
매끄럽고 서늘한 너의 몸을
감아 감아 돌아가며 하늘로 간다
하늘로 가는 손등엔 잔털들이
짐승처럼 송송 일어시기 시작하였고
태양을 향해 덩굴손이
꿈틀 꿈틀거릴 때마다, 나팔꽃들은
꽃 같은 눈물을 퍼엉-펑 피워 올렸다   -김성철, <나팔꽃 연가.1> 전문.

산나리 꽃

지난 사월 초파일
산사(山寺)에 갔다가 해탈교를 건너며
나는 문득 해탈하고 싶어서
함께 간 여자를 버리고 왔다

그런데 원지 자꾸만
그 여자가 가엾은 생각기 들어
잠시 돌아다보니 그 여자는 어느새
얼굴에 주근깨 핀 산나리가 되어
고개를  떨군 채 울고 있었다

그날 이후 그녀는 또
내가 사는 마을까지 따라와
가장 슬픈 한 마리 새가 되어
밤낮으로 소쩍소쩍
비워둔 내 가슴에 점을 찍었다
아무리 지워도 지울 수 없는
검붉은 문신(文身)처럼 서러운 점을.     -임영조, <산나리 꽃> 전문.

산나리 꽃

“비슬산” 등성이로 자욱이 묻어오던 빗줄기가 어두워
지면서 넓은 오동잎과 장독대를 두드리는 소리가 빈
방을 가득 채워주곤 했습니다. 그러면 갈 곳을 모르던
나의 사랑은 어두운 “비슬산” 속을 한없이 헤매다가 후
줄근히 젖어서 돌아올 뿐, 내 빈 가슴을 빗소리로 가득
채워 달래보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도 비오는 저녁
이면, 지키지 못한 우리들의 약속이, 한 송이 산나리 꽃
으로 피어, 홀로 비를 맞고 있을 것 같은 그런 사무침
으로 나의 발걸음은 먼 바다를 건너 캄캄한 “비슬산” 속
을 한없이 헤매다가 돌아오곤 합니다. 세상을 걸어가는
피로한 나의 발걸음으로 저 많은 계절이 바뀌어간 후에
도.        -이창윤, <산나리 꽃> 전문

히아신스(hyazinthen)

멀리서 들리는 음악 소리
허나 여기엔 밤이 조용하고
히아신스가 졸음 오는 향기를 토하려 하고 있다.
아 아 나는 언제나 네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제 그만 나는 자려한다.
허나 너는 춤추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 하얀 귀여운 갈꽃입니다.
그렇게 생각할 때, 또 나는
달이 하늘로 가는 걸 봅니다.
그것은 멀리서 실 국화를 꺾으러 온
상냥한, 아름다운 여자 같습니다.

아침 자리에서 일어나 보니
하늘에 하나의 별조차 남아 있지 않습니다.
알았습니다.
그이가 남김없이 따다
땅위 목장에 뿌린 것입니다.     -쉬트람, <히아신스> 전문.

아네모네

아네모네 붉게 피면
         혼자 나와 앉았었네

언제나 늦은 봄에
         수줍게 피고있네

저녁놀 물들기 전에
          다시 만나 보옵세     -김용팔, <아네모네> 전문.

원추리(忘憂草)

톡 톡
두드려 보았다.

숲 속에서
자라난 꽃대가리.

맑은 아침
오래도
마셨으리.

비단 자락 밑에
살 냄새야,

톡 톡
두드리면
먼 상고(上古)까장 울린다.

춤추던 사람이여
토장국 냄새.

이슬 먹은 세월이여
보리타작 소리.

톡 톡
두드려 보았다.

삼한(三韓) 적
맑은 대가리

산 가시내
사랑, 다
보았으리.      -신동엽, <원추리> 전문.

원추리 꽃

꺽어 줄
이름을 불러주던
지친 원추리
지친 흔들림으로
어지러운 하늘이다.

지나가는 모습으로
떠나지 못하는
정원이 있는 그림에서
내 따스한 가슴을 열면
어느새
열려 있는 우리끼리의 낱말
소담스레 주우며
그리움의 하늘, 한편을
곱게 그리고 있다.

긴, 태양의 질문에
무관심의 자세로 서서
내 바라던 희망의 모자를 벗으면
이제 배워버린 기다림의 표정으로
여느 바람에도 쉽게
흔들리고 있다.     –서정윤, <원추리 꽃> 전문.

수선화水

풍지에 바람일고 구들은 얼음이다
조그만 책상하나 무릎위에 놓아두고
그위에 한두 숭어리 피어나는 수선화

투술한 전복껍질발달아 등에대고
따뜻한 볕을지고 누워있는 해형수선(蟹形水仙)
서리고 잠들던 잎도 굽이굽이 펴이네

등(燈)에비친모양 더욱이 연연하다
웃으며 수줍은듯 고개숙인 숭이숭이
하이얀 장지문 위에 그리나니 수묵화를   -이병기, <수선화> 전문.

수선화

수선화는
어린 연잎처럼 오므라진 흰 수반에 있다.

수선화는
암 닭 모양하고 흰 수반 안고 있다.

수선화는
솜 병아리 주둥이같이 연약한 움이 자라난다.

수선화는
아직 햇볕과 은하수를 구경한 적이 없다.

수선화는 물에서 자라도 그렇게 냉정한 식물이 아니다.

수선화는 혀끝으로 봄을 핧으랴고 애쓴다.     -신석정, <수선화> 전문.

수선화

여기 수선화가 있다
숨겨 놓은 신부가

나는 제주 바닷가에 핀
흰 수선화 곁을 지나간다

오래 전에 누군가 숨겨 놓고는 잊어 버린
신부 곁을     -류시하, <수선화> 전문.

수선화

이제
땅 위까지 내려온 하늘
바람과 뒤섞여
무채색의 나뭇가지
심장에 고인 연두 빛 물기
힘겹게 뽑아 올리더니
어둠에 온통 마음 빼앗겨
설설 끓고 있는 동안
잔가지 가지 스치며
입맞춤의 흔적 남겼네
솜털 여리게 물기 얹은 푸른 이파리   -이희만, <수선화> 전문.

수선화

어제 오늘
한 두 송이 피기 시작하더니
언덕은 치자 빛 물결.

강물은 진탕 흐름
내린 비로
내린 비로
여인이 옷깃을 여미고,

질척거리는 언덕바지
서럽게 번진 타이달의 봄날처럼
수선화여
수선화여.
        다이달… 워싱톤 제퍼슨 기념관 앞에 있는 호수이름.
   -유인국, <수선화> 전문.

수선화

한밤중이되면 내 몸에 수선화가 핀다. 방안의 모든 소리가 잠을 잘 무렵이면, 내 몸에 꽃씨 앉는소리가 들린다. 간지러워, 암술과 수술이 살 부비는 소리가 사물거리며 온몸에 둥지를 틀고, 어머 꽃피네, 마른버짐처럼, 간지러운 꽃이 속옷새로 피어나네, 내 몸에 피는 꽃, 나르키소스의 영혼이 놓랗게 물든, 수선화가 핀다, 아름다운 내 몸 노랑꽃이 쓰다듬으며 어깨에서 가슴으로 배꼽으로 핀 꽃과 입맞춤하고, 시커먼 거옷 사이에도 옹골지게 핀 꽃대 잡는다, 아, 아, 에코가 메아리치네, 아름다운 내 몸, 거울에 비추어, 아이아 에코가 흐느끼네, 내 몸이 하분하분 물기에 젖네, 꽃들이 더펄거리며 시들어가네, 나르키소스여 내 몸에 오지마소서 오욕(五慾)이 물든 몸 꽃피게마소서,
한밤중이되면 내 몸에 수선화가 핀다, 방 안의 모든 소리가 잠들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나
                                                            -이재훈, ,수선화> 전문.

분꽃

부시시 선잠 깨어 돌아앉은
장꽝옆
분꽃

아침이슬 활짝
한낮 몰래
오물고
까만 분씨
해말간 하늘에
톡톡 영근다   -윤희윤 <분꽃> 전문.

분꽃

네 살배기 조카
까치발하고
빗물 받은 항아리에
분꽃 띄워 놓았네
호- 한번 불고
까만 눈 반짝
호- 두 번 불고
까르륵
손뼉 치며 웃는다

까맣게 발을 굴려
하얀 씨앗 속처럼 영글더니
이제는 시집가서
자기 같은 딸 데리고
분 향기 가득한
친정 나들이 왔다    -이주희, <분꽃> 전문.

파피꽃

봄날 랭캐스터 파피꽃 단지
귀한 손님 맞는가 꽃 융단
도화지 한 장 펴놓으니
꽃 물감 파도 치며 도화지 밖으로 범람한다.

봄날엔 나도 아차피 계절 타는 벌 나비
명품목록으로 짜악 빼고 인조향 과용하고
귀빈인양 꽃 융단 밟으며 찾아갔드니
파피꽃들 재치기하며 꽃집 속으로 숨어버린다.

일기 불순하면 꽃들 문 단속한다든데
불순물로 분류된 것 악천훌까 인조향일까 인간일까
꽃집만 겉보고 돌아갑니다.
우리들 인간의사랑도 그렇습니다.   –김병현, <파피꽃> 전문.

파피꽃

간밤 새워 내린
봄비로
흙 가슴 열고
솟아올라
노란 저고리
초록 치마를 걸치고
웃고 서있는 Poppy 꽃.

나는
너에게로 다가가서
연인이 되어
사랑을 입 맞추고 싶다
이 푸른 아침에.          –정용진, <파피꽃> 전문.

캘리포니아 야생 양귀비꽃

꽃불 질렀다고 아우성이다
꽃불 구경 나온 사람들
어느 틈에 봄바람과 눈이 맞아서
들 나비를 부른다
꽃 벌들을 불렀다.

보라 춤을 출 까보다
노란 춤을 출 까보다.

랑카스타 산등성이에
꽃불 지른 양귀비
하눌님 모시고 와 축제 벌렸구나.

소리 없는 환호성
신나는 꽃불이다.

꽃불에 탄 얼굴들은 모두가 파랗구나
마주보며 손뼉치는
반가운 꽃눈인사.

금빛 꽃신들을 너도 나도 신었네
하늘에서 내려온 꽃신들을 신었네.

하눌님 기쁘신 꽃불이 났다
내려와 춤추시는 꽃불이 났다
꽃불을 질렀다고 아우성이다.

보라 춤을 출 까보다
노란 춤을 출 까보다.     –오문강, <캘리포니아 야생 양귀비꽃> 전문.

사막의 꽃, 파피

폴폴 외로움을 별처럼 날리고 간
어린 왕자의 무덤가에는
별들 쏟아져 꽃이 되었다

타는 목마름 꽃은 왜 시퍼렇게 멍이 들었나
밤을 지새워 우는 목쉰 늑대의 울음이
꽃술에 젖어 우는가

별자리 하나에 꽃 떨기 하나와
꽃송이 하나에 외로움 바쳐서
이 밤을 날리는 이승의 꽃길

외로워 물결 치는 너의 벌판에
나도 그리움 날리는 땅 위의 꽃이 되었다   -조성희, <사막의 꽃, 파피> 전문.

사막의 파피(Poppy) 꽃

사막의 목마름이
바람 부는 대로 꽃이 되었다

해마다 사월을 기다리던
마른 사막은
진 주홍 꽃 하늘이 된다

가슴을 놓고
쏟은 날
꽃 바다가 된
파피 꽃의 유혹

낙타가 오가던 땅은
꽃이 되었다         -정문선 <사막의 파피꽃> 전문.

사막의 파피꽃 들

타향에서는 봄비도 인색하였다
이 봄 다 가도록 가끔씩 뿌리고 가는 봄비
사막에서는 그 틈에 겨우 몸 적신 파피꽃들이
다투어 피었다 이른 토요일 아침, 드라이브로 나와 본 사막의
들녁은 울어서 후련한 마음처럼
비 뿌린 능선들 젖어서 싱그럽다 인색한 봄비에도
모두 아침 햇빛처럼 웃음으로 피어나는 파피꽃들
사는 일이 모두 사막을 건너는 일인 것을 아는 사람들은
능선을 자욱이 덮은 파피꽃들을 기쁨으로만 보지 못한다
이렇게 잠시 꽃피기 위하여 오랜 갈증 넘어온 세월
봄비 한 자락 끝에서 사막을 환상의 들녁으로 바꾸어 주고도
이 기쁨들 환상처럼 지고 나면 또 오랜 목마름으로
살아야 하겠지 한때 꽃으로 피던 때가 있었지만 지금은
천지에 가득한 파피꽃들 속에서도 왜 이다지 쓸슬한지
봄비 지난 사막 언덕에서 벌써 목마른 사람들이 있다
봄비도 인색한 타향에서는
눈물 비 한 자락 스쳐간 언덕에 서서
어쪄리, 젖어서 피는 자욱한 슬픔도 있다   -김문희, <사막의 파피꽃들> 전문.

팬지를 심으며

봄이 오면

한해살이꽃
그 짧은 생애를
땅속에 심는다.

어름 풀린 흙에서
돌쩌귀를 골라내듯

내 생애의 꽃밭에서
엉겅퀴도 뽑아주면서.

그대와 나
내년 봄을 분명코
기약할 수 있으랴?

한 해라도 확실히
꽃피워 달라고 뿌리께를
꼭꼭 눌어준다.          –배미순, <팬지를 심으며> 전문.

꽈리꽃

가슴에 살포시
안아 주고 싶은
뺨이 붉은 새악시
부풀은 가슴 속에
수줍은 촉감
전생에 배(孕)고 나온
연분인가
퍼붓는 햇살에 비치는
속에 속까지 박힌 씨앗
가슴에 살포시
안아주고 싶은
뺨이 붉은 새악씨.   –이경희, <꽈리꽃> 전문.

제비꽃

아는 이도 없이 고개 숙이고
목장에 피어난 제비꽃 한 포기-
참맘을 지닌 제비꽃 한 포기.
양치는 처녀가 그리로 온다.
발 거름 가벼이 마음도 가벼이
목장 길 노래 부르며.

“아아”하고 제비꽃이 탄식하기를,
“눈 깜짝할 사이만이라도
내가 봄날의
제일 고은 꽃이 될 수 있다면-
아 아 그이의 손에 꺽여
가슴에 안겨 질수 있다면-
그저 눈 깜짝할
사이만이라도.“
아 아 그러나 아무 생각 없이
왔다 가는 처녀의 그 발길에
짓밟히고만 가엾은 제비꽃.
제비꽃은 업드려 숨 꺼지려 하면서도
그러면서도 마음은 기쁜 듯-
“이렇게 죽어도
나는 그이의
그이의 발 밑에서 죽어요.“      -괴에테, <제비꽃> 전문.

냉이꽃

네가 등을 보인 뒤에 냉이 꽃이 피었다
네 발자국 소리 나던 자리마다 냉이 꽃이 피었다
약속도 미리 하지 않고 냉이 꽃이 피었다
무엇 하러 피었나 물어보기 전에 냉이 꽃이 피었다
쓸데없이 많이 냉이 꽃이 피었다
내 이 아픈 게 다 났고 나서 냉이 꽃이 피었다
보일 듯 보일 듯 냉이 꽃이 피었다
너하고 둘이 나란히 앉았던 자리에 냉이 꽃이 피었다
너의 집이 보이는 언덕빼기에 냉이 꽃이 피었다
문득문득 울고 싶어서 냉이 꽃이 피었다
눈물을 참으려다가 냉이 꽃이 피었다
너도 없는데 냉이 꽃이 피었다.   –안도현, <냉이꽃> 전문.

냉이꽃

발 앞에 엎드린
수척한 꽃들 하나
처음 가졌던 여린 마음 숨겨 놓고
천연덕스럽게 작고 여린 꽃송이들을
오미조밀 피워 낮은
땅의 티끌 삼킨다

순수했던 눈빛도
잃어가고 작은 바람에도
여린 몸 파르르 떨면서
긴장의 신음 소리로
온몸으로 떨고있다

자신을 방어하는 일에만
길들인건 아닌지
푸른 잎 매단 곳마다
밟힌 자국이 선명히 그려져있다    -홍귀열, <냉이꽃> 전문.

하늘매발톱꽃

강원도 평창 자생식물원에서 모종으로 키우는 매발톱꽃 빛 같은 자주색이 주종으로 남색 꽃은 드물다고 했는데 노르웨이 오따호텔 주변 동화 속 마을로 이어지는 하얀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온 산언덕을 뒤덮고 있는 남색 매발톱꽃과 만나게 된다 곳곳에서 밤낮으로 쏟아져 내리는 빙하의 폭포수 소리에 항상 깨어있어 저 토록 파아란 빛깔을 뿜어 낼 수 있을 까, 꽃의 빛깔에 눈을 빼앗기고 걷는 동안에 동화의 마을 꿈의 작은 창문 앞에 선다 알프스의 소녀가 살았을 법한 창문 가에도 예쁜 꽃들이 이방의 나그네에게 다정히 인사를 건넨다 그 순간부터 내 가슴 속에도 하얀 외줄기 언덕길이 생기고 동화의 마을 작은 꿈의 창문이 열려 하늘 매발톱꽃 언덕으로 달린다  
-김여정, <하늘매발톱> 전문.

베고니아(Begonia)

오 <베고니아>
온실을 지날 때 마다 기웃 거린다
이슬 찬 유리창 안에
너는 귀여운 소녀-
연지 같은 볼을 가는 목에 고이고
나날이 너는 왜 말이 없어 가느냐
지나간 일요일 네가 숨겨준 빨간 연서는
내 가슴에 안은 채 날을 샌다
나는 너의 <보케브러리>를 알고프다
그러나 교실에 갈 시간은 이미 늦었다
아 <베고니아>
내가 너를 사랑하기엔 너무나 나이 넘은 고독이다      -조병화, <베고니아> 전문.

옥잠화 (玉簪花)

빛나는 파란 잎새 대공 하이얀 꽃
꽃마다 동글동글 옥비녀 꽂아 노은 듯
이 아니 아름다우랴 이름 또한 옥잠화

맵시며 차림차리 담장(澹粧)한 미인이다
유달리 맑은 향긔 은은하게 움즉이고
서로히 대할적마다 웃는듯도 하구려     -가람 이병기, <옥잠화> 전문.

백합은 순수와 정결과 사랑을 상징한다. 그래서 부활절의 대표적 꽃으로 만인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은빛보다 화려한 색깔, 황홀하리만큼 진한 향기, 잠든 영혼들을 불러 깨우는 듯  나팔모양의 모습, 흠도 티도 없는 형상으로
기독교인들의 사랑의 상징적 꽃이다. 백합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사랑의 나팔소리가 금시 울려 퍼질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 장미가 오월의 여왕이라면 백합은 단연 사월의 여왕이다. 꽃말은 “순결, 신성, 희생”이다.
원추리를 쓴 신동엽 시인은 “껍데기는 가라.” “금강”으로 유명한 시인이다.그는 너무 젊은나이에 요절하여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하였다.
원추리는 여름철 이른 아침에 오렌지색 나팔을 불며 피었다가 저녁이면 입을 다물고 지고 마는 단명한 꽃이다. 꽃말은 “지성. 생남”이다.
박두진시에는 예수께서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으로 향하는 길가에서 종려나무 가지를 꺽어 흔들며 ‘호산나 주의 이름으로 오시는 이여 “환호하던 무리들처럼 흰 장미와 백합을 손에 쥐고 흔들면서 창조주의 재림을 기다리는 믿음의 모습이 절절하게 깔려있다. 박두진은 “해”의 시인으로 우리에게 강인한 인상을 남겨준 청록파 시인이다.
나팔꽃은 이른 아침 창가에 이슬을 머금고 무지개 색깔로 피어오르는 꽃이다. 오후만 되면 곧 시들어 가인박명(佳人薄命)의 소리를 듣는 꽃으로 꽃말은 “결속. 속절없는 사랑”이다.
아네모네는 선이 고운 잎에 화려한 꽃잎으로 이른봄  나즈막하게 양귀비같이 화려한 꽃을 피운다. 꽃 빛도 다양하며 꽃말은 “속절없는 사랑. 배신의 사랑”이다.
히아신스는 이른 봄 언 땅을 가르고 솟아올라 흰색과 보라색, 그리고 분홍색의 꽃을 피우고 진한 향기를 토하는 귀족적인 꽃이다. 뜰 앞에 심어놓고 창을 열면 그 향이 서재로 스며와 봄의 정취를 가득 안겨주는 꽃이다.
시리아, 그리스, 이란등지에 야생하며 구근으로 심는다. 꽃말은 “기억. 비애(자색 보라 빛)”이다.
수선화는 중국 사람들이 금잔은대(金盞銀臺)라고 칭송하는 꽃이다. 초록의 날렵한 몸매에 황백색의 꽃이 옥과 같이 영롱하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나시서스(Narcissus)라는 미소년이 아름다운 여러 님프를 희롱하여 님프 하나가 여신에게 나시서스의 사랑이 깨지게 해달라고 졸랐는데 어느 날 그 기도가 이루어져 나시서스는 목이 말라 연못에서 물을 마시려고 하였는데 물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황홀하게 도취되어 그가 연못 속에 사는 님프인줄 알고 팔을 벌려 잡으려 하였으나 곧 없어지자 번민하다 죽자 그를 화장하여 뼈를 묻었는데 그곳에서 수선화가 피어 올랐다는 슬픈 전설이 있다. 꽃말은 “자기사랑. 몰렴(沒廉)”이다. 자기도취에 빠진
사람을 보고 나르시즘 환자라는 연유가 여기서 유래 하였다 한다.
파피꽃은 이른봄 남 가주를 아름답게 장식하는 노란 야생 양귀비꽃으로 캘리포니아의 주꽃이다. 김병현 시인이 사는 베이커스 필드에는 봄비가 내린 후 야생 양귀비 꽃이 황금 물결을 이루고 우리들을 손짓하며 부른다. 김 시인은 미주문단 창립 시 사랑방을 제공하고 우리 조상의 얼이 담긴 민속주 막걸리가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많은 문인들이 드나들며 이민의 애환을 엮었던 30여년전의 추억이 어제와 같이 그립다.
제비꽃은 보랏빛 꽃으로 겸손히 머리를 숙인 모습이 퍽 소녀적이고 가련하고 애처러워 보이는 꽃이다. 꽃말은 “가인(佳人)이다.
옥잠화는 “옥으로 만든 비녀“라는 뜻으로 나리과의 꽃으로 ”옥조마니“ ”지보“라고도 불리며 청초한 모습은 수정같이 맑은 넋을 보는 듯 하트형 연 초록 잎은 윤기가 흐르고 옥 같은 흰 꽃은 환상적이다. 꽃말은”침착.추억”이다.

도라지 꽃

기다림에 야윈 얼굴
물 위에 비초이며

가녀린 매무새
홀로 돌아앉다

못 견디게 향기로운
바람결에도

입 다물고 웃지 않는
도라지 꽃아!                -조지훈, <도라지 꽃> 전문.

도라지 꽃

도라지 꽃
도라지 꽃

첩첩
산 두메.

산력(山曆)은
목석(木石)

바람에
도리 머리

도라지 꽃
도라지 꽃.

산 두메
산 세월(山歲月).

산새야
우지마

바람에
산곡조(山曲調)

도라지 꽃
도라지 꽃.   –한하운, <도라지 꽃> 전문.

도라지 꽃

오늘은 너의 키도
쓸쓸하기만 하구나
산 아래, 앉아서
자주 꽃만 피운 채
찾아주는 사람도 없구나

이제는 너의 꽃잎이
내피부와 다름이 없다
안으로 안으로 파고들어도
내 형편이 잠자코 있다
너는
나의 수분이 모자라는 줄을 눈치채고도
존재하는 도라지 꽃

힘껏 외쳐보는
이 땅
산자락을 뒤흔드는
침묵
한평생을 같이하는
무언의 따스함.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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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8 시인들의 시로 쓴 자화상/샌디에고 문장교실 강론 초록/정용진 시인/ 정용진 2012.10.14 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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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의 시학(詩學)(2)) 꽃은 사랑이다./鄭用眞 詩人/증보편/ 정용진 2012.09.23 875
1805 아름다운 고국 8도 기행.2/정용진 시인(2) 정용진 2014.02.27 869
1804 꽃의 시학(詩學) 3.(꽃은 희망이다.) 정용진 2009.08.28 864
1803 꺼꾸리/김효순 김학 2013.08.02 856
1802 북유럽 기행( 러시아. 핀랜드.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정용진 시인 정용진 2014.07.01 855
1801 꽃의 시학(詩學) 2.(꽃은 사랑이다.) 정용진 2009.08.28 835
1800 초상화 그리던 시절의 박수근 / 박완서(朴婉緖, 1931-2011 ) 김영교 2011.01.23 828
1799 한국 대전 방문한 석정희 시인 내외분, 한국 일간지 충남일보 연재소설 '대흥동 연가'에 소개 화제 나은 2007.06.11 824
1798 꽃의 시학 (2) 꽃은 사랑이다 정용진 2008.02.05 805
1797 秀峯 明心寶鑑/증보편/秀峯 鄭用眞/(1) 정용진 2011.04.03 805
1796 전북 임실군 삼계면 박사골은 142명 박사 배출, 면단위 전국 최다 김학 2009.10.05 804
1795 오늘 현재 460만명이 읽은/죽음의 시학/'구글 한글에 들어가 '죽음의 시학'확인/정용진 정용진 2011.12.06 802
1794 꽃의 시학(詩學)(1) 꽃은 시다./鄭用眞 詩人/증보편/ 정용진 2012.09.23 800
1793 본관별 족보 김학 2012.03.14 783